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에 마냥 웃지 못하는 해외수주 건설사들이 있다.
뉴스1, 신현우 기자, 2022.09.16.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적극 나섰던 건설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통상 계약금액이 달러로 지급되는 만큼 고환율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현지 인건비·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제대로 된 실익을 챙길 수 있는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기에 일본 등 주요 경쟁국의 화폐 가치 하락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월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209억793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억7812만달러)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331건에서 364건으로 10% 수준 늘었다. 이는 우리 건설기업이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이 건설업계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달러 등의 공사계약금액이 한화로 환산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건설업체인 A사 관계자는 “당장 매출을 고려했을 때 달러가 강세인 경우 이득으로 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 달러로 비용을 처리한 이후 나머지 이익을 한화로 계산해 실적에 반영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건설업체인 B사 관계자는 “수주 금액 상승으로 인해 유리한 국면이 있지만 고환율로 인한 매입 단가 인상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사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득실을 따질 수 가 없는데 긍정과 부정이 혼재된 것으로 이해된다”고 전했다.
신규 수주 사업자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경우 회계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건설업체인 C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회계 반영이 주기적으로 이뤄진다”면서도 “당장 원달러 고환율에 매출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회계 반영이 되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금을 받을 때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8원 오른 달러당 13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1397.9원까지 오르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31일(장중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다.
일각에서는 주요국의 가격 경쟁력이 동반 상승해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엔화·중국 위안화 등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화 강세로 우리 건설기업이 해외 수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게 사실이지만 수주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의 화폐 가치도 떨어져 입찰 시 큰 메리트가 없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특히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을 경우 수익성 제고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최근 유로 등으로 결제 통화를 다양화해 사업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리 건설기업에 좋다 나쁘다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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