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뇌 불균형 이론에 이어서 이번에는 애착이론에 중심을 둔 놀이치료의 문제에 관해 얘기하려 합니다.
애착이론은 1907년 영국에서 태어난 심리학자인 존 볼비가 제창한 이론입니다. 20대 초반 그는
도둑질을 해서 수용소에 수감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부모와의 애착의 문제가 문제의 근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감된 청소년 44명의 성장과정을 조사하던 중
그들은 하나같이 유아 시절(0-3세)에 부모 특히, 엄마와 격리된 채 성장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돌봄이 박탈된 체 성장하였고 이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관찰을 근거로 부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아동심리학에서는 그의 애착이론을 받아들였으며 아동의 문제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거나 치료할 때
상당히 중요한 이론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놀이치료 분야에서 애착이론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한참전부터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론과 통합하여 생각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은 애착이론을 아주 중심적으로 여기는 경향은 지속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놀이치료를 보면서 애착이론과 관련하여 느낀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치료사는 어떤 아이든지 애착의 문제라고 여기고 모든 걸 그에 맞추어 설명하려 한다.
( 애착이론이 들어맞는 아이도 있지만 여러 관점에서 아동을 바라보지 않고 거의 신앙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상태를 한번보고 상당히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은 믿음직하긴 하지만 위험하다.
20년이 넘은 소아정신과 의사도 단시간 내에 아이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 )
2. 애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결국 어머니가 아동양육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되므로 어머니를
아동문제의 원인제공자로 몰면서 상당한 죄책감을 유발시킨다. (원래 아이는 문제가 없다는 말에 안도가
된다. 하지만 죄책감이 많아진 어머니는 처음에 대부분 받아주다가 나중에 화내는 식으로 일관성을
잃기 쉽다. 부모가 혹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부모에게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치료자는 도덕적으로 나쁘고
치료자로서도 낙제이다. 상담자가 나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항의하실 수 있어야 한다.)
3. 애착이론만 아는 치료자는 자폐, ADHD, 틱, 학습장애 등의 진단은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아이가 어떤 상태던지 상관없이 모두 어머니가 아이를 잘못 돌보았으며 그래서 아이는 현재 애착이
약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것이다. 아이는 불안해서 발달이 늦는 것이며 산만한 것이며 공부를 못하는
것이고 틱을 하는 것이다 같은 식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약은 필요없는 것이고 먹으면 큰 일이 나는
것이다. ( 좋은 치료사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치료사의 약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약에
관해서 굉장히 자신있게 무슨무슨 부작용이 있으니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지하지만
용감한 타입의 사람이다. 약은 이점과 단점이 있고 맞는 아이가 있고 안 맞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균형잡힌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4. 애착이 문제니 부모에게는 ' 다 받아주어라' 라는 식의 조언을 한다. 잘못하던 말던 훈육을 중단하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아이를 대할 때 마치 심리상담사처럼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 다 받아주는
것은 쉽다. 사안에 따라서 받아주거나 기다리거나 꾸짖거나 하는 것이 어렵다. 다 받아주면 아이는
일시적으로 상당히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우울감이 문제가 되는 아이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동조절이 안 되는 아이의 경우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외국책을 번역한 양육도서의
공통점은 부모를 심리상담사처럼 행동하도록 권한다. 자위를 해도 자해를 해도 나쁜 친구를 사귀어도
이를 닦지 않아도 내버려두라 한다. 부모는 제3자가 아니고 제2자이므로
상담사처럼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사춘기 화가 난 청소년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항상 괜찮은 방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