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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양국을 무대로 활동 중인 의류오퍼상 최인준씨(남ㆍ가명). 그에게는 무역인 본업만큼 중요한 부업이 하나 있다. 바로 주식투자다. 그것도 글로벌 투자자다.
그간 한국에서만 해왔지만, 2002년부터는 중국증시에도 여윳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사업상 중국에 자주 들락거린 게 계기가 됐다. 게다가 중국증시에서는 비즈니스맨 특유의 돈 냄새까지 풍겼다.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확신은 더해갔다. 그의 전략은 ‘우량주 장기투자’다. 일 때문에 붙박이 투자가 불가능해서다. 이게 주효해서일까 성적도 평균 이상이다. H시장에 주로 넣었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한국에서의 경험도 한몫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약 40% 수익을 냈다. 고무적인 건 앞으로다. 2010년까지 200~300% 이상 오를 거란 게 그의 판단이다. 때문에 그는 주위에 중국주식을 살 것을 인사말처럼 권한다.
‘중국주식에 돈을 묻어라’는 건 최씨 얘기만이 아니다. 중국을 아는 사람치고 ‘중국주식 = 유망자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만큼 ‘공개된 대형호재’다. 다만 90년대만 해도 중국 주식투자는 국내투자자 중 일부만의 전유물에 그쳤다. 재료도 몰랐거니와 투자방법도 극히 제한적이었던 까닭에서다.
그런데 3~4년 전부턴 양상이 변했다. 중국특수가 본격화되면서 나라 밖 한국투자자의 러브콜이 잦아졌다. 출장길에 주식계좌를 열거나 국내에서 직접투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투자 루트의 대중화가 여기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면 중국주식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과연 승산이 있는 게임일까. 실제로 국내투자자에게 중국주식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그도 그럴 게 사회주의 시스템이 적용된 중국경제ㆍ기업이라는 게 한국투자자에게는 꽤 낯설기 때문이다.
방향(중국 주식투자)은 맞지만 길(투자방법)이 울퉁불퉁한 것도 아쉬움 중 하나다. 중국경제ㆍ주식에 능통한 주희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에게 이와 관련된 해법을 물어봤다. 그는 국내 최초ㆍ유일한 중국인 증시분석가다.
베이징공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한국으로 유학, 지난 2002년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우증권에서 중국경제ㆍ기업분석과 투자전략을 맡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애널리스트는 중국주식에 높은 점수를 줬다. 현재 A시장 지수가 1200선까지 떨어졌는데 3000선 도달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
그나마 보수적인 전망이다. 거시경제의 밑그림을 살펴보면 당분간 ‘고’(Go)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메가톤급 호재까지 속속 가세했다.
가령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책만 해도 셀 수 없이 발표된다. 주애널리스트는 “지수가 3000에 안착하지 않으면 증시개혁이란 말을 하지 말자고 할 만큼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며 “초기 한국의 코스닥 충격처럼 시장 자체의 악재가 시황을 끌어내리긴 했지만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했다.
중국 정부는 3~4년 전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증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부양조치를 취했다. 소유권과 권리권 분리를 통해 정부물량인 법인주를 시장에 풀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했다. ‘주식 하면 손해 본다’는 개인투자자의 불신을 만회하기 위해 ‘손실액까지 보존해주겠다’는 뉘앙스까지 엿보인다.
중국증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AㆍBㆍH시장 등이다. A시장은 중국 국내투자자용으로 2002년 말부터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에게 개방됐다. B시장은 외국인투자자용으로 2001년부터 내국인 투자가 가능해졌다. 반면 H시장은 같은 중국 본토기업이지만 상장을 홍콩증시에 한 경우다.
AㆍB시장은 각각 상하이와 선전으로 또 나뉜다. A시장은 위안화로 거래되지만, B시장은 달러로만 결제된다. AㆍB시장은 모두 중국의 대표ㆍ대형주가 많이 포진해 있으며, 특히 A시장이 비교적 탄탄하다. 한국투자자에게 익숙한 차이나펀드에 속한 종목은 거의 A시장 종목이다. 단 A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주애널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 한국인 중 적잖은 수가 A시장에 우회투자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국증권사도 이를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시장의 경우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해 ‘투자 적기’로 자주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A시장은 대형 IT업체ㆍ제조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다. 모두 640여개에 이른다. 개중에서도 우량주로 분류되는 알짜종목은 H시장에 동시 상장된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 비교적 활발히 거래되는 건 시가총액 상위 20~30여개에 불과하다.
단 A시장은 까다로운 상장조건에도 불구, 외국인지분율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 요소도 있다. 중국주식을 매매한다면 H시장에서 데뷔하는 게 유리하다. 비록 중국회사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동 중인 홍콩에서 상장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계기준은 선진국 못지않게 탄탄하다. 통신서비스와 금융회사가 주로 거래된다. B시장은 비교적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 위주로 포진해 있다. 주애널리스트는 “A시장은 투자제한이 많아 우회적인 방법뿐이지만 BㆍH시장은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합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회사의 주식을 매매할 때는 몇가지 유의할 게 있다. 일단 내재가치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고평가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거품을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PER(주가수익비율) 20배는 용인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꾸준한 경제성장이 답인데, 지금으로서는 긍정론이 많다. 올림픽과 세계박람회가 연거푸 열리는데다 서부대개발 등의 국가적 개발 프로젝트까지 수두룩하다. 적어도 향후 5~6년간은 연간 10% 내외의 성장이 가능한 배경이다.
고실업ㆍ대만문제 등 사회불안 악재가 없지 않지만 부각될 공산은 낮다. 또 하나 조심할 건 독특한 정부 역할이다. 중국기업의 오너십은 중국 정부에 있다. 금리ㆍ환율은 물론 증시상장ㆍ퇴출도 정부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 심지어 신규상장 때 가격 역시 국가가 정해준다. 시장논리가 막힐 확률이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이는 호재이기도 하다. 설마 정부가 주인인데 망하기야 하겠냐는 논리다. 아무튼 중국경제의 특수한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게 급선무다.
최선의 매매방법은 현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거래보다 수수료가 싸고 세금이 없다.
증권계좌 개설 전에는 반드시 은행에서 외환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또 계좌도 주주계좌(주식관리용)와 자금계좌(자금관리용) 둘 다 열어야 한다. 주주계좌라면 주주계좌신청서를 작성한 후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이때 계좌개설비가 든다. 자금계좌는 주식거래를 위한 필요자금 입출금 때 사용된다. 이는 중국 증권사가 입출금업무를 하지 않아서다. 입금 때는 여행자수표로 하는 게 나중에 출금ㆍ반출시 입증이 쉽다. 그 다음은 매매다. 역시 인터넷이 요긴하다. 중국의 대형증권사는 모두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지원한다. 몇몇은 영어까지 제공한다.
한국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브릭스(BRICs)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유일한 통로였지만, 지금은 직접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국내증권사가 느는 추세다. 리딩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이 대표적이다. 이들 본ㆍ지점을 방문해 해외증권 전용계좌를 열면 된다. 단 매매는 이들 증권사 국제영업부를 통한 전화주문만 허용된다. 현지투자 때와는 달리 국내투자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한 20%의 양도소득세를 낸다.
투자할 만한 중국기업은 대략 몇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대형테마로 SOC와 관련된 개발아이템을 주목한다. 주지하디시피 중국경제는 성장초입 단계다. ‘세계의 공장’답게 곳곳에서 묵직한 인프라가 구축 중이다.
역시 부동산회사가 돋보인다. 최근 5년간에는 연속해 연평균 20%의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몇몇은 연간 상승폭이 200~300%를 웃돈다. 전력산업도 유망업종 1순위다. 경제성장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전력을 수반한다. 외국펀드가 전력업종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고속도로산업도 좋아 보인다.
늘어난 수송물량과 마이카 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물류인프라산업도 앞날이 밝다. WTO 가입으로 향후 세계무역의 중심지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2003년 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세계 1위다. 인프라산업은 외국인투자가의 강력매수 종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