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배척했던 조선왕조의 횡포는 사찰을 몰수해 행정관청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산1번지에 위치한 봉원사가 그 일례다. 조선 영조왕 때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안에 위치해 있었던 반야사(봉원사의 당시 사찰 이름)에도 난데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불교 배척한 영조왕 ‘봉원사’ 편액 내려
처음에는 ‘반야사 몰수해 관청 사용’ 어명
“이 보시오. 스님들. 전하께서 이 절을 나라에서 사용할 것이니 빠른 시일에 비우라는 어명이 있었소. 그러니 다른 곳으로 절을 옮기시오.” 당시 주지였던 찬즙스님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량을 옮기라니. 이런 낭패가 있나. 그렇다고 임금의 명이니 안 따를 수도 없으니 장차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
찬즙스님은 선대스님들이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御眞)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와 별탈 없이 지내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저 황망할 따름이었다. 아무런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법당문을 열고, 닫기만 하는 며칠이 지나갔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 도량을 옮긴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사진> 신촌 봉원사에서 바라본 관음바위. 마치 관세음보살님이 편안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지척에 궁궐이 있어 가끔씩 상궁들이나 나인들도 개인적으로 기도를 하러 오는 터라 그들에게 왜 절을 옮기라는 것인지 알아보았으나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유가 뭐 그리 중요할까. 문제는 절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지.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관음전에서 100일기도를 하면 좋은 방법이 떠오를 거야.”
이렇게 생각한 찬즙스님은 묵언정진으로 100일 기도를 입재했다. 또 스님은 하루 한끼 만의 식사를 하는 일종식도 병행했다. 스님의 각오는 대단했다.
“반드시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받을 것이야. 그래서 여기보다 더 훌륭한 도량을 점지 받아 세세생생 큰 도량을 유지할 수 있는 초석을 놓을 것이야.”
때는 2월이라 찬 바람은 얇은 승복을 파고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찬즙스님은 일체 외부인과 교류를 끊고 관음전에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들었다. 스님의 마음속은 붉은 용광로가 끓듯이 새 도량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타올랐다. “불교가 유지되기도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불사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아니야. 이름 모를 시주자가 나타나 불사를 도와 줄 거야. 나는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만 열심히 해야겠다.”
하루 하루가 번개같이 지나갔다. 날짜감각도 잃어버리고 그저 선정에 빠진 찬즙스님의 모습은 흡사 살아있는 부처님 같았다. 신도들은 스님이 관음전을 드나들 때 섬광이 서린다고들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상서로운 일이 생길 것이라고 수군수군 거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100일 기도 회향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스님은 꿈을 통해 여인을 화현한 관세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었다.
“이 보시오. 찬즙스님. 이곳은 내가 머물기에는 적합하지가 않은 것 같소. 스님께서 어서 내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다른 장소를 물색해 보시오.”
찬즙스님이 고개를 들어보니 기암괴석 옆에 물병을 든 한 여인이 동자와 함께 서 있었다.
“아! 관세음보살님!”
외마디 비명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소납은 아직 정진력이 부족해 어디에 도량터를 잡아야 할지 알지를 못했으니 관세음보살님께서 새로 들어설 곳을 점지해 주십시오.”
“아니오. 스님의 큰 신심이 분명 내가 서 있는 곳과 같은 좋은 도량자리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니 하루빨리 길을 떠나시오.” 꿈에서 깨어나서도 찬즙스님은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금방 눈앞에 펼쳐진 듯한 꿈이 신비롭기만 했다. “그래. 100일기도 회향도 다가오니 내일이라도 새 도량을 찾아 떠나야겠다.”
기도 회향 날이 되어 찬즙스님은 상좌(세속에서 아들에 해당되는 제자) 도원스님을 동행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이제 새 도량을 찾아 떠난다. 너도 나와 함께 가야하겠다.” 짚신을 삼아 바랑에 넣자 불룩해졌다. “이제 됐다.”
찬즙스님 관음보살 친견 후 새 절터 찾아
임금이 손수 사찰명 짓는 ‘파격’보이기도
찬즙스님은 자신이 꿈에 보았던 장소를 찾아 경기-충청-영남지역으로 길을 떠났다. 이천을 지나 여주를 지나 충주에 당도하고 다시 조령을 넘었다. 한달이 꼬박 걸리는 길이었고, 틈틈이 도량터를 살피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노잣돈이 떨어질 무렵이 되자 하는 수 없이 반야사로 돌아왔다. 다시 호남으로 길머리를 돌려 한달 넘게 새 절터를 찾았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지칠대로 지친 찬즙스님 일행은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다 시장을 지나게 됐다. 잔뜩 굶은 상좌 도원스님이 떡장수 앞에 서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여기 마지막 엽전이 있으니 이것으로 떡을 사먹어라.”
찬즙스님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떡을 담던 할머니가 말을 건냈다. “스님. 금방 제가 시장 저쪽 끝에 다녀왔는데요. 거기에 한 노파가 개한테 눈을 가려놓고 먹을 것을 코에 갖다대며 희롱을 하는데 이상한 말을 해요.” 스님이 되물었다. “무슨 말을 하던데요.”
“아 예. 그 노파는 ‘이 놈의 개는 눈 풀 생각 않고 먹을 것만 생각하는데 꼭 반야사주지 찬즙 같단 말이야’라고 했어요.” 찬즙스님은 깜짝 놀라 그곳으로 황급히 가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노파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노파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거참. 이상하다.”
찬즙스님 일행은 길을 재촉했다. 한참 가다가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이르러 상좌인 도원스님이 말했다. “스님 더운데 쉬었다가 가요.” 산등성이에 걸터 앉은 찬즙스님은 목이 말랐다. “도원아. 어디가서 물 좀 떠 오너라.”
“예. 스님.” 잠시 후 도원스님이 바가지에 물을 떠오자 찬즙스님은 단숨에 비워버렸다. “아이구 시원하다. 좀더 먹어야겠는데 어디서 물을 떠온 거냐. 한 번 가보자.”
“네. 스님.” 도원의 안내를 받은 찬즙스님은 맑고 시원한 샘물이 나오는 곳에 도착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곳은 꿈에서 봤던 그곳이 아닌가!”
찬즙스님은 그곳이 관세음보살님이 점지해 준 가람터임을 알았다. 바위전체가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을 한 것이며, 그 아래 맑은 샘물이 흐르는 모습은 꿈에서 본 장소와 일치했다. 그리고 시장에서 기이한 말을 건내 준 노파도 관세음보살님의 화현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가까이에 새로운 절터를 두고 전국을 돌아다닌 나의 어리석음을 관세음보살님이 경책해 주신 거야.”
<사진> 봉원사 경내의 수곽과 대웅전 전경.
찬즙스님은 샘물이 솟아나오는 바로 위에 반야암이라는 암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증암스님이 주석하고 있었다. “아. 스님이셨구만요.” 증암스님이 말했다. 이어 스님은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찬찬히 이야기했다.
“동자 2명이 내가 있는 암자에 와서 ‘오늘 귀한 손님이 와서 스님의 불사를 도와줄 것이니 잘 맞이하라’는 말을 전하고 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껏 사람을 기다렸는데 스님이 이렇게 도착하셨어요.”
그리하여 찬즙스님과 증암스님은 반야암을 크게 중창했다.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사찰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영조임금은 처음 사찰을 몰수할 때와는 달리 손수 봉원사(奉元寺)라는 현액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후로 사람들은 봉원사를 ‘새로 지은 절’이라는 뜻에서 ‘새절’이라는 별칭을 불렀다. 봉원사가 위치한 마을도 ‘새말’(新村)로 불러 신촌의 연원이 되었다고 한다.
관음바위는 지금도 봉원사 뒤쪽 안산 정상으로 가는 중턱에 자리해 봉원사를 바라보고 있다. 영조가 내렸다는 편액은 잘 전해 내려오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병화(兵火)로 소실되고 말았다. 또 맑고 시원했다는 우물은 찾을 길이 없다. 하지만 봉원사 경내에 세 개의 수곽을 비치해 절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생수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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