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다녀온 아내는 점심에 생굴, 매생이를 넣고 떡국을 끓였다.
갯바다 해초인 매생이가 가느다란 실(끈)처럼 퍼지면서 떡국물이 푸르스름하게 물들었다.
아내는 '매생이와 감초는 같은가요?' 물었다.
'아녀. 조금은 차이가 있어. 줄기의 굵기가 조금 달라. 매생이, 감초, 톳의 크기이지.'
서해안 겨울철 갯바다에는 해초인 매생이, 감초, 톳, 파래, 김 등이 많이 나온다.
충남 서천 갯바다에서는 양식김이 나오고, 보령시 대천어항 어물전에는 위 해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다.
해초는 바닷물이 다소 뿌이연한 곳에서 잘 자란다. 부영화된 영양 탓일 게다.
갯물은 과거에 비하여 무척이나 탁해졌다.
사람이 많이 들락거리고, 갯바다 근처에 많은 주택, 상점, 관광지역이 들어섰고, 이들 지역의 수채구멍에서 쏟아내는 숱한 오물질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갯물로 섞여 들어간 원인이다.
내가 바닷물의 부영화(오염상태)를 조금 언급하니 아내의 표정이 이글어졌다.
매생이, 감태, 김, 미역, 다시마 등이 생산되는 바다가 그다지 청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한 탓일 게다.
아내는 전남 광양시 갯마을 출신이다.
수십 년 전 맑기만 했던 갯물을 떠올렸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 년이 지난 환경에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산골마을이면서 농촌태생이다. 집에서 조금만 걸으면 갯바다에 도착했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갯것하러 갯바다에 갔다.
수십 년이 흐린 2000년대에는 나는 갯물에 발을 적시지 않고, 호미로 갯바닥을 긁어서 바지락, 굴, 성게, 박하지(작은 게) 등을 잡지 않는다.
갯바다 물이 엄청나게 변질되었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았고, 노인이기에.
요즘, 나는 날마다 끼니마다 말린 김을 뜯어서, 잘게 부셔서 국에 섞는다.
아내는 갯마을 출신답게 명태 등의 국을 끓였다.
미더덕, 대하(큰 새우) 등도 들어 있어서 국물이 갯비린내가 많이 난다.
'맛이 시원해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별로이다.
대하 껍질을 두 손으로 뜯어서 살만 발라서 먹는데도 비린 바다냄새가 난다.
밥 먹는 중간에 싱크대에서 수돗물로 손가락을 씻는 게 무척이나 귀찮다.
비린내가 나는 손가락이...
겨울바다.
오래 전 나는 겨울바닷가를 걸었다.
그 추운 날에도, 갯물이 어는데도 모래장불을 따라서 걸었다.
텅 빈 공간에도 숱한 것들이 숨어 있다.
괭이갈매기들이 갯바다 모래 위에 하얗게 앉아 있고, 찰랑거리는 해조음도 듣고, 귀를 꽁꽁 얼리는 갯바람도 있다.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갯가를 걷는 게 그냥 좋았다. 나는 아랫처럼 댓글 달았다. 허연 입김을 몰아내쉬면서 걷는다는 게 정말로 좋았다. 내 뜻대로 오고 갈 수가 있기에.
2019년 1월 지금. 몸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에 있어도 마음은 서해안 보령지방 산골마을, 갯바닷가에 가 있다.
늙은 아내가 매생이, 미더덕, 대하를 넣은 동태국을 끓여서 내놓은 국물을 떠먹으면서도 나는 갯바다를 떠올린다.
해동되는 봄철에는 고향에 다녀와야겠다. 갯마을에도 나가야겠다.
2019. 1. 10.
첫댓글 매생이 떡국, 저도 좋아합니다.
오늘은 모 관공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시원한 홍합탕(국)이 나와서 아주 맛나게 먹었지요.
지금 바다고 산이고 오염 안된 곳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힘들지요.
예 맞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연거푸 추진되어서...
그 이후로 경제적으로는 엄청나게 부강했지요.
파괴된 환경을 예전처럼 회복하려면 지금껏 성공한 모든 것들을 몇 배나 투입해도 회복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저도 홍합국 좋아하지요. 자연산 홍합도 있고, 인공으로 재배한 홍합도 있고요.
홍합에 아주 강한 족사(줄)이 있으면 자연산... 인공재배한 홍합은 족사가 적고 크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