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887
신심명095
동봉
제3칙
제5장 소견小見
제8절
꿈속이요 신기루요 허공꽃인데
어찌하여 수고롭게 잡으려하나
얻는것과 잃는것과 옳고그른것
그모두를 한꺼번에 놓아버려라
몽환공화夢幻空華
하로파착何勞把捉
득실시비得失是非
일시방각一時放却
-----♡-----
허공꽃空華은 어떤 꽃일까
유위법에 꿈夢, 헛것幻, 거품泡
그림자影, 이슬露, 번개電가 있다
금강경 말씀이다
신심명에서는 꿈과 헛것 외에
허공꽃을 예로 들고 있다
허공은 비어있음의 대명사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애기할 것이다
하늘이 아니고 허공이라고
공空은 '하늘 공'으로도 새긴다
해인사 승가대학 시절
사교반四敎班 때로 기억한다
도성 큰스님께서 주지로 계셨는데
관음전尋劍堂에 들르셨다
큰스님께서 들어오시자
자리에 있던 몇몇 도반이
다 같이 일어나 삼배를 올렸다
큰스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들 허공꽃을 아느냐?'
우리는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대답하는 학인이 아무도 없자
큰스님은 당신 손으로
눈자위를 꾹 누르셨다
'자, 다들 날 따라 눌러 봐'
너댓명 학인들이 눈자위를 눌렀다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뭐가 아른거리며 보이지 않느냐?'
반짝거리며 점이 떨어진다
'네 보입니다. 큰스님'
'그래, 그게 바로 허공꽃이니라'
허공꽃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도성 큰스님이
손수 눈자위를 누르며 보여준
눈높이 가르침의 여운이 참 길다
허공꽃 느낌이 지금도 생생한 것은
큰스님의 교육법 때문이리라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눈자위 누르기에 불과한데
신심명에서 허공꽃을 접하니
20대 중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빌 허虛 빌 공空이라 하는데
허공은 글자 그대로 비어 있을까
허공이니 하늘이니 하는 말은
일반적인 이름씨名詞다
과학 용어나 기상 용어는
대기大氣Atmosphere라 한다
지구를 비롯하여 행성, 위성 주위를
일정하게 둘러싼 기체층이다
이름을 들먹이지 않으면
보통 지구 대기권을 가리킨다
지구 대기권은 지구의 방호복이다
지구 대기권은 지표로부터
모두 5겹의 기체층인데
지표발 1만 km 높이까지다
원소는 질소와 더불어 산소며
그 밖에 헬륨과 이산화탄소
아르곤 등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수증기를 제외한 공기 성분은
지표로부터 약 80km까지
거의 일정하다고 하겠다
지구 대기권은 고도에 따라
1. 대류권 6~20km
2. 성층권 50km
3. 중간권 85km
4. 열권 690km
5. 외기권 10,000km다
대류권은 항공기가 다니는 층이며
성층권은 기상 관측 기구가 있고
중간권은 살별彗星이 흐르며
열권은 다시 2겹이다
첫째 지표로부터 100km까지는
카르만 선으로 오로라가 있고
둘째 열권 끝 690km까지는
우주 왕복선이 오가는 층이다
그리고 외기권은 주로
수소와 헬륨 따위로 채워져 있다
우주는 보통 외기권 밖이지만
외기권을 포함하기도 한다
대기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천체 못잖게 중한 것이 대기권이다
대기권 없는 지구는 상상할 수 없다
수성의 대기는 산소로 되어 있고
금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다
화성의 대기도 이산화탄소다
이들은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다
가스로 된 목성형 행성 중에서
남은 행성의 총합보다 큰 게 목성이다
대기는 주로 수소로 채워져 있다
토성, 해왕성, 천왕성도
목성의 대기 성분과 비슷하다
빌 공空 자는 의성어擬星語다
담긴 뜻은 비다, 없다
공허하다, 쓸쓸하다
구멍을 뚫다
막히다, 곤궁하다
통하게 하다
헛되다, 쓸데없다 등이며
명사로는 구멍, 공간, 하늘과
공중, 틈, 여가가 있고
순야타Sunyata 따위다
빌 공空 자 부수는 구명 혈穴이다
그러므로 구멍이 의미소다
빌 공空 자는 비어 있다
의미소 구멍 혈穴에
소릿값 장인 공工이 만나
이루어진 글자가 빌 공空이다
공工 자는 모루 모습이다
모루는 대장간에서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흙을 다지는
달구 모습을 본떴다고도 한다
건축 자재에 H빔이 있는데
이 H빔을 옆으로 뉘면 工빔이 된다
그러나 한자 공工이 생긴 역사가
근현대가 아니라고 했을 때
그냥 이끌어왔을 뿐이다
앞서 얘기했듯 공空은 의성어다
구멍이란 의미소 못잖게
소릿값 '공'도 중요하다
굴穴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
공工~ 하는 메아리가 되돌아온다
하늘宀 아래 여덟 팔八 자로
퍼져나가는 구멍 혈穴 자
여기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여덟 팔八 자와 필 발癶 자가 있다
허공에 깜빡이는 점들이
다름 아닌 허공꽃空華이다
잠시 허공에 피었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점이다
어찌하여 꽃 화花 자를 두고
빛날 화/꽃 화華 자를 놓았을까
빛날 화/꽃 화華 자를 들여다볼까
초두머리艹 부수에 총 12획이다
담긴 뜻은 '중국어'를 위시하여
머리가 세다, 번성하다
빛나다, 사치하다
찬란하다
호화롭다
화려하다
꽃, 광채, 때, 산 이름
세월, 시간, 예순 따위가 있다
빛날 화華 자는 회의문자다
부수 풀초艹 대신 뫼 산山을 얹은
빛날 화崋 자와 통하는 자다
풀 초艹 자가 의미소다
열 십十 자가 6번 겹치는데
제멋에 겨워 축축 늘어진
버드나뭇가지를 연상케 하지만
부수가 초두艹인 만큼
나무에서 피는 꽃이 아니라
풀잎에서 피는 꽃으로 여겨진다
보통은 60돌 생일을 가리켜
화갑華甲이라고도 한다
이는 빛날 화/예순 화華 자가
6개 열 십十자로 이루어진 까닭이다
우리말 '예순'은 잘 알다시피
우리말 예닐곱의 '예' 자와
한자 열흘 순旬에서 '순'을 빌려
60나이 예순이 된 것이다
우리말과 한자의 복합 문자다
허공꽃에 화華 자를 놓은 것은
송이꽃이 아닌 다발꽃을 의미한다
허공꽃이 손에 잡힐까
신기루가 있을까
꿈이 현실일까
어느 것도 실재하지 않는다
없는 것을 잡으려 한다면
그저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
하여 신심명은 이렇게 노래한다
꿈속이요 신기루요 허공꽃인데
어찌하여 수고롭게 잡으려하나
얻는것과 잃는것과 옳고그른것
그모두를 한꺼번에 놓아버려라
몽환공화夢幻空華
하로파착何勞把捉
득실시비得失是非
일시방각一時放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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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일까, 판상절리일까?
우리절에서/찍고 꾸민이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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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2020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께서 보여주시는 사진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사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사진을 보며
그렇구나 했지요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라
어디 이것 뿐이겠습니까
깨치고 또 깨쳐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