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녀 젤뜨루다, 11월 16일 축일
성녀 제르트루다(Gertrudis)는 1256년 1월 6일 독일에서 태어났다.
출생지와 가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지만,
다섯 살이 되던 1261년 아이슬레벤(Eisleben)에 있는
헬프타 베네딕토회의 성 마리아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성덕으로 유명했던 이 수도원은 설립자이자 원장인 하크본(Hackeborn)의
제르트루다 수녀가 지혜롭게 운영하면서 문화와 영성의 중심지가 되었다.
어린 나이의 성녀 제르트루다는 수녀원장의 동생이며 수도원 학교 교장이었던
하크본의 성녀 메히틸다(Mechtildis, 11월 19일) 수녀의 지도 하에
개방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교육을 받았다.
15세 때 학교를 마치고 수녀회에 입회했는데, 그녀의 지적 열망과
타고난 지능으로 인해 성 베네딕투스(Benedictus, 7월 11일)와
클레르보(Clairvaux)의 성 베르나르두스(Bernardus, 8월 20일)의 영성뿐 아니라
음악, 문학, 문법학, 예술 등에도 탁월한 재능을 드러냈다.
특히 라틴어에 정통해서 수녀원 내 필사실에서 일하는 소임을 맡았다.
그러나 세속 학문과 모든 것을 지성적으로만 판단하려는 사고로 인해
영적 생활이 소원해지고 거의 냉담 상태까지 갔었다.
그로 인해 극심한 영적 고통을 겪던 성녀 제르트루다는
1281년 1월 27일 환시를 통해 예수님의 발현을 체험했다.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발현한 예수님께서는 지적 공부에만 몰두한
그녀를 책망하며 “멀지 않아 너의 구원은 올 것이다.
왜 그렇게 고통을 받느냐? 너를 슬픔에서 벗어나게 조언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느냐?”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자신과 예수님 사이에 사랑의 유대가 있음을 깨달은
성녀 제르트루다는 내적 평온함을 찾고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갔다.
그녀는 예수님과의 깊은 일치와 친교 속에서 새로운 열정을 불태우게 되었다.
세속적인 학문에 흥미를 잃고 오로지 성경과 교부들의 저서
그리고 전례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 성녀 제르트루다는 머지않아
스콜라 사상에도 정통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계시와 여러 발현을 보게 되었다.
이로써 그녀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기리는 영원한 찬가’로 바뀌게 되었다.
그녀의 생활은 하느님과의 친밀한 영적 체험의 연속이었다.
성녀 제르트루다는 자신의 저술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의 심장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흔(聖痕, stigma)을 주셨다고 밝혔다.
성녀 제르트루다는 자신의 삶과 그리스도의 발현, 그리고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신비로운 은총의 계시를 다룬 “하느님 사랑의 사자(使者)”(Legatus Divinae Pietatis)를 저술했다.
5권으로 된 이 책은 그녀의 대표적 저서로 자서전적 고백서이자 영적 유언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영성 수련”과 성녀 메히틸다에 의해 기록된 기도와 시로 된 소책자가 전해지고 있다.
그녀의 신심의 특징은 예수 성심에 대한 강렬한 사랑 체험과 헌신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영성사에서 ‘예수 성심의 신학자’라고 불렸고,
예수 성심 공경을 시작한 선구자 혹은 첫 사도로 여겨졌다.
그녀는 중세의 신비신학과 신비주의에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했고,
특히 13세기 독일 교회 안에서 가장 위대한 신비가로 여겨진다.
그녀의 풍부한 신비 경험으로 인해 ‘독일의 테레사’로 불리기도 한다.
1288년 심한 병을 알게 된 성녀 제르트루다는 합병증으로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서 예언의 은사를 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수녀원의 시간 전례(성무일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헬프타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중병으로 고통받던 성녀 제르트루다는
1302년 11월 16일 “아! 신랑이 오신다.”라고 외치면서 세상을 떠났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45세였다.
성녀 제르트루다는 공식적으로 성인품에 올려지지 않았지만,
1606년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전례의 기도와 독서, 찬가에서
그녀를 공경할 수 있다는 공인을 받았다.
이후 그녀의 축일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로 확대되었고,
1738년 교황 클레멘스 12세(Clemens XII)는
다른 제르트루다 성녀와 구별하고 그녀의 영적인 깊이를 재평가하면서
‘위대한’(the Great)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였다.♧
- '굿뉴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