2017. 7. 5 - 7. 18 나락실갤러리(T.02-379-5687, 인사동)
2017. 7. 14 - 2. 21 화인아트갤러리 (T.02-741-3884, 압구정동)
치유, 사랑, 평화의 풍경...
김선진 초대전
그가 다루는 화면구성은 시점이 다채롭다. 대개는 수평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때로는 부감법적인 시각으로, 또는 필요한 부분만 주목하는
아웃포커스적인 시점도 구사하고 있다.
글 : 감윤조 (예술의전당 큐레이터)
김선진은 자신의 회화에서 특별한 기법이나 기술력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의 작업 면면을 살펴보자면 풍경의 묘미에 깊이 경도된 느낌을 받는다. 김선진에게는 여전히 자연이 작업의 중심이었다. 하늘과 땅, 물과 공기의 다채로운 변화는 창작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다. 소소한 날씨나 계절의 변화라 할지라도 이 땅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물에 비친 하늘, 바다의 표정, 눈 덮인 들판, 봄 꽃피는 들판, 싱그러운 여름. 이러한 일련의 자연현상을 두고 그는 여러 가지 풍경의 유형을 엮어낸다.
김선진은 미술계의 외부적 영향이나 양식적 움직임에 흔들지 않고 자신만의 회화적 영역을 고수해나가고 있는 작가라 보면 될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기인한다고 보여 진다. 그것도 우리 땅, 우리 주변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소박함을 보여준다. 울릉도나 오륙도, 통영, 제주 등지의 바다풍광이나 한강, 동강 등의 하천, 소백산, 한라산, 지리산, 우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그의 시선이 머물며 한걸음 나아가 김선진은 풍경 그 너머의 울림을 추구한다. 이를 위하여 그는 단정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서의 회화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그 일련의 풍경화를 살펴보면, 그가 섬세한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 풍경은 일관된 에너지 감으로 채워져 있다. 회화적 맛에 흠뻑 경도되어 있다는 말과도 같은 말이다. 작가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그림은 ‘치유이며 사랑이고, 평화’인 셈이다. 때로는 작업이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치유를 위해서는 결국 작업행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태도로부터 그의 작업은 제작자 한 개인의 산물을 넘어 감상자에게도 같은 수준의 치유적 의미로 다가 온다. 즉, 김선진에게 있어서 이 세 가지 틀은 작업의 근간이자 자기고백이 된다. 외견상 그가 풍경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이면을 채우고 있는 이 같은 정신성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김선진의 붓 흔적이나 용법은 감상자로 하여금 경쾌함과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색채구사도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따라 다양한 톤으로 구성되며 특히 그가 다루는 화면구성은 시점이 다채롭다. 대개는 수평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때로는 부감법적인 시각으로, 또는 필요한 부분만 주목하는 아웃포커스적인 시점도 구사하고 있다. 작가가 어떤 자연대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구성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풍경은 하늘과 땅 혹은 바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소담스런 자연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길의 능선, 크고 작은 수풀, 그리고 그 속에 사람과 자연이 교류하고 있다는 흔적들이 남겨진다. 능히 접근할 수 없는,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 앞에 인간의 한없는 무기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연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방식을 끌어들인다. 과수원, 논밭, 민가 등은 그 양자 간의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해주는 사례들이다. 서로를 기대고 존중하는 시각의 반영인 셈이다.
눈 덮인 산하의 적막감, 바다의 여명이 주는 놀라운 감동도 깃든다. 비가 그친 후 하늘이 어떻게 보이는지, 여름 들판이 전해주는 초록이 얼마나 눈부신지도 빼놓을 수 없다. 봄 과수원과 만개한 도화가 주는 화사함도 그의 작업특징을 잘 드러내어 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어차피 모든 회화는 자연을 그렸다기보다는 자신의 감각을 그린 것’이라는 말은 그의 작업에 견주어 볼 때 분명 옳은 지적이다. 만약 그가 자연을 닮게 그리려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감각과 인상을 옮기고자 했음에 분명하다. 같은 자연도 동일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관조자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이 시점에서 그의 작업을 엄밀히 살펴보면 극한의 사실성은 배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그의 작업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느낌, 정서, 일정 순간에 만나는 아름다움, 자연의 고귀함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별적 특성들은 하나의 추상적 개념에 해당하는 바, 이를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를 구체화해서 사실적으로 드러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크게 단순화, 요약 및 생략, 색면화 혹은 평면화, 적당한 얼버무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간간이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요소는 향후 그의 풍경작업에서 또 다른 모색점을 발견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회화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으로서의 회화, 특정 장르에 구속당하거나 의식하지 않고 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컨대 김선진의 작업은 자연에 대한 굳은 신뢰를 뜻한다. 치유와 사랑이자 평화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의 회화는 쉽게 다가오고 가독성도 뛰어나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이 같은 휴머니즘적 요소를 빼놓고 이야기될 수 없다. 최근의 복잡다단한 미술의 트랜드 속에서도 여전히 김선진의 작업이 유효한 근본적인 이유도 이러한 정신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한국미술계의 층을 보다 두텁게 하고 다양화하는데 김선진 작가가 그 몫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에게 그림은
고독이고 절망이며
나에게 그림은
치유이며 사랑이고
나에게 그림은
평화입니다
- 김선진 작가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