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최준호 '밴쿠버 민주 한인 연대' 대표
"2016년 광화문서 2024년 밴쿠버까지"
촛불집회 중고생대표 출신, 윤석열차 논란 후 캐나다 망명
"일주일 새 500명 시국선언 동참... 한인사회 민주화 열기 뜨겁다"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서 중고생 대표를 맡았던 최준호씨(26)가 이번에는 밴쿠버에서 깃발을 들었다. '윤석열차 논란' 이후 망명길에 올랐던 그는 밴쿠버 한인사회 최초로 '밴쿠버 민주 한인 연대'를 결성하고 계엄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밴쿠버 아트갤러리까지, 8년의 시간 동안 그의 민주화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밴쿠버민주한인연대 대표 최준호(26)입니다.
저는 2016년 한국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중고생대표를 맡았었습니다. 당시 중고생들이 교복을 입고 거리로 나오며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중앙일보에서도 많이 취재를 해주셨는데, 이렇게 만리타지에서 다시 이 이름을 듣게 되니 반갑고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Q: 밴쿠버에서 첫 집회를 준비하실 때 가장 걱정되셨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평화로운 한인사회에 혹여라도 갈등의 씨앗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이른바 '12.3 계엄 사태'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나오듯 대다수 국민들은 21세기에 벌어진 명분 없는 계엄령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화를 위해 힘겨운 과정을 겪어 온 한국에서 태어난 자로서, 그리고 선배 세대께서 일구신 민주화의 과실을 먹으며 자란 청년세대로서 응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걱정을 떨쳐내고 집회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Q: 밴쿠버에서 첫 집회를 준비하실 때 가장 걱정되셨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평화로운 한인사회에 혹여라도 갈등의 씨앗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이른바 '12.3 계엄 사태'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나오듯 대다수 국민들은 21세기에 벌어진 명분 없는 계엄령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화를 위해 힘겨운 과정을 겪어 온 한국에서 태어난 자로서, 그리고 선배 세대께서 일구신 민주화의 과실을 먹으며 자란 청년세대로서 응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걱정을 떨쳐내고 집회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시위를 처음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망명비자로 캐나다를 찾아온 몇 안 되는 한국인입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직후, 이른바 '윤석열차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그린 시사 풍자 그림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모두 달려들어 비난에 열을 올렸던 사건입니다.
제 후배 중고생들은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중고생 시국선언을 열고자 하였고, 저는 당시로부터(불과 몇 년 전인) 2016년 촛불집회에서 중고생대표를 맡았기에 이들을 책임지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재외국민으로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저는 '정치망명자'라는 타이틀은 아예 빼버려도 전혀 문제가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홀러와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제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고, 그들도 저와 한 마음 한 뜻이었습니다.
저는 계엄령 직후, 두 가지의 상반된 풍경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캐나다인 친구들이 저희와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많은 질문과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인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들이 속으로는 계엄에 분노하면서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함부로 하기가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캐나다인조차 계엄에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해주는데, 당사자인 한국인들이 그저 다른 나라에 잠시 머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LA, 파리, 시드니 등 다른 국가의 교민들은 물론이고, 토론토와 애드먼튼에서까지 활발한 '정치운동' 혹은 '재외동포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Q: 처음 몇 분의 참가자들과 함께 시작하셨나요?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저와 부대표를 맡고 있는 분, 그리고 소수의 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20대입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BC에 거주하는 한인이 적게 잡아도 7만명이 넘는다는데, 이곳에서 오래 사신 영주권자, 시민권자 분들이 뭔가 움직임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 우리가 괜히 나서서 혼선을 드린 것은 아닐까?' 라며 걱정도 하였습니다.
Q: 이번 집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한국의 경우 2016년 촛불집회때는 모두가 실제 촛불을 들었지만, 2022년에는 핸드폰 플래시를 썼고, 2024년 현재는 야광봉이나 아이돌 응원봉이 집회 현장을 채우며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집회는 아무래도 한국만큼 대규모로 본격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첫 집회를 진행할 때, 집회의 시작을 알리자 많은 참가자분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아이돌 응원봉, 달러라마에서 구입한 야광봉 등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장면은 다운타운 한 가운데에 한국 국회 앞 시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Q: 아트갤러리 앞이라는 장소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시국선언 추진 과정에서 집행부에서 최종 후보지로 선택한 곳은 세 군데였습니다. 첫 번째는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 두 번째는 총영사관 앞, 세 번째는 로히드 한인타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을 택한 이유는 한인과 캐나다 양쪽에 충분히 어필이 되는 장소라는 점과, 다민족국가인 캐나다에 온 다양한 국적의 분들이 각자 국가의 주제로 다양한 시위를 매일 개최하는 곳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되었습니다.
Q: 집회 참가자들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시나요?
A: 집회가 끝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때는 향후 시국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열띤 토론부터 집회가 전부 종료된다면 앞으로는 한인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볼지에 대한 생산적인 의견 나누기, 그리고 밴쿠버를 살아가며 얻은 맛집 정보나 일상에 대한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Q: 처음 보는 분들이 집회에 참여하실 때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시나요?
A: 집회에 처음 오는 분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한국에만 있었어도 당장 거리로 달려나갔을 텐데, 밴쿠버에 있는 탓에 너무 답답했다. 그런데 밴쿠버에서도 집회를 연다니,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라는 반응입니다.
나라를 생각하여 당장에라도 거리로 뛰쳐나오고 싶었던 차에, 그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모두들 연거푸 하십니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한인분들이지만, 고국을 생각하는 애국심만큼은 모두 뜨겁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Q: 현지 경찰이나 행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모든 현지인들이 뉴스를 통해 한국의 계엄령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집회를 하며 지나가면, "여러분은 한국의 계엄령에 대한 집회를 하는 것입니까?"라고 다들 물어봅니다. 맞다고 대답하면, 모두가 캐나다는 여러분을 지지할 것이라며 지지와 격려의 말을 해주곤 합니다.
Q: 이런 활동을 하시면서 개인적으로 느끼시는 보람이나 변화가 있다면?
A: LA, 토론토 등 여러 주요 한인 밀집 도시에는 한인 시민사회단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들은 이런 시국상황에서는 고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평상시에는 지역사회에서 한인 권리 증진과 한인사회 봉사단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밴쿠버에는 이런 공간이 없다는 것에 많은 주변 분들이 아쉬워하였습니다. 특히 밴쿠버의 젊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톡방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이젠 "무언가 요구하고자 하는 것, 참여하고자 하는 것, 외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이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기뻐하기 시작했고, 사실 누구보다 앞서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 20대층에서, 이전보다 활발한 정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뿌듯하고 보람찹니다.
Q: 향후 집회 방향과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A: 우선 윤 대통령 퇴진이 이루어질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 광장에서 한인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집회가 끝난다면, 저희는 해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규적인 한인 시민단체로 전환하여 한인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성실히 활동해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바라신 것은 '위안부 소녀상'을 밴쿠버에도 건립해보는 활동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한인들의 힘으로 위안부 소녀상이 건립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밴쿠버에는 아직까지 소녀상이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7만 교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치면, 밴쿠버에도 충분히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집회에 관심은 있지만 참여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한국에서 집회는 하나의 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진지하고 진중한 멋진 연설을 하는 명망가들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참가하신 분들, 유머러스한 깃발이나 티를 입고 오신 분들,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며 마치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즐기다 가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 한국에서의 집회이고, 또한 한인들의 집회인 것 같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마다 밴쿠버 아트갤러리 광장 앞에서, 모든 분들에게 열려있으니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Q: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제 신분이 정치망명자이기에 더 무겁게 생각하거나 선입견을 가지는 분들이 혹여라도 있을까봐 사족을 남깁니다. 저는 집회를 절대 강성하거나 편파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망명자 신분일지언정 사실은 그저 평범한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를 온 제 또래 친구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정말 평범한 20대 한국인입니다. 저희 또한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모든 한인분들이 동의할 수 있는 포용적인 집회를 준비해나갈테니, 한인분들께서도 저희를 좋게 봐 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