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카페에서 게임 하나를 추천 받았습니다. Vagrus라는 게임인데, 스토리도 많고 오픈월드라는,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보여서 두근거리며 이번에 샀습니다. 작년(2021년 10월 6일)에 나온 게임인데도 겨울세일에서 무려 15% 세일을 하더군요. 갓-겜..
게임의 배경은 역시 카페에서 추천받았던 게임 중 에이지 오브 데카당스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다른 부분이 많지만, 대략 '신(들)로 인해 번영하던 세계가 대충 망한 세계'라는 것과 로마에서 모티브를 받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참고로 에이지 오브 데카당스도 갓겜이니 궁금하신 분은 한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단어도 라틴어에서 따온듯한 느낌(안배워서 모름)도 들고, 세계 자체도 넓은데다 '진짜 신에게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어원 그대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분위기 뽕은 충분합니다.
스토리도 충분합니다. 영어의 압박이 강해서 한국어판이 간절하(지만 분명 안나올테)지만,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으니 RPG의 어원에 충실한 모습을 보입니다. 저는 이런 성향 드러내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맘에 들었네요.
게임에서 돈벌이 수단은, 대항해시대 시리즈보다는 배틀브라더스에 가깝습니다. 세세한 디테일이 없는걸 생각하면 은색의 용병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의뢰를 받아서 그걸로 돈을 버는 구조인데, 인명경시사상은 죄다 똑같아서(..) 전투를 하면 영웅은 죽지 않고, 병사들이 많이 죽지만 다시 뽑으면 그만입니다.
대신 모든 것이 돈이다보니 하루 움직이는 것도 돈, 의뢰 해결하고 돌아오는 시간도 다 돈인데, 거기에 퇴치퀘는 삼국지10 도적소탕퀘마냥 어디 있는지 두루뭉술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하루 이틀 더 지체할 때도 있다보니 그냥 이득 각이 어느정도인지 잡히는 배달퀘가 더 편합니다. 저는 전투 자체가 맘에 안들어서 배달퀘만 했는데, 그래도 용병단(사실상 표국)이 튼실히 커져서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이 게임 필드에서 보통 수행하는 전투입니다. 물론 어쩔수 없이(퀘라든지)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전투력과 가지고 있을 보물 각을 재보니 이겨봐야 소용 없을 것 같은 경우에는 제물을 두고 도망(제물엔 노예도 포함(!))치거나, 정규군일 경우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전쟁 방식은 강철제국?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3페이즈로 나뉘어져서, 표적을 못정하긴 하지만 세미리얼타임으로 알아서 싸웁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 컨트롤에 한없이 약한터라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 게임은 왜 사람들이 많이 안할까요? 이렇게 갓-겜 요소가 많은데!!
일단 튜토가 진짜로, 진~짜로 재미가 없습니다.
농담 아니라 이렇게 재미없는 튜토, 혹은 DLC를 고르라면 킹덤컴 할 때 테레사 DLC가 바로 생각날 정도로, 길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는 튜토리얼이 VAGRUS의 튜토리얼입니다.
스토리도 눅눅하고, 일러스트도 구리고, 스토리를 이끄는 인간도 개구린 녀석이고, 보급품과 노예의 개념도 안잡혀서 여행 할때마다 망가지고, 그런데도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가서 지금 날 믿는 녀석들 밥은 먹여야지 싶어서 물품 남기고 그랬는데, 다 끝나보니 그 개고생이 할 필요 없는 뻘짓이었고..
그러다보니 튜토리얼을 하다보면 이걸 내가 왜 하나 싶고, 이게 이런 구린 겜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게임의 참맛을 느끼는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무려 8.9% 내에 든게 자랑(...)이지만, 사실 이 게임은 킹덤컴처럼 세계를 누비면서 의뢰를 깨고, 배틀브라더스처럼 명성을 얻으면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용병단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튜토리얼만 하면 무슨 스토리라인이 있는 JRPG, 그것도 배드엔딩만 있는 그런 이미지로 보이는 셈이죠. 그러니 본편이 맞는 사람도 튜토리얼을 하고 있으면 기운이 빠지고, 튜토리얼이 재밌던 사람은 막상 본편을 하면 취향이 안맞을 수 있습니다. 정말 안좋은 선택이라 이말입니다.
저는 그나마 양쪽이 취향에 맞는 편이라 개구림을 감수하고 플레이했습니다만, 이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튜토 거르고 플레이 했다가 게임오버 당한 살마이 24%로 많은 편이니 생각보다 좋아한 사람이 많을지도...모르지만, 아무튼 구린 편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가장 구린 점중 하나. 전투입니다.
아까 위의 것은 용병단을 운영하면서 통상적으로 하는 전투고, 이 게임은 영웅만 참전하는 전투도 나뉩니다. 사실 튜토리얼에서는 이 전투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근데 이 전투가, 진짜 더럽게 재미없습니다. 전열에서 싸워야 되는 녀석은 후열가면 할게 없으니 무빙 해야되고, 후열에 있어야 될 녀석은 전열가면 바로 죽으니 무빙해야되는데, 적의 공격은 전후 바꾸는게 하나둘 수준이 아니라 계속 무빙해야되고, 턴제라서 이상하고,
거기에 유니티 게임이라선지 개발인력의 한계인지는 모르겠는데 디자인이 뭔가 플래시 게임 수준으로 저가의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처음 싸웠을 땐 '이거 계속 해야되나'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다행히 이후 스토리(그 눅눅함)가 맘에 들기도 했고, 이본편은 재밌어서 계속했지만.
그 외에도 보급품이 더럽게 비싸서 무역 한번 해서 얻는 이익이 하루 보급품 먹는 양과 같다든지, 배달퀘가 좋긴 한데 밸런스 완전 망가져서 현실적으로 안맞는 수준으로 많이 받는다든지 그런 면이 있는데, 그런건 뭐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튼 결론은 추천입니다만, 하시게 된다면 그냥 튜토리얼을 거르시는걸 추천합니다. 어쩌면 이미 플레이 해보셔서 스토리를 다 파악하신 분들이 보셨을 때 '음? 튜토리얼이 나중 메인스토리에서 엄청 중요한데요?'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사실 그정도까지 하지 않아서 제가 잘 모르기도 하고, 14시간 중 튜토리얼에서 물품 어떻게든 남겨서 용병단 먹여살리겠다고 5시간 내내 뻘짓한 저로선 튜토를 추천 드릴 수가 없습니다.
스토리와 오픈월드, 퀘스트를 깨고 돈을 버는 데서 오는 희열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플레이를 권합니다.
첫댓글 딱봐도 전투가 너무 구려보이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이쪽 취향인지라 ㅋ
취향에 맞으실 것 같다니 다행이네요. 이렇게 썼지만 이 후 한달동안 100시간 찍었습니다(..)
가격이 아무래도 좀 되다보니(3만원대 중반) 세일을 노리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