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공황장애였구나…
(성도님, 왜? 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힘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산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병명이 어느새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 생소한 정신과적 병은 결코 만만하고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중 공황장애라는 병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이 공황장애를 경험했거나 현재 고통을 겪고 있다. 공황장애가 두려운 이유는 병의 원인과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숨이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밀폐공포증 같은 것이다. 비행기를 타기만 해도 거의 기절 상태가 되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뒷자리에 탈 때 양쪽 창가에 앉으면 괜찮은데 가운데만 앉으면 갑갑해서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또 창문이 열리지 않는 고속버스를 타면 갑갑함을 견딜 수 없어 승용차나 기차만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비둘기만 보면 극심한 두려움에 빠져 토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거나 심지어 호흡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운동선수는 잠을 자려고 하면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서 거의 3년을 집이 아닌 자동차에서 잤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주로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의외로 일반인 중에도 이 병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사탄, 마귀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철야기도와 새벽기도를 하고 축사, 축귀를 하라고 강요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내 경험상 공황장애를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 듯 하다.
첫 번째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심지어는 약을 먹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만 해도 다녀도 90%는 극복되는 것 같았다. 불안해지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약을 먹어도 진정되므로 그저 가지고만 있어도 안도감이 생기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다가 조금씩 극복되고, 나중에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완전히 낫기도 한다.
두 번째 방법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나을 때까지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며 기도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하는 방법이다.
나는 세 번째 방법을 무조건 선택할 것이다.
나도 한때 매우, 아주,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후매가 급한 전화를 걸어왔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가서 사고수습을 도와주고 돌아왔는데, 문제는 그날 밤에 일어났다. 사고 현장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게 아닌가. 갑자기 숨이 콱 막혔다.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새벽이 될 때까지도 잠들 수 없었다. 견딜 수가 없어 급기야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 가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렇게 숨이 차서 죽을 지경까지 뛰면 저절로 심호흡이 가능해지고 규칙적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매일 밤 벌어졌다. 지쳐서 쓰러질 정도가 안 되면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호흡곤란이 왔다.
까닭 모를 두려움과 호흡곤란을 매일 밤 겪다 보니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다.
병원에 가보았다. 결핵인가 싶어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코가 이상이 있나 해서 이비인후과에도 가보고, 한의원도 가보았다. 부정맥검사, 심장검사 등 온갖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하니 미칠 것 같았다.
의사들은 그냥 마음을 편히 먹으라고 했다. 아무 병도 아니라면서. 나는 숨을 쉬기가 힘들어 죽겠는데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괴롭다 못해 나중에는 우울증까지 오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이 몇 달간 지속되자 몸은 바싹바싹 마르고, 얼굴색도 거의 말기암 환자처럼 시커멓게 죽어갔다. 고통의 나날 속에서 지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자. 그래, 기도를 해보자. 병원에서는 아무 병도 아니라는데 나는 이렇게 죽도록 괴로우니 어쩌겠는가. 하나님께 매달리며 믿음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나는 지금 이 순간 나를 구해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두 손을 답답한 가슴 위에 얹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감사할 거리를 찾았고, 지금까지 사는 동안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며 감사기도를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즐거웠던 추억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 아이들을 키우면서 좋았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 감사기도를 했다. 감사할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감사기도를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편안해지고 숨 쉬는 게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감사기도를 통해 밤에 죽도록 달리지 않아도 되는 정도까지는 일단 회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 국장님의 부친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가게 되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데 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태가 나쁠 때는 초상집에 가는 게 좋지 않다고 하던데…….’
순간, 아차 싶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 내가 지금 무슨 귀신 떡구워 먹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건 무속인들이나 따지는 거잖아. 약해지니까 별생각이 다 드네. 내가 미친놈이지.’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나는 입구에 서서 5분쯤 기도를 하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가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상주를 만나 위로의 인사를 전한 뒤 돌아서 나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계단을 밟고 내려서는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크고 강하게 들리는 게 아닌가.
“다 나았다. 걱정 마라!”
할렐루야!!
정말 하나님의 음성이었는지, 내 마음속의 자신감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음성을 듣고 나서는 두 번 다시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하나님이시다.
이 힘들고 괴로운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진리가 있다.
첫째, 내가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아플 수 있고 고난을 겪을 수도 있구나. 믿음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고 건강하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구나.
둘째,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말씀 읽으며 하나님께 믿음으로 다가가고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하는구나.
셋째,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감사기도가 최우선이구나. 감사기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비법이구나.
영적인 체험을 했다는 나도 고난 앞에서 이렇게 말씀과 기도를 잊어버릴 뻔했는데, 하물며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 성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동안 말씀과 기도를 늘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_ 여호수아 1장 9절
당시만 해도 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공황장애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옆에서 조언해주는 분도 없었고,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야한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작정 기도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 그런 일을 다시 겪게 된다면 혼자 고통에 빠져 고생하면서 기도만 하며 견디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 치료와 기도를 병행해서 하루빨리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고,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복음 사역과 내 삶에 더욱더 충실할 것이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말씀으로,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