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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과 활동 중심의 교육 환경 조성을 통한 인성 교육 -
‘96년 3월 1일 광명시 근무 만기로 동두천시 소요 초등학교로 발령이 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승용차로 70km나 되는 출 퇴근의 먼 거리에다 서울 도심을 통과하고 의정부시와 동두천시를 관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더욱이 일 년 전에 대장암 수술 결과의 재 발병으로 아버님의 간병을 해드려야 하는 장남으로서 현지에 숙소를 마련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어린 아이처럼 착잡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소요초등학교에 부임하였다.
학교는 소요산 국민관광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치원 한 학급에 20명, 초등학생 9개 학급 편성에 300여명과 17명의 교직원이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학교 뒤뜰에 제법 큰 목련꽃 나무가 백여 평을 차지하고 있어 역사를 자랑하는 듯했고 학교 전면은 정돈된 편이었으나 뒤뜰 이백여 평은 바위와 자갈로 덥혀 있어 어수선한 분이기로 비어 있는 유휴지가 있었다. 어린이들과 학습하면서 꼭 필요한 학습장으로 꾸며 할용 하여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 학년 첫날! 어린이들의 차분 하면서도 궁금한 모습으로 선생님을 쳐다보는 오학년 삼십칠 명의 눈동자들을 떠올리며 교실로 향했다. 그러나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뜻밖의 소란스러우나 너무 즐겁고 천진한 장면이 펼쳐졌다. 남자 이십 명은 앞문에서 여자 십칠 명은 뒷문에서 한사람이 문에 기대서고 그 사람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줄줄이 이어박고 도움닫기로 엎드린 어린이의 등위에 뛰어 오르는 놀이인 ‘말뚝박기’를 하고 있었으며, 교실 가운데 위치한 난로는 먼지투성이고 어수선한 교실은 나를 너무 놀라게 했다.
학급 문고 책장에는 이십여 년 전에 출판되어 요즘 어린이들의 흥미를 벗어난 다 떨어진 책 몇 권이 꽂혀 있을 뿐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웃으며 인사를 하자 비교적 조용히 아무자리나 찾아 앉았다.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 년의 각오와 자기소개를 끝으로 청소와 뒷정리를 한 후 하교를 시키고 오후에는 일 년의 학급 설계를 위해 생활 기록부를 펼쳐보는 순간 더욱 놀랜 사실들은 전 출입난이 복잡하고 편부, 편모, 부모의 재혼, 할머니 슬하에 있는 어린이등 왜 이리 결손 가정이 많은지 ......
그래, 지금까지의 이십칠 년의 교직 생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 한꺼번에 이 한 학급에 종합된 것이 아닌가 하여서 나를 가장 어렵고 착잡하게 만들었다. ‘이 어린이들과 일 년을 어떻게 보낼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교사로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어린이들이 체험 중심의 생태환경교육을 통해 심성을 바르게 다듬어 보자.’ ‘먼저 우리 어린이들이 즐겁게 접할 수 있는 도서를 마련해 주어 취약한 가정환경을 지닌 이 어린이들에게 여가시간을 독서환경을 마련하여 밝고 맑은 심성으로 키우고 꿈도 키워 주자.’ ‘일기 쓰기를 통해 자기를 스스로 다듬어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자’ 등의 하나 둘 구상한 생각들을 실천하기로 다짐하고 하루를 마쳤다
먼 거리와 출근 교통체증을 피하여 꼭두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여 먼 거리를 달려 일곱 시 삼십 분이면 어김없이 학교에 도착하여 하루같이 먼저 온 우리 반 어린이들과 학교 실외를 청소하고 교무실에 들려 학습 준비물을 챙겨 교실로 들어갔다. 이것은 평소 몸에 배어 있는 나의 생활 습관이다.
‘참여를 통한 활동중심의 생태 환경교육’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농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에서 가꾼 삼십여 년의 취미 생활과 칠 년여의 환경 부장을 하며 내 나름으로 체계화시켜 이론과 실천을 종합한 나의 교직관 이었다.
먼저 꽃씨, 식용작물과 약용작물 등의 씨앗 모우기, 알뿌리 식물수집, 종자로 싹틔우기, 종자수집이 어렵거나 싹틔우기 힘든 것은 화원에서 씨앗과 모종을 사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방방곳곳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계절에도 막상 학교에는 꽃이 없어 삭막한 교육 환경으로 비뚤어진 마음들은 자연 생태환경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나의 소신과 교직 경험에서 얻은 평소의 소박한 철학이다. 농촌이나 산촌에서 호연지기를 키워온 청소년들과 도시의 삭막한 환경 속에서 자란 병든 마음을 지닌 청소년들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았다.
급우 간에 하루 한 두건의 싸움질에다 부모들의 이기심은 정서의 메마름에서 비롯된다. 이를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어린이들과 이슬 머금은 교정에서 내가 씨 뿌려 싹틔우고 가꾼 식물을 관찰하며 흙냄새의 거짓 없는 가르침을 사제동행으로 함께 체험해 보자는 의도적인 자연 생태학습 환경조성에 들어 같다.
교실의 환경을 어린이가 직접 참여하여 살아 숨 쉬는 교실로 일 년 내내 푸르름이 가득하게 하였다. 음지와 양지의 식물 생태 특성을 이용하고 사각 화분을 창가에 두어 호박, 조롱박, 수세미 등의 모종 기르기로 온상, 온실의 효과를 배우게 하고 고구마 순 기르기로 순을 잘라 교재원에 옮겨 심어 자연의 신비를 터득 하도록 하였다. 어항도 고기만이 커가는 어항과 부레옥잠과 고기가 함께 사는 어항을 함께 만들어 산소 공급과 물의 정화로 물고기들이 건강하고 건들면 부레옥잠 뿌리에 숨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관찰 시설들을 마련하였다.
생물들을 기르고 가꾸며 관리하며 관찰 하다가 실수로 다친 식물들의 상처를 보며 나누는 대화의 장면들이다.
“사람들 사이에 병든 마음은 눈을 통해 금방 알 수 없으나 식물의 상처 입은 모습은 바로 보고 알 수 있잖니. 식물과 동물은 다 갗이 생명을 지녔지 않니? 우리는 동무들과의 사이에, 가정의 형제간에, 부모님과의 사이에, 사회의 모든 관계에서도 식물의 자람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자.”
하면서 소요 초등학교에서의 체험과 활동을 통해 사육과 재배 관찰활동을 실시한 몇 개월 이 지난 후 아이들과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스스로 발견하는 모습이 엿보이기 시작하였다. 식물과 대화할 수 있게 된 어린이들을 보면서 역시 나름대로 교육의 가능성을 확인 하면서 나 스스로 만족해갈 수 있었다.
학교 화단과 교재원, 정원, 뒤뜰의 이백여 평의 황무지도 흥미와 호기심이 가득한 자연생태계 학습장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수돗가 주변 흙살이 있는 오십여 평에 꽃씨 모판을 만들어 사루비아. 과꽃, 분꽃, 채송화, 봉숭아 등의 모종을 수 없이 길러 학교 주변의 틈만 있는 곳이면 옮겨 심었다.
이십여 평 빈터에는 4미터 높이에 6미터 원추형 탑 모양의 덩굴식물원도 만들어 수세미, 조롱박, 꽃호박, 오이, 나팔꽃, 덩굴콩 등을 심었다.
각 학습장 둘레에는 생태적으로 강하고 재배에도 쉬운 들깨를 심어 50센티미터 높이에서 잘라 화단과 교재원의 울타리를 만들고 황무지 같던 자갈밭은 백여 구덩이의 호박을 심어서 매일 쑥쑥 뻗어나는 호박 덩굴에 감추어진 모습들은 조상들의 말대로 ‘비온 뒤에 호박 덩굴이 자라듯 한다.’ 는 말 그대로 실감나는 살아있는 장면들이었다.
화장실 앞의 화단에는 옥수수 한 줄, 결명자 한 줄의 뿌림, 실습지에는 상추, 무, 배추, 감자, 고구마, 쑥갓, 고추, 당근, 메밀, 깨, 케일 등의 식용과 특용작물, 급식실 앞에 방울토마토와 토마토, 가지 등의 채소를 심어 꽃과의 어울림을 같이 하도록 그 앞에 채송화를 심어 한껏 작물과 화초의 아름답게 어울린 모습은 상상만 해도 늘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햇빛이 잘든 한쪽에 수박과 참외를 다섯 구덩이씩 심고 재배 방법은 어린이들과 같이 책을 읽어가며 가꾸고 관찰하는 동안 생명 탐구에 대한 진지한 모습과 호기심어린 눈동자들은 차츰 늘어가고 있었다. 탁구공 크기의 솜털 보송보송한 수박과 병아리처럼 예쁜 노란 참외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밝고 맑은 모습으로 변하여 가는 모습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보람들이었다.
우리 반과 우리학교 어린이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교를 방문하신 학부형들의 감탄은 개교 이래 처음 보는 학교의 모습 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잡초와의 전쟁을 벌이던 학교 구석구석이 꽃과 식용 작물로 덮여 지자 지난 해 까지 그렇게 힘들게 했던 잡초와의 싸움도 없는 한 해가 되었다고 이곳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야단법석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실습지에서 생산한 고구마, 감자 등의 채소를 이용하여 실과 조리 실습을 하는 것은 하나의 상상할 수 없는 기쁨이요, 보람으로 남았다.
등등의 화제로 서로 뿌듯해 하는 환호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즐거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 순화된 모습은 참여를 통한 체험 중심의 실습과 관찰의 결과였다. 얼마나 즐겁고 살아있는 교육 이였든가를 공감할 수 있었다. 학교 기사님들과 선생님들이 나의 생태 학습계획을 말할 때 “되지도 않는 소리다. 야생마 같은 우리 학교 아이들이 며칠도 안가 밟아서 운동장을 만들 것이다.”하던 기억도 새롭다.
교육은 무엇이든 안 된 다고 포기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사고로 같이 생각하고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 하고 꼭 해 내고야 말겠다는 실천의 끈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평범하게 가르쳐 주는 교훈 이였다. 또한 학교에서 충분한 꽃모종을 생산하여 가정과 일곱 개 애향단에 분양하여 주어 그 동안 청소만 하는 애향활동에서 꽃길과 꽃밭 가꾸기를 스스로 하여 자연보호 활동을 전개하는 밝고 아름다운 애향심을 기르는 활동이 되었다. 팔당호에서 개최한 경기도 자연 보호 현장 선포 기념식 및 전진대회에도 참가했고, 동두천시 신천 고수부지에서 실시한 시 단위 행사에도 참여 하였으며 쓰레기 매립장 견학, 하수종말처리장 견학, 샛강 살리기 자연 보호활동도 사전, 사후의 발표회를 통하여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야 할 터전임을 생각 했다.
동두천 교육청 주관으로 발간된 환경 교육 우수 사례로 발굴되어 그 동안의 실천 사례가 인정받아 학교가 교육장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즐겁게 공부하며 지역과 학교가 함께 한다는 소문이 퍼져 동두천 시청에서 관계자가 찾아와 그 동안의 사례를 도에 추천 ‘경기도자기 모습 만들기 운동’에 앞장선 모범 사례라면서 ‘도민 의식 함양 큰 상 ’에 추천 되어 경기도 초등학교 중 유일하게 소요 초등학교가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경제적인 형편으로 여행 한 번 갈 수 없었던 어린이들과 함께 시청에서 마련해 준 버스와 점심을 가지고 여행 겸 수상식에 참석하여 소요 어린이들이 보기 힘든 경기 민요 등의 큰 무대의 공연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시상식 날의 하루를 맛 볼 수 있었다.
학급 도서는 한 학기 동안 팔십 여권 마련해 주었다. 처음엔 수집하여 학급 도서실을 운영 하려고 시도한 결과 볼 수 있는 책이 십여 권 정도 밖에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문별로 오 학년이 읽어야 할 도서를 자비로 마련해 주었더니 독서하는 새로운 모습의 교실풍경을 볼 수 있었다. 차분히 무엇인가 느끼고 있는 우리 반의 교실을 보니 전교 어린이에게 변화를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 오기 전에 근무한 광명시 소재 하안북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현장의 실태를 말씀 드렸더니 도서벽지 양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여 신간의 좋은 도서를 육백여 권이나 마련해 주셨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1인당 3권씩 학급 도서를 갖추게 되어 학교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기 쓰기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매사에 관심을 갖도록 의도적으로 실시하였다. 월요일 교장 선생님의 나라 사랑 훈화 말씀 중에서 학교 공부 시간, 신문, TV시청 등의 내용과 토요일, 일요일의 독서 일기를 통해 행동 변화를 의도적으로 실시하였다.
일기주제의 예를 들면 “부모님은 나의 종인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나.”,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나도 꿈을 갖고 커가고 있다.” 등의 주제를 일 년 내내 주었고 특별한 날은 자기 주제를 가지고 쓸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장 활동 속에서 체험 중심의 생태 환경 교육, 전 학교가 마련한 도서와 독서 프로그램마련으로 의도된 바른 심성 변화를 있게 한 도서실. 자기를 알게 한 일기 쓰기 교육을 통해 학기 초의 모습과 학년 말의 큰 변화 속에 일 년을 즐겁고 보람차게 보냈다.
급식비를 못내 선생님 얼굴을 처다 보지 못하고 담임도 말을 못하는 심정, 요즘 언론에서 오르내리는 촌지 문제, 하루 한 끼로 영양 실조에 폐렴을 앓고 있는 어린이, 현장 학습 경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형제가 함께 갈 형편이 안돼서 동생만 내주고 자기는 가사를 돕겠다는 어린이, 도시의 어린이는 시력이 나빠 반 정도 쓴 안경과 한 어린이도 안경을 끼지 않는 건강한 얼굴들이 지금에도 머리를 스치고 있다.
그 동안 한 해를 마무리 할 즈음 나의 아버님은 긴 헤어짐으로 편히 쉬시고 계신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울었나 보다’란 서정주님의 시어에서 느끼듯 어린이들의 심성도 정성과 사랑으로 인내를 갖고 항상 같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느끼고, 대화하면 바르게 성장하리라 생각 한다.
1996년의 일 년 동안 같이해온 느낌의 체험 교육은 나와 그들에 먼 훗날 까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큰 꿈을 키워가고 있을 소요의 어린이들! 지금도 그 때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97년 이곳 상탄 초등학교에서도 개교 삼년 밖에 되지 않아 삭막 하기만한 학교의 실외 환경을 보고 소요의 실천 사례를 교장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다시 한 번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너무나 바람직한 구상이라고 하시면서 함께 실천해 보자고 한다.
상탄에서도 5학년 담임이 되었다. 우선하여 5학년 교육 과정에 맞는 생물들을 중심으로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교육 현장의 푸른 변화에 열과 성을 다해 보기로 다짐한다.
- 소년한국 일보 제11회 교사수기 우수상 당선 원고. 1997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