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바라보는 직업인 '교사'는 어떨까?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순위에 당당히 '교사'는 상위에 올라있을 뿐만 아니라 1위 자리에 오른 적도 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할 만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차라리 밖에 나가 일하는게 낫지.....'. 하루 종일 애 봐줘도 한 눈 판 사이에 넘어져 다치면 그만이라고'.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과의 만남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학생과 연결된 학부모도 자신의 자녀에게 손해 되는 일이 일어나면 그동안 고마운 일은 싹 잊고 순식간에 돌변한다. 인격을 모독하는 일도 대반사다. 학교를 전쟁터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처난 교사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 함께 하는 동료들도 자기 자신 건사하기도 힘든데 옆 반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교사 스스로 느끼는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교사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신에 대한 정서적 만족감이다.
자존감이 높을 때에는 학생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학생과 부딪친 그 장면을 복기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학부모의 막말과 근거 없는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동교 교사로부터 지적을 받더라도 서로의 관점 차이로 보고 관계 회복을 위해 타이밍을 기다린다. 교장, 교감이 이것저것 시키며 스트레스를 주더라도 과감히 거절하며 교사의 권리를 주장하며 설득할 수 있다. 단, 교사의 자존감이 높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교사 대부분이 자존감이 높은가? 자존감을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를 살펴봐야 한다. 교사는 학교 환경과 불리될 수 없는 존재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러 만남이 이루어지고 관계 속에서 자존감은 출렁거린다. 학부모, 학생, 동료교원, 교장, 교감의 관계는 교사의 자존감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다고 교사의 자존감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땅으로 뚝 떨어진게 아니다. 학교 안에서만 생긴 관계로 생긴 것이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사가 되기 전 살아왔던 가정 환경, 부모와의 관계, 과거의 상처 등 학교 밖에서 생긴 관계도 교사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는 교사 개개인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다. 수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교사의 자존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 과연 학생과 상호작용을 원만히 할 수 있겠는가.
학부모의 피드백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며 실패도 약이라 생각하고 도전 정신을 굽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교사의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자존감을 추락시킨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학생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면 학생을 만나고 있는 교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의 관계로 자존감이 추락했다면 학부모를 만나고 있는 교사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이를 발견해야 한다. 누가 이 일을 도울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면 좋겠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누적해 가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을 상승시켜 가는 일이다.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거다. 그렇다고 교사 본인에게만 맡길 것도 아니다.
교장,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학교 안에서는 최대한 교사를 믿어주는 문화를 만든다. 교사가 학생에게 신경 쓸 수 있게 여유를 만들어 준다. 교사들이 불필요한 행사나 공문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만든다. 눈치 보지 않고 수업과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준다. 학교 밖에서는 교사의 아픔과 상처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모임을 권장한다. 사실 학교 안에서 이런 모임을 권장하면 더더욱 좋을 듯 싶다. 소위 동료 교사들끼리의 수다 모임이 시간을 허비하는 모임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나누고 공개하며 서로의 아픔을 토닥토닥 만져주는 모임이 된다면 이것만큼 자존감을 높여주는 모임이 없다고 본다. 각종 협의회, 연수, 토의토론도 좋지만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이라도 교사 수다 모임을 적극 권장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교사들이 교장, 교감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기꺼이 이야깃감이 되어 드리고 싶다.
교사가 자존감을 회복했을 때 효과는 바로 학생들에게 나타나고 교육의 질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돌출 행동도 귀엽게 봐 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극성 맞은 학부모의 민원에도 웃음으로 넘길 여유를 갖게 된다. 행복한 학교는 교사가 자존감이 높은 학교다. 교장, 교감이라면 교사들이 수다 떠는 모임을 색안경만 끼고 보지 말자. 아니, 그 모임에 낄 수 있다면 교장, 교감이 먼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나눠 보면 어떨까? 학교 얘기말고 평상 시 살아가는 모습말이다. 걱정거리, 힘든 점 말이다.
학교의 리더는 교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자존감을 높여 드리는 일은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처럼 아주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학교 운영, 행정적인 처리 잠시 미루고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