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온 나라 안의 방송채널들이
트로트 전성시대를 맞은 것만 같다.
도대체 트롯이 뭐 길래….
최근 몇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가
소란스럽도록 시국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권 홍보 일색의 공영방송들이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갔다.
거대한 공룡처럼 군림하던
메이저급 공중파방송의 인기가 떨어지고
마치 작은 규모의 개미군단(群團) 같은
일부 지상파(종합편성)의 채널로 시선이 쏠려진 것이다.
공중파방송들의 메인뉴스 시청률이
기껏 5〜8%대 한 자릿수로 추락해
바닥을 치며 허우적이는 반면에,
종편에서 늦은 밤 방송하는
일부 트롯 프로그램은
25〜35%대 시청률을 넘나들고 있음에 가히 놀랍다.
해바라기처럼
주구장창 권력만 쫒는 방송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혹독한 코로나사태와 일그러진 정치풍토 속에
쌓이는 불안을 달래려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깊이 빠져들며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트롯 프로그램들이
모든 방송에 확산된 쏠림현상을 보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이러다 국민적 정서가
온통 4박자의 트롯 신드롬(syndrome)에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다.
'미스 트롯’, ‘보이스 퀸’, '미스터 트롯’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이
억대의 거액이라 흥미도 있지만,
하찮은 가요콩쿠르에 출연한 아마추어 가수들일지라도
일단 마이크 앞에서면 혼신의 열정으로
사생결단하듯 열창하면서 모두들 홀리면서
감동의 분위기를 달궈준다.
특히 ‘미스터 트롯’은
서바이벌(survival)같은 생존경쟁심리와
야릇한 긴장과 흥미를 곁들인 진행으로
코로나 사태로 집에 갇혀있는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심사위원마저도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들에게
감동하며 극찬을 보냈기에,
이 시대 최고의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인정을 받았다.
출연자도 다양하다.
아홉 살 꼬마부터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무명의 설움을 지녔다.
임영웅과 향토출신 영탁,
트바로티 김호중 노래도 좋았지만,
특히 원초신동(原初神童) 이찬원(25세/영남大)군은
어릴 적부터 익힌 특유의 해맑은 꺾기창법으로
최종 점수 3위인 미스터 트롯 美가 되어
“코로나로 멍든 내 고향 대구‧경북 힘내시라!”는
그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던 생방송 때의 수상소감이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트롯(Trot)이 뭐 길래….
1930년 전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엔카(演歌)가 5음계 유행가로 알려질 무렵,
우리 신 민요와 당시 유행하던
서양춤곡인 2박자 폭스 트로트(fox trot)가 섞여 만들어져 대
중화되었다.
오랜 날 ‘유행가’로 찬밥신세를 당하더니
1960년대 들어 ‘대중가요’나
‘뽕짝’이라며 비하(卑下)시켜졌고,
198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가요’라거나
‘트로트’라는 명칭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대개 트로트 가사에 담긴 주제는
마치 신파(新派)같은 소설, 연극, 영화의 내용들과
정서적으로 거의 같다.
자신의 애절한 사랑과 슬픔 깃든 감정을
트로트 특유의 꺾기창법으로 흐느끼듯 호소하고,
더러는
아름다운 향토애(鄕土愛)와 지역인심이 듬뿍 담긴
미래의 희망이 넘치는 삶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트롯’ 한 곡의 길이는 기껏해야 3〜5분이라서
‘3분 예술’이니 ‘마이크 예술’이란다.
혼신의 열정으로 부른 노래들은
가사전달도 좋고 호소력이 높아 감동을 준다.
험난한 경연을 거쳐 스타가 되면
무명의 설움을 잊고 국내외 공연과 광고모델 등 스케줄에
엄청난 출연료와 인기를 누리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낱 세상사람(시청자)들이 즐기라고 부르는
‘트롯’ 한 곡도 저토록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부어 부르는데,
하물며
우리들이 늘 연주회 마지막 순서에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곡조 있는 기도인 ‘찬양하는 순례자’를
모두가 호흡이 있는 그날까지 부른다고 하지만,
과연 저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혼을 바쳐 부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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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저의 다른 카페에 올린 글 감동되어 그 중 일부만을 복사하여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