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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샘통문 7]Better than this America Western tour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던 美 서부지역 여행(Better than this America western tour
)”의 부제가 제법 길다. 아메리카 서부지역 大自然의 masterpiece, 걸작품들을 두루 둘러보며, 8 night 9 days(LA의 뉴서울호텔 2박 포함 10 nights 11 days)를 함께한 의리의 전라고-전라여고생들을 위한 자축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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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경 남원의 서예가-십자수 작가부부(槿峯)의 아담한 전원주택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다. 이민 40여년만에 모국 국적을 회복한, 휴스턴에 사는 친구(休巖)를 위한 환송연이었던가. 1년 중 절반을 임실 옥정호 세컨하우스에서 예쁜 형수(친구의 아내에 대한 일반적 애칭)와 제2의 삶을 즐기기로 한 아름다운 부부. 한 친구가 신박한 제안을 했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데, 네가 미국에 있을 때 우리가 한번 놀러가면 안될까?” “It's our pleasure"라는 선선한 즉석답변으로 이루어진 4쌍(仁雨, 槿峯, 秋山, 愚泉)의 미국서부여행. 날짜를 잡아놓으니 금세였다. 국내 미친 멧돼지의 내란과 무안비행기 사고에도, 하루하루 다가오는 출국날짜에 기대반 설렘반. 10시간 반의 비행시간, 부부들은 기내에서 손을 꼬옥 잡았다. 2시간도 넘은 입국절차는 강대국 미제국주의의 갑질이려니 싶다. 전날 휴스턴에서 날아와 공항에서 반나절도 넘게 눈이 빠지게 기다려진 휴암부부와의 상봉은 숫제 감동이었다. LA의 날씨도 엄청난 산불화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반기고 축복하듯 very good이었다. 여행내내 궂긴 날이 단 하루도 없이 쾌청했다. 마지막 LA근처 아울렛에 들린 날엔 매캐한 냄새에 코를 막히고 눈이 아팠으며 재가 날려다니는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보았지만. 12인승 GMC VAN에 짐을 싣고 도착한 한인타운 옆 <뉴서울호텔>. 근봉 친구의 형수는 LA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부부를 만나 수십 년만에 회포를 풀고, 그들은 우리 일행을 위해 껍질째 먹는 맛좋은 사과 2박스와 과자들을 몽땅 가지고 왔다. 이 아니 고마운 일인가. 돌아오는 날까지 우리의 일용할 간식이 되었다. 임재균 친구는 끼니 대용의 찹쌀떡과 오꼬시를 갖고 도깨비처럼 나타나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북창동순두부에서 점심을 하고 한남체인에서 ‘大長征’(어디 모택동만 대장정인가)을 위한 1차쇼핑을 했다. 이어 호텔 로비에 등장한 이태형, 진준호, 최강대 등 4인의 친구가 환영만찬을 베풀어줬다. 14인이 함께 든 죽향粥香의 해물찜도 너무 좋았다. very dilicious.
우리의 긴 여행은 매일아침 휴암의 기도로 시작됐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 고국에서 온 친구부부들과 서부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항상 안전운전을 하게 해주시옵고, 귀국하는 날까지 모두 건강한 몸으로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많이 쌓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 주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신자든 아니든 일동는 모두 큰소리로 아멘을 복창했다. 보기 좋은 심플한 종교의식이다. 다음날 천민자본주의의 총화, 파친코(빠찡꼬) 도시로 가늘 길, In & Out Hamburger의 ‘아점’은 미국 냄새가 물씬 났다. Las Vegas의 <뉴욕뉴욕호텔> 1층은 갬블러들의 천국. 코리아 캠블러는 순식간에 80달러를 땄다던가. 돼지갈비 석식에 카쇼(KA Show)는 태양의서커스단을 방불하는 훌륭한 공연예술이었다. 뉴욕에서 긴급히 옮겨온 호텔 옆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찰칵찰칵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다. 어지러운 고공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자들은 누구인가.
총천연색 네온이 현란한 젊음의 도시, 개척시대 골드러시, 일확천금을 노리던 꿈의 현장을 뒤로 하고, 일행은 다음날 네바다주의 황량한 사막지대를 질주하여 도착한 <시온XION 국립공원>의 기암괴석과 석벽을 양옆에 끼고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푼 후, 오후 <브라이스BRYCE 국립공원>의 기기묘묘한 송곳바위 군상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Oh My God이 따로 없다. 친구들이 “아이가이” “참말로”을 연발해 잠깐 우울했다. “아이가이” “참말로”는 우리 어머니 일상대화의 ‘18번’이었기 때문이다. 삐쭉빼쭉 오열을 맞춘 듯한 천태만상의 그림 앞에 만물의 영장 인간은 얼마나 작고 초라한 존재인가.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무색한 순간이다. 브라이스는 그래서 이곳을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다. 대자연의 경관 앞에 놀라고 또 놀랄 뿐, 태초에 天地創造의 모습이 이랬을까.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우리는 자연의 최고 걸작품이 아니던가. 천지창조가 고유명사로 'The Creation'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굉장맹장하다. 百聞不如一見이로다. 유식하게 영어로 말해보자. Seeing is Believing.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
고국에서 들려온 빅뉴스이자 굿뉴스. 마음 조이던 미친 멧돼지의 체포에 모두 환호작약, 박수를 치다. 온나라를 불과 3년만에 죽탕으로 만든 저 인간이 과연 사람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이 재확인이 오직 기쁠 뿐이다. 12월 3일 밤 놀란 소식에 여의도로 뛰어나와 한몸이 된 수천명의 ‘깨시민(깨어있는 민주시민)’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 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戰慄이 일지 않는가. 맹추위에도 관저 앞에서 체포와 파면을 외치던 ‘우주전사 키세스’ 동지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동과 감흥을 뒤로 하고 이윽고 도착한 <Air B&B>. B&B가 Bed & Breakfast의 약자인 것도 처음 알았다. 부엌을 책임진 전라여고 형수 5명의 거동을 보아라. 1시간도 안돼 뚝딱 차려낸 10인상의 저녁식탁. 모두가 쉐프이지만, 메인 쉐프는 개그우맨 수준의 분위기메이커 인우의 吳형수. 메뉴는 김치콩나물국을 비롯한 비빔밥, 샌드위치, 라면부대찌개, 김떡밥, 누룽지, 숭늉밥 등등등등 매일 아침, 저녁이 달랐다. 오로지 황송할 따름, 그대들은 조선여인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내조의 여왕들이다. 군자호구라더니 요조숙녀窈窕淑女가 바로 그대들인 것을. 재가불자인 나도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저녁을 갖는 게 우리 인생에서 무릇 몇 번이나 됐을까. 남고생들의 폭탄주 몇 잔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의식인가. 진정코 아름다운 밤의 연속 속에 내내 행복했다. 참으로 귀하고 특별한 여행경험이로다. very special experience. 영문도 모르고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한 친구가 신음하듯 내뱉는 몇 마디는 이랬다. "Interesting, exition, exotic and very very fantastic” 오늘의 건배사는 “이런 모임 흔치 않아. 흔치 않아. 흔치 않아” 三唱이다. 정말 rare occasion이 아닌가.
다음날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사막과 대평원. '영양가'는 거의 없어 보였다. 가끔 소밭이나 말밭이 보이긴 했으나 썰렁하다. 호주에는 캥거루밭이 있다. 이런 땅덩이는 거저 준다해도 받지 않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좁은 밴 안에서는 웃음꽃 얘기꽃이 핀다. 모처럼 사람이 사는 것같은 나날이다. 점심 주차장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재미와 그 맛이라니. 융프라우와 마테호른에서 먹던 농심 신라면은 얼마나 반가웠던가. 참말로 죽여주는 투어다. 금방이라도 카우보이 모자를 쓴 존 웨인이 장총을 든 채 말을 타고 휘파람을 불며 나타날 듯하다. 이제 서부영화를 보면 기분과 감흥이 예전과 다를 것같다. 서브기사의 과속위반도 해프닝이다. 그까짓 과태료가 대수인가. 이것도 재미인 것을. 이 나라는 왜 국제표준의 도량형을 따르지 않는가. 킬로미터와 리터가 아니고 마일과 피트, 파운드라니 1주일이 돼도 낯설다. 환산을 해봐야 실감이 난다. 이것 또한 강대국의 고약한 횡포가 아닐는지. 참으로 광대무변하다. 광활한 만주벌판만 아는 우리를 촌놈으로 몰아 기를 죽인다. 아무튼 축복받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MOHAB(모합)의 <Arches NP(National Park)>. 어쩌면 이런 바위덩어리가? 산길 왕복 5.1킬로의 트레일도 좋았다. 아치바위는 유타주의 트레이드 마크. 높이 19미터, 폭 14미터. 이런 식의 아치가 2000여개가 된다한다. 속 시원하게 뻥 뚫린 바위는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는다. 다시 또 한번 백문불여일견. 수천년 아니 수만년의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인한 자연의 신비 앞에 우리는 다시 또 움츠려진다. 중국의 장가계 등과 또다른 맛이다. 오직 造物主만이 알 수 있는 신비의, 환상의 세계로다. 그 세계를 우리는 봤다. 아아-, 우리는 하나님의 세계를 엿보고 있는 것일까. 커플과 단체사진 찍기에 바쁘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니, 우리의 캡틴기사는 운전사에다 찍사까지 나섰으니, 그 무한봉사가 고마울 뿐이다. 이 여행의 스케줄은 그가 아니면 절대 짤 수 없는 일. 얼마나 디테일하고 자상한 지 한번도 fault(차질)가 없었다. 우리의 표정은 왜 그렇게 굳어 있고 자연스럽지 못하는가.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도 그러하니, 순전히 조상들의 탓이리라. 시범을 보여주는 휴스턴의 형수, 역시 아메리카 스타일은 다르구나. 얼마나 보기 좋은가. 수시로 손을 위로 올려 heart모양을 만든다. 본받고 배워야 할 일이다. 흐흐.
차 속에서 ‘복배’ 친구의 “오늘 저녁 메뉴는 뭣?”이라는 뜽금없는 질문에 모두 웃었다. 틈만 나면 먹을 것을 밝히는 우리 보조기사의 익살도 밉지 않다. 初老의 할머니 형수들(57년생 한 분, 59년생 두 분, 61년생 두 분)은 손자 손녀 자랑에 얘기꽃이 끊어질 줄 모르고 이어진다. 가끔은 ‘푼수 할아버지’들도 거든다. 돈 내고 자랑하라느니, 이쁜 놈 보여줬으니 돈을 받아야 한다느니, 찌그락짜그락, 좁은 밴안에서 핸드폰이 전달되는 등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핏줄이 무엇인지 그놈의 내리사랑에 화제가 만발하고 또 만발한다.
<Antelope의 모래동굴>을 보거나 들어보셨는가? 진정 경이로운지고. 대체 몇 천년의 세월이 흐르고 쌓이면 이런 기이한 형상이 만들어질까? 바위 틈새로 보이는 모습들은 전문 카메라작가의 영역이다. 덩치 큰 여자가이드의 사진봉사가 고맙다. 출구 바위 위로 흘러내린 ‘새똥(bird's pooh)' 배경 사진은 나중에 봐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리라. 우리는이렇게 60대 추억의 우정탑友情塔에 소중한 돌 하나를 얹었다. Page로 돌아오는 길, 하천에 놓인 거대한 <말발굽(Horse-shoe) 바위>도 볼거리. 동강의 한반도지형을 떠올리게 했다. 드디어 <Grand Canyon>이다. 콜라라도 리버를 낀 대협곡. 아마도 세계 최대규모일 듯. 평균 높이가 600미터라던가. 전망대(Look out)만 봐도 종일이겠다. <림RIM 트레일>은 또 얼마나 환상적이던가. 발걸음을 떼기가 겁나고 무섭다. 아찔 그 자체. 1년에 수십 년이 사진 찍다 발을 헛디텨 죽는다던가. 휴스턴 형수가 나의 여행기가 기대된다해 심히 걱정되고 부담이 되지만, 이것만큼은 정말로 내 영역 밖이다. Beyond my description. None of my writing인 것을. 박물관을 둘러보고 가벼운 쇼핑. 언제 우리가 이 강을 따라 그랜드캐년을 트레일할 날이 있으랴. 지금부터 경험하는 것은 모두 ‘마지막’이기가 쉬운 것을. 등산화를 한 켤레 사도 마지막 사는 일이 뻔하지 않은가. 그날밤 도착한 민박집. 여덟 밤 중의 유일하게 낙제점이지만, 이 또한 벗들과 함께하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날의 건배사는 가객 장사익한테 배웠다. 내가 먼저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을 외치니, 알려주지 않았어도 모두 “사랑해?”를 합창한다. 이 좋은 시간들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 욕심일까?
드디어 <요세미티 공원>이다. 거대한 암석이 마치 하늘을 꿰뚫을 듯하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런 돌덩이들은 어디 우주에서 날아왔을까? 해발海拔은 또 얼마나 높은가? 나는 죽인다고 해도 핸들은 못잡겠다. 그 높은 곳에서 S자 운전이라니? 베스트 드라이버들의 수고가 막심하다. 그날의 가장 큰 해프닝. “제가 죽일 년입니다”라는 느닷없는 한 형수의 비명. 아뿔싸, 민박집에 손가방을 놓고 왔다는 게 아닌가. 이미 산길 100리도 더 와버린 것을.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의리로 똘똘 뭉친 전라고-전라여고생인 것을. 그까짓 게 무슨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일행은 한 목소리로 “Never mind. Dont worry, Be happy”라며 위로하기에 바빴다. 보아라. 이런 것이 해프닝이지, 어떻게 한밤의 친위쿠데타가 해프닝인가. 어느 넋빠진 시장놈은 “한밤의 해프닝”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 미친 나라임에 분명하다. 믿을 것은 오직 국민뿐. ‘2찍’ 유권자들은 각성하고 명심하라. 이것이 어찌 진보와 보수, 이념 갈등이고 진영싸움인가? 주둥이는 가죽이 남아서 찢어놓은 게 아님을 아시라. 몇 백미터나 되는 어마무시한 바위와 그 사이 장쾌하게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 브라이더베일 폭포와 요세미티폭포. 서둘러야 하는 일정이 아쉽다. 늘씬장대한 메타 세콰이어 말리포사숲. 짧아도 너무 속상한 트레킹코스. 시간이 죄이다. 아내는 다시 아들네가족과 같이 오자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이것도 마지막일 터. 805살을 잡수다 쓰러진 세콰이어 나이테 밑둥치를 만져보시라. 유구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던가.
추억의 샌프란시스코를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멀기만 하는가. 하루 5시간도 넘는 운전의 苦行을 즐겁게 하는 캡틴이 거듭 고맙다. 왕복일정을 모두 합하면 5000km가 된다던가. 우리의 애마와 티맵도 애썼다. 서울에서 부산을 몇 번이나 왕복하는 거리인가. 참으로 큰 나라이다. 39번 피어pier의 ‘피시 & 치드’ 점심도 좋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들의 티셔츠와 선물 사기에 바쁘다. 한 친구는 전라고 최고의 'Hope 정치인' 최강욱 후배의 후두티를 샀다고 한다. 바다사자(sea lion)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골든 게이트>, 이른바 金門橋에 올랐다. 1930년대 조류가 심한 이곳에 어떻게 다리를 건설할 생각을 했을까. 우리나라 남해대교가 이 현수교를 본땄다던가. 다리 앞 외로운 섬 ‘알 카트리즈’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한때 연방정부의 교도소였다.
마지막 민박집은 허허벌판에 지어져 인상적이다. 싸게 산 와인으로 조금은 취한 듯. 남학생들의 수다도 제법이다. 오늘의 건배사는 "리멤버 remember"하면 "이 멤버this member"였다. ‘기억하라 1988’을 시늉한 좋은 건배사가 아닌가. 어찌 이 ‘황금멤버’와 함께한 미국 서부여행을 잊을 것인가? 그런데 다음날 여행 중 ‘옥의 티’가 발생했다. 물탱크 물이 동이 나, 가져간 물을 데워 고양이세수를 할 수 밖에. 그런들 어떠하리. 8박9일 민박집 투어가 끝이 났다. 이어폰을 침대 밑에 놓고온 친구는 애교였다. 겨우 100미터 빠쿠를 했으니. 이제 LA로 가야 한다. 가기 전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아울렛>. 규모가 어머어마하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는 다 있는 듯하다. 남고생들은 별 흥미없지만, 여고생들은 발걸음이 바빴을 터이나, 인근 화재로 눈이 아프고 불내가 코를 찔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담한 <솔뱅마을>을 아시는가. 미국내에 있는 덴마크마을. 우리나라도 남해에 독일마을이 있고, 강원도에 프랑스마을이 있듯. 남원에는 ‘문화마을’이 있다는 한 친구의 하이 조크도 좋았다. 뭔 눈에는 뭣만 보인다고 서점에 들렀다. 서툰 영어로 노벨NOBEL 문학상을 받은 코리아의 노벨리스트novelist 한강작가의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Humans Acts(소년이 온다)>와 <Greek Lessons(희랍어 수업)>. 원서原書는 미안하지만 영어가 아니고 훈민정음(한글)이다. 즉석에서 구입, 37달러로 제법 비싸지만, 외국에서 우리 소설의 영역본을 구한 것도 색다르지 않은가. 덴마크를 영원히 빛내게 한 안데르센 동상 앞에서 모두 기념샷. 빵이 맛있다하는데 베이커리를 어찌 지나치랴. LA에서 시작하여 열흘만에 LA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할리우드 거리는 밟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영화의 거리로다. 길바닥에 새겨진 세계적인 연예인들의 이름판을 확인하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찍어놓은 현장에서 우리의 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의 손지문-발지문을 보았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미나리>로 주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지문은 언제나 새겨지려나? 코리아의 위상이 이리 뚜렷하고 자랑스럽거늘,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불쑥 등장하여 온나라를 진흙탕으로 만든 인간이 새삼 미웠다. 게다가 그 지지자라는 것들의 법원 습격이라니? 주유소 습격사건은 들어보았어도 법원습격사건은 금시초문이다. 가히 무법천지인 것을. 또 보아라. 여당의 지지율이 야당에 육박하기도 하고 역전까지 되었다는 이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암담하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말자. 이제 ‘빛의 시대’가 곧 열릴지니.
행운의 여행을 하게 해준 전라고 출신의 남편이 고맙다는 어느 전라여고생의 진솔한 고백에 기분이 좋은 친구도 있었다. 우리를 첫날 환영해준 LA 친구들에게 답례로 만찬을 제안했다. 다시 그 식당, 죽향에 모인 14인의 전사. 한 친구는 형수들에게 비싼 화장품을 선물했다. LA에서 처음 먹어보는 LA갈비 맛도 좋았다. 소주 한라산이 날뛰었다. 마지막날 건배사는 “이번 여행 정말 좋았지요? 제가 ‘그렇다면’을 선창하면 모두 ‘마시자!’로 크게 외칩시다”였다.
마지막으로 휴스턴에 모처럼 큰눈이 내렸다합니다. 그곳에 사시는 휴암부부의 건강한 성생활이 80대에도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당사자는 80대를 100대로 고쳐달라고 주문했다).
민중의 지팡이로 평생 봉사한 추산친구의 건강과 형수의 전주 옷가게도 날로 달로 번창하기를 빕니다.
멸치볶음과 고사리무침 등 밑반찬을 고국에서 몽땅 가져와 우리의 입맛을 내내 돋워준 배려의 여왕님과 서브기사로 애쓴 인우 부부에게도 무한한 찬사를 보냅니다.
단정한 예서체와 십자수 예술로 우리에게 문화의 품격을 높여주는 근봉 부부의 건강도 기원합니다.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학교밖 선생님과 얼치기 농사꾼인 우천 부부의 사랑도 여전할 것을 믿습니다.
덧붙여 LA의 귀한 여섯 친구의 가정에도 만복이 깃들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황의찬, 이태형, 임재균, 진준호, 최강대, 김창선.
반갑고 고마웠다. 너희가 모국을 방문할 때에는 언제나 연락해라. 너희는 우리의 VVIP임을 잊지 말라.
전라고는 사랑입니다.
전라고는 의리입니다.
전라고는 최고입니다.
끝으로, 우리 캡틴 부부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외치면
제가 3행시로 화답하겠습니다.
황: 황홀한 여행이었습니다
의: 의리로 뭉친 전라고와 전라여고생 사랑합니다
찬: 찬란한 기억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박: 박미라라고 합니다
미: 미스코리아 출신입니다
라: 나, 내조 정말 잘했지요.
고맙습니다.
2024년 1월 23일(LA 현지시간) LA 한인마을 죽향식당에서 우천이 짓고 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