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페의 운영자님을 비롯해 화질에 깊은 애정을가진 분들께서 수년 동안 지상파 방송의 구조적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현실적인 대안까지 지속적으로 제시해 오셨다 .비록 코뮤니티라는 작은 공간에서의 목소리라 할지라도, 이러한 애정 어린 충고와 제언들이 정책적 공론화의 장으로 크게 번져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오늘날 영상 시청 환경의 주도권이 OTT와 스마트폰으로 기운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그러나 지상파는 여전히 '보편적 무료 시청'이라는 시청자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적 재난 위기 대응'을 책임 지는 공적 영역의 핵심 매체다. 이웃 일본만 보더라도 수많은 미디어 매체 중 여전히 지상파 시청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듯, 세계 각국의 문화적 환경에 따라 지상파는 위기를 겪을지언정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공공의 자산이라면, 우리는지상파를 이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적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과 의지를 가지고 바로잡아야 한다.오늘 운영자님께서 올려주신 지상파 관련 글을 접하며, 화질 주권 회복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결단과 인푸라 혁신을 촉구하는 마음으로 아래의 제언을 더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거실에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두고도, 정작 그 그릇을 채울 알맹이가 없어 글로벌 OTT의 유료 스트리밍에 눈을 의탁하는 기묘한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다.쨍한 sharpness(선명도) 하이라이트의 눈부신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는 HDR의 감동을 맛보기위해 시청자는 매달 외산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지만,가장 보편적이고 공공적이어야 할 지상파 UHD 방송의 시계는 수년째 차갑게 멈춰 서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도약기를 돌이켜보면. 시대를 바꾸는 대전환은 언제나 눈앞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지도자의 고독하고도 강력한 결단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당시, 내노라하는 전국의 모든 경제학자와 야당은 시기상조와 재정 파탄을 이유로 둘어눕다시피 반대했다. 그러나 그 결단이 결국 한강의 기적을 매끄럽게 닦아낸 국가 동맥이 되었다.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컬러 방송을 전면 강행할 때 역시 방송 주체들은 장비와 예산 부족을 핑계 대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그 강행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위대한 신의 한수가 되었다. 내수 시장이 열리자마자 국내 전자 기업들은 컬러 TV 개발과 생산에 사활을 걸었고, 이는 흑백에 머물던 우리 가전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었다.일본 도움과 안방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자본은 훗날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시장을 제패하고 전자 산업의 세계적 패권을 쥐게 된 결정적 발판이 된 것이다. 기술과 인푸라의 거대한 혁신을 이처럼 시장의 자율이 아닌, 리더십의 확고한 드라이브 속에서 만개해 왔다.
그러나 2017년 '세계 최초'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함께 출범한 대한민국의 지상파 UHD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정부가 공언했던 '2027년 지상파 HD 방송의 UHD 전면 전환' 약속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실행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본부급 일부 지역국을 제외한 수많은 시 ,군, 단위 중소 도시의 지역 송신기와 중계기 설비는 예산 부족이라는 해묵은 변명 아래 방치되어 있다. 똑같은 수신료를 지불하고도 지방의 시청자들은 4K 신호조차 구경하지 못하는 '화질의 지역적 불평등'과 인푸라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상파 UHD가 '무늬만 4K'로 전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방송사들의 눈앞의 욕심에 있다. 화질 극대화를 위해 온전히 잡중해야 할 대역폭을, 광고 수익과 채널 늘리기를 노린 다중채널방송(MMS)에 무리하게 쪼개쓰면서 비트레이트가 16~18Mbps 수준의 빈사 상태로 주저앉은 것이다.스스로 화질을 갉아먹은 지상파의 이기주의에 더해, 대다수 가구가 가입해 있는 IPTV와 케이블 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한 지상파 UHD재전송 역시 플랫폼 간의 이권 다툼 속에 가로막혀있다. 결국 시청자는 직접 수신 안테나를 달지 않는한, 셋톱박스를 거치며 거슬린 일반 HD 화면을 봐야만하는 기막힌 현실에 갇혀 있다. 프랑스가 이번 동계올림픽 생방송에서 지상파 최초로 돌비 비전과 HDR10+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며 디스플레이의 한계치에 도전할 때, 우리는 소중한 주파수 자원과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하드웨어를 썩히고 있는셈이다.
지상파 UHD의 전면 실시는 단순한 '화질 개선'을 넘어 막대한 문화적 이득과 산업적 효과를 동반한다. 문화적으로는 빈부격차나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극장급의 고화질 예술 콘텐츠와 생생한 스포츠 현장을 안방에서 무상으로 누리는 '보편적 문화 향유권'이 실현된다. 이는 국민의 시각적 지평을 넓히고 K-컬처를 수용하는 안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문화적 토양이 된다.산업적으로는 멈춰 서 있던 국산 방송 중계 장비업계가 활력을 되찾고, 차세대 UHD 인코더 및 송출 기술의 내수 시장이 열려 글로벌 표준 수출의 교두보가 확보된다. 더불어 고화질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창출되는 연쇄적 경제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제 세계적인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현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K-콘텐츠가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진정한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그 콘텐츠를 담아내고 송출하는 지상파 방송 기술 인푸라 역시 세계 수준으로 뒷바침되어야 마땅하다. 과거 역사적 결단들이 국가 발전과 전자 산업 도약의 초석이 되었듯, 현 정부가 가로막힌 규제와 이권의 벽을 깨고 다음과 같은 혁신을 과감히 밀어붙여야 한다
첫째,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2027년 지상파 UHD 전면 전환'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멈춰 선 전국 지역국의 4K 송출 설비를 내년 내로 100%완료해야 한다 지방의 시청자도 차별 없이 최고의 화질을 누릴 권리가 있다.
둘째, 방송사들이 욕심내어 채널 쪼개는 다중채널방송(MMS)의 남발을 억제하고, 오직 4K 화질 구현에 최적화된 높은 비트레이트를 의무적으로 활당하여 4K 카메라 본연의 선명도와 계조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IPTV, 케이블 TV, 위성 TV 등 모든 유료방송 플랫폼애서 지상파 UHD 신호가 원천 화질 그대로 재전송되도록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하고, 주요 스포츠 및 이벤트에 대해 HLG 등 HDR편성을 의무화해야 한다.
최첨단 UHD TV가 거실의 값비싼 장식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한민국 지상파의 화질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적 인푸라 투자를 촉구한다.기술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장전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반대를 무릅쓰고 고속도로를 뚫고 컬러 방송을 강행하여 전자 산업의 발판을 마련했던 그때의 결단력처럼, 문화강국의 대동맥을 완성할 리더십의 결연한 의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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