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193 --- 믿거라 방심할 때 상처를 입는다
온 가족이 식탁에 빙 둘러앉아 식사한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특별히 준비했으니 많이 먹으라고 하고,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다고 한다. 어항 속 물고기가 코를 벌름벌름 기막히다고 한다. 우리는 엊그제부터 쫄쫄 굶었는데 투정도 못 부린다. 주인은 그전 같지 않아 깜빡깜빡 하루 한 번 주는 밥도 슬그머니 넘어간다. 우리도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굶기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어항 밖으로 튀어나가 남긴 음식을 마구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한다. 눈이 돌아가며 속이 뒤집히는 고문이라고 한다. 주인님, 너무합니다. 말할 기운까지 빠져 기진맥진이다.
창가에 앉아 지켜보던 화분의 꽃나무가 슬그머니 끼어든다. 나도 꽃이 화려하게 피었을 때는 그래도 기쁘게 하는 것은 너밖에 없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물도 주었는데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물을 맛본 지 언제였는지 입안이 타들어 가도 모른 척하여 바삭바삭 말라죽을 것 같다고 한다. 꼬맹이가 바닥에 물을 흘렸다면서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를 않는다. 물고기는 어항에서 물이라도 실컷 마실 수 있으니 그래도 나보다 낫겠다고 한다. 꼬맹아, 그 물을 차라리 내게 엎질렀으면 고맙다 하였을 것 같다. 지나가는 말이 아닌 목숨줄 죄는 다급한 호소에도 들리지 않는다.
주위에는 내가 돌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무책임하여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항 물고기에게 규칙적으로 밥을 주고, 화분에 물을 잘 주다가 어느 순간에 깜빡한다. 그들도 살아있는 목숨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다. 내가 너를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분히 신용의 문제이면서 깊고 맑은 너의 눈동자에서 너의 고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음이 너를 먼저 보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다. 내가 방심하고 있을 때 상처가 생긴다. 겸손은 나를 낮추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분 좋은 태도이다. 긍정은 밝은 마음에서 좋은 일이 곧 생길 것 같아 힘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