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4안거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제따와나 정사를 보시하다
부처님께서 고향인 카필라 성을 방문하고 라자가하로 돌아와 근처의 시따와나[Sīravana
시타림]에서 두 번째 안거를 보내실 때였습니다. 사왓티Sāvatthi의 거상 아나타삔디까
Anāthapindika 장자가 500대의 수레에 물건을 가득 싣고 라자가하에 도착했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라자가하에 오면 늘 머물곤 하던 처남 집으로 갔습니다. 그가 올 때
마다 한걸음에 달려나와 환대하던 처남은 그날은 왠일인지 마중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
다가 집안의 하인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집안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느냐고 묻자 처남이 대답했습니다.
“내일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에게 공양 올릴 준비를 하느라고 바빠서 그렇다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에 희열1)이 생겨났습니다.
“부처님이라고 했는가?”
“그렇다네. 부처님이라고 했네.”
“정말 부처님이라고 했는가?”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두 번이나 되물어 확인한 후 다시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데 직접 뵐 수가 있다니 지금
당장 그분을 뵈러 가도 되겠는가?”
“오늘은 시간이 적절치 못하니 기다렸다가 내일 뵙는 것이 좋겠네”
처남은 부처님께 머물고 계시는 시따와나가 시체를 버리는 곳과 가까워 밤에는 위험하다
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린 것이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할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지만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부처님, 부처님’하고 계속 중얼거렸
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초야가 지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계속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 있
었습니다. 그러자 그로 인해 희열이 생겨났고 그 희열로 인해 엄청나게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장자는 해가 떳는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직 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중야가 지났습니다. 장자는 다시 깨어났고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
습니다. 후야가 끝나갈 무렵, 장자는 해가 뜰 때까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문을 나섰습니다.2)
당시 라자가하에서는 해가 져서 성문이 닫힐 즈음에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그냥 성문 근
처에 아무렇게나 버렸습니다. 성문을 나서자 장자에게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두려움 때
문에 그때까지 희열로 인해 뿜어져 나왔던 빛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는 어둠속에서 버려
진 시신을 밟게 되었고 또 다른 시신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파리떼가 날라올랐고 시체 썩
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희열의 빛이 사라지자 신심도 약해 졌고 두려움에 온몸의 모
골이 송연해졌습니다.
그때 한 천신이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10만 마리의 코끼리도, 10만 마리의 말도, 10만의 마차도, 10만의 궁녀들도 그대가 부처
님을 뵙고자 내딛는 그 한 걸음의 가치에 25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오. 계속 나아가시오!”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신심을 회복하자 다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
습니다. 장자가 길을 걷는 중간중간 두려움으로 빛이 사라질 때마다 천신이 도움을 주었고,
동이 틀 무렵 마침내 부처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외도들이 스스로 정등각자라고 외치고 있다. 이분이 진정한 정등각자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는 계속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잘 베푼다고 하여 아나타삔디까라고 부르지만 내 본명은 모른다. 만약 이
분이 부처님이라면 나를 본명인 ‘수닷따Sudatta’로 부를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보자마자 말씀하셨
습니다.
“수닷따여, 어서 오너라.”
부처님께서 수닷따라는 이름을 불러주시자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크게 감격하였습니다. 그
는 부처님게 다가가 예를 갖춘 후 밤에 잠은 편안히 주무시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부
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그런 그는 항상 매우 행복하게 자네
감각욕망의 대상에 [번뇌로] 물들지 않는 이
번뇌의 뜨거움 사라져 서늘하게 된 이
재생근거가 사라져버린 이
악행을 하지 않는 바라문
번뇌를 적멸시킨 이는
모든 집착 끊어버리고
마음의 근심도 제거해 버리고
번뇌 없는 고요한 이, 행복하게 자나니
마음을 적멸인 열반에 자주자주 이르게 하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보시의 공덕, 지계의 이익, 천상에 태어남 등의 차제
설법을 먼저 설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장자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장애가 없어져 깨끗
하게 되자 사성제 법문을 설해 주셨습니다. 장자는 한 점의 얼룩도 없는 새하얀 천이 물들
듯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부처님께 삼귀의를 올리며 평생 재가신자가 되겠다고 말씀드린 후 다음날 공양청
을 올리겠다고 청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동의하셨습니다.
다음날,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처남이나 빔비사라 왕 등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겠다는 것을
다 거절하고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부처님께 훌륭하게 공양을 올리고 나서 정중하게 다음
과 같이 청하였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디 사왓티에 오셔서 안거를 보내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나타삔디까에게 “정등각자 부처님들은 고요한 곳에 머물기를 즐
기느니라”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말을 이해한 장자는 서둘러 사왓티로 돌아갔습니다.
사왓티로 돌아온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부처님과 제자들이 머물 만한
곳을 물색했습니다. 마을로부터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왕래하기 편하고,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우며, 소음이 적은 곳을 찾아 해매던 아나타삔디가 장자는 어느 날
마음에 쏙 드는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그곳은 꼬살라 국 빠세나디Pasenadi 왕의 아들인 제
따Jeta왕자 소유의 동산이었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제따 왕자를 찾아가 승원을 만들
고 싶으니 그 동산을 팔라고 했습니다.
왕자는 동산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아나타삔디가 장자가 계속해서 조르자 “당신이
동산 전체를 금화로 다 깐다 해도 팔지 않을 것이오”라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4) 장자는
왕자의 말에 허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당신은 동산의 매매와 관련된 협의를 말씀하신 셈입
니다”라고 했습니다. 왕자가 부인하자 두 사람은 재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왕자가
‘금화로 다 깐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그 동산의 가치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팔겠다는 협의
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재판에서 이긴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매우 기뻐하며 동산에 황금을 깔기 시작했습니다. 나
무나 연못이 있는 곳은 그 면적에 해당하는 금을 다른 속에 펴 놓았습니다. 이렇게 황금을
까는데 1억 8000만 냥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땅을 황금으로 덮어 가다가 마지막
에 황금이 모자라 약간의 땅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신심에 감복
한 제따 왕자는 그 장소에 정사를 위한 계단식의 지붕을 갖춘 문을 세웠습니다.5)
이렇게 정원 부지를 매입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다시 1억 8,000만냥의 황금을 들여 나무
를 정비하고, 부처님께서 지내실 응향각[gandhakutī]을 세우고, 주위에 비구들이 거주할 거
주처, 공회당, 창고, 화장실, 지붕을 갖춘 경행대, 지붕을 갖춘 우물, 목욕탕, 발한실, 사각형
의 여러 연못, 천막 등을 세워 적절한 곳에 낮에 필요한 건물, 밤에 필요한 건물 등을 완벽
하게 갖춘 정사를 건립했습니다.
드디어 정사가 완공되자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라자가하로 사람을 보내 부처님을 초청했
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번째 안거가 끝나고 나서 대중들을 이끌고 사왓티로 오셨고, 아나
타삔디까 장자는 부처님과 비구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낙성식을 열고 공덕수를 부어 제
따와나 정사를 사방에서 오는 과거, 현재, 미래의 승가에 보시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정사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편안하게 수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승단에게 매우 큰 이익을 준다. 정사를 보시하는 이러한 이익을 마음에 새겨
야 한다. 승단에 정사를 건립하여 보시하는 것은 으뜸가는 공덕이다. 시주자는 그곳에 머무
는 비구들에게 필수품을 보시해야 하고, 거주하는 비구들은 법을 설하여 시주자들로 하여
금 윤회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라는 등의 축원 법문6)을 하신 후 제따와나
정사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다시 1억 8,000만 냥의 황금을 들여 그 다음
날부터 시작해서 9개월 동안 제따와나 정사 봉헌기념 행사를 계속 했습니다. 이렇게 아나
타삔디까 장자는 동산에 황금을 까는데 당시 가치로 1억 8,000만 냥을 썼고, 정사를 세우
는데 또 다시 1억 8,000만 냥의 비용을 들여 제따와나 정사와 관련해서 모두 5억 4,000만
냥을 보시한 셈입니다.
고따마 부처님께서는 이후 열아홉 번의 안거를 제따와나 정사7)에서 보내시게 됩니다.
--------------------------------------------------------------------------------------------------
1) 이때 그에게 다섯 종류의 희열이 생겨났다. 다섯 종류의 희열이란 ①작은희열[khuddikā
pīti]: 몸에 소름이 끼치는 정도의 희열 ②순간 희열[khanikā pīti]: 순간순간 번개불 처럼 생
겨나는 희열 ③반복 희열 [okkanikā pīti]: 파도가 부딪히는 것처럼 반복해서 생겨나는 희열
④용약 희열[ubbegā pīti]: 몸을 뛰어오르게 하는 희열 ⑤충만 희열[pharanā pīti]: 온몸에
충만한 희열을 말한다.
2) 원래 성문은 닫혀 있지만 천신들이 앞으로 일어날 사실을 알고 열어 둔 것이라고 한다.
《Mahābuddawin》 제3권, p.186. 번역본은 《대불전경》 Ⅴ, p.293 참조.
3) 게송 해석은 《Mahābuddawin》 제3권, pp.191~192를 참조하였다. 번역본은 《대불전
경》 Ⅴ, p.295 참조.
4) 만약 제따 왕자가 “이 정원은 줄 수 없소”라고 했다면 정사의 가격을 매기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정원을 금화로 다 깐다 해도 팔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했기 때문
에 정원의 가격을 매기는 말일 뿐 아니라 실제 가격보다 더 덧붙여 말한 것이 된다
《Mahābuddawin》 제3권, p.197. 번역본은 《대불전경》 Ⅴ, p.326 주 17참조.
5) 그래서 이 정사를 ‘제따와나Jetavana’라고 한다. 경전에는 항상 ‘Jetavana
Anāthapindikassa ārāma’라고 언급되어있다. 제따 왕자의 숲[Jetavana 祇樹]에 아나따 삔
디까[給孤獨長者]가 세운 정사 라는 뜻으로 한역으로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혹은
줄여서 기원정사라고 한다.
6) 전체 법문은 《대불전경》 Ⅴ, pp.311 주 530을 참조하라
7) 제따와나 정사는 과거 모든 부처님들께서 머무셨던 장소 중 하나이다. 네 가지 변하지
않는 장소는 이 책의 p.311 주 530을 참조하라.
첫댓글 사두 사두 사두. ()
사두 사두 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