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새끼여우발톱 / 최병호
심상숙 추천
새끼여우발톱
최병호
별들의 휴가지 덕산기 계곡에서
여우 발을 닮은 꽃 하나 만났습니다
발걸음 따라 전화가 연결되기도 하고
끊기기도 하는 곳
숲속 책방 갈참나무 그늘에서
정선의 별을 닮은 이름 하나 가지고 있을
작은 꽃 하나 만났습니다
눈발 같은 꽃의 이야기를 잘 찾을 수 없어
이 갈참나무 그늘에서는
오이 이파리처럼 손이 위로 뻗어 나온 너를
새끼여우발톱이라 불러도 될까요
산물에 발목을 서너 번은 적셔야 오를 수 있는
덕산기 계곡을 벗어나면
하얀 티눈 같은 꽃
원래 이름을 찾을 수 있겠지만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휴가를 낸 이곳에서는
새끼여우발톱으로 불러 주세요
추운 겨울을 틈타 북쪽의 여우들이 계곡까지 왔다면
눈을 뒤집어쓴 몸을 털다
작은 눈발 하나씩 떨어진 자리에서 네가 피어났다면
눈발처럼 작지만, 계곡의 별을 다 담을 수 있는
큰 하늘을 가지고 있겠죠
눈이 커서 큰 하늘을 다 담을 수 없는
꽃
새끼여우발톱
(『김포문학』 40호 273쪽, (사)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2023)
[작가소개]
(최병호 전남 해남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졸업, 고려대 언론대학원 수료, 2021년《열린시학》등단)
[시향]
최병호 시인은 덕산기 계곡에서 눈발처럼 작은 꽃 하나를 발견하여 살펴보면서, 생태학적인 감수성이 쪽빛처럼 배어 있는 시 한 편을 씁니다.
“계곡에서 여우 발을 닮은 꽃 하나 만났습니다”
“갈참나무 그늘에서
정선의 별을 닮은 이름 하나 가지고 있을
꽃 하나 만났습니다”
“눈발 같은 꽃의 이야기를 잘 찾을 수 없어
이 갈참나무 그늘에서는
오이 이파리처럼 손이 위로 뻗어 나온 너를
새끼여우발톱이라 불러도 될까요”
“산물에 발목을 서너 번은 적셔야 오를 수 있는
덕산기 계곡을 벗어나면
하얀 티눈 같은 꽃
원래 이름을 찾을 수 있겠지만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휴가를 낸 이곳에서는
새끼여우발톱으로 불러 주세요”
“추운 겨울을 틈타 북쪽의 여우들이 계곡까지 왔다면
눈을 뒤집어쓴 몸을 털다
작은 눈발 하나씩 떨어진 자리에서 네가 피어났다면
눈발처럼 작지만, 계곡의 별을 다 담을 수 있는
큰 하늘을 가지고 있겠죠”
“눈이 커서 큰 하늘을 다 담을 수 없는
꽃
새끼여우발톱”
독자로서 본문을 소리 내어, 혹은 눈으로 따라가며 읽다 보면 어느덧 계곡에 함께 들어서 “새끼여우발톱” 이라는 아주 작은 꽃을 만나게 되겠습니다. 상상의 힘으로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어 보는 기쁨을 누려보기도 하겠습니다.
글: 심상숙(시인)
첫댓글 아유 심상숙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