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포갈매기님의 「예전 대리 할 때는」이라는 글을 보면서 문득 생각났습니다. ‘참,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시절이 있었구나.’ 그 시절의 실전 라떼 이야기 하나 꺼내봅니다.
그날 밤, 스쳐 지나쳤다면… 지금도 생각나는 한마디 “사… 사람 살려…”
그날 밤도 평소처럼 늦은 시각까지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죠.
한적한 언덕길을 천천히 내려가는데, 멀리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죠.
멀리서 봤을 때는 '아버지가 술 취한 딸을 힘들게 부축해서 가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두 사람의 걸음걸이가 이상하게 힘겨워 보였습니다. 그냥 지나치고 잠시 후,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귓가를 스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죠.
“사… 사람 살려…”
목이 눌려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였습니다.
그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되돌아 뛰며 소리를 냅다 질렀죠.
“강도! 거기 서!!!”
나 역시 무척 긴장되고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그런데 내 고함에 놀랐는지 그 놈은 여성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그대로 달아나더군요. 인근 빌라 담벼락을 훌쩍 넘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동네 지리를 꽤 잘 알고 있는 놈이었던 것 같았죠.
나는 곧바로 쓰러져 덜덜 떨고 있는 여성에게 달려갔습니다. 근처에 떨어진 핸드백을 챙겨 건네주고,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일으켜 세웠죠. 사회 초년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죠.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부모님께 연락드리도록 한 뒤 상황을 들어보니 정말 아찔했습니다.
년말 회식을 마치고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던 중,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갑자기 목이 졸린 채 끌려갔다는 겁니다.
공포에 질린 상황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 힘을 다해 겨우 내뱉은 말이 바로,
“사람 살려…”
그 한마디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조금만 더 무심하게 지나쳤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죠.
잠시 후 달려 온 어머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따님을 잘 돌봐주시라고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제 문득 그 길을 다시 지나게 됐습니다. 예전의 어둡고 으스스했던 언덕길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큼직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군요.
길도 훨씬 밝아졌고, 주변도 많이 달라져 있었죠.
그 환해진 길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밤이슬을 맞으며 세상 속을 달리고 있는 드라이버님들은, 누군가의 안전한 귀갓길을 지켜주는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불빛이 아닐까.
우리가 매일 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길 위에서 어쩌면 누군가는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도 늦게까지 애쓰는 모든 드라이버님들,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가장 먼저입니다.
오늘도 무사히 잘 마치시고, 밝은 햇살이 함께하는 하루를 맞이하길 바랍니다.
밤이슬 맞으며 달리는 모든 드라이버님들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이야기 듣고보니 그럴수도 있겠네요 ~ 사람만나면 반가운 삶이되야 될텐데
길에서 댈기사님들 만나면 반가워야 될텐데
예전에 어느시절처럼 ~~
맞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치열해진 사회가 되었습니다. 응답하라 그 시절처럼^^
실화인건가요 실화였다면 정말 한사람을 살리신거네요
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
까망기차님이 그때 계셨어도 아마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