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양도(木鷄養到) - 나무 닭에 이르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경지
나무나 돌과 같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을 일컬어 木石(목석)이라 한다.
목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무인형과 돌 같은 마음이라는 木人石心(목인석심)이 되면 경지에 도달해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을 말하기 때문이다.
닭을 싸우게 하여 승부를 겨루는 닭싸움, 즉 鬪鷄(투계)에 이용되는 닭은 주둥이로 쪼고 발로 차야 하니 동작이 재빠른 싸움닭이 제격이겠다.
그런데 이 싸움닭도 나무로 만든 닭(木鷄)처럼 감정에 흔들리지 않게 훈련된다(養到)면 이 또한 연전연승을 기록할 수 있다.
나무 닭에서 넓혀진 뜻으로는 수양이 높은 점잖은 사람을 가리키거나 역시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가리키게 됐다.
어리석기가 나무 닭과 같다는 呆若木鷄(매약목계)도 똑 같은 성어다.
呆는 ‘어리석을 매’ 또는 어리석을 ‘태’로 읽혀 태약목계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지는 겉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상대방에게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도 근접할 수 없을 정도의 위세가 느껴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 특이한 기술을 가진 달인들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한 ‘莊子(장자)’ 外篇(외편) 중의 達生(달생)에서 유래했다.
거미나 귀뚜라미, 개미까지 도박에 이용한 중국에서 닭싸움은 특히 옛날부터 인기가 있었다.
春秋戰國(춘추전국)시대 齊(제)나라에 紀渻子(기성자, 渻은 물이름 성)라는 사람이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조급한 왕이 열흘이 지난 뒤 싸울 준비가 되었는지 묻자 한찬 허세와 교만을 부린다고 답했다.
또 열흘이 지나 물어보니 닭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든다고 했고, 다시 열흘 뒤에는 다른 닭을 증오의 눈빛으로 보니 멀었다고 했다.
열흘이 또 지나 왕이 묻자 이제 되었다며 기성자가 대답했다.
‘다른 닭이 소리를 쳐도 아무런 변화 없이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닭싸움에 동원되는 싸움닭이 사람을 가리킬 때는 걸핏하면 물고 늘어져 다투기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나라를 위하는 정당에서 상대방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 의원은 전투적이라며 권장하기도 한다.
사리에 맞는 이의 제기는 백번 합당하지만 품위를 갖춰야 막말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는다.
자신이 제일이란 교만을 버리고 조그만 공격에도 단번에 열배 갚는다는 태도로는 싸움닭이라도 나무 닭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