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삼이 作
노래 / 이미자 . 동백 아가씨
https://youtu.be/zqsbeK-mx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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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다방
이 생진
동백 다방엔 여우 같은 여자와
토끼 같은 여자 둘이 차를 파는데
알고 보면 둘 다 양 같은 여자들이다
그들은 용감하다고 해야 한다
여자의 몸으로 이런 孤島에
겨울까지 살아 남는다는 것은
동백나뭇잎보다 두꺼운 체질이다
그래도 얼굴이 배추속 같고
다리는 무 같이 희다
혹시 우리 동네에서
가출했다는 아가씨가 아닌가 했더니
여우 같은 여자는 수원서 왔고
토끼같은 여자는 대전서 왔다 한다
둘 다 먼데서 와서 더 양 같아 보인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보고 양 같다고 한다
뭍에는 밤이고 낮이고 놀 데가 많은데
목포에서 사흘씩이나 기다려
바람부는 겨울날 홍도에 왔다니
동백꽃을 보러 왔다면
미친 양 같다고 할 거다
그런데 둘 다 양 같은 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머닌 ?
아버진 ?
형제는 ? 하고 물으면
눈물 바다가 될 것 같아서 말았다
길 잃은 양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여우 같은 여자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천장을 쳐다보며 연기를 뿜더니
" 내년 봄엔 어디로 가지 ?" 한다
자욱한 연기가 장님처럼 창문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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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진 詩集
<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
1995 . 동천사 刊
남자만 사형제 집안의
먼지 풀썩거리는 집의 둘째라
초등학교 시절 노래 잘 부르던 내 짝은
이슬만 먹고 살던지 ,
아니면 화장실 출입도 안할 것이라
믿던 때가 있었다.
영화배우처럼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가끔 내게 그림을 그려 달라거나
글짓기 숙제를 은근히 의뢰할 때면
헉 ! 숨이 막히고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 지
모를 때도 있었다.
내가 써 준 동시가 재수없게
우리 학교 글짓기 ' 우수상' 인가를
받게 되었다
물론 내 글은 꽝이 되고 말았지만
그런데
그 아이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그럴 일은 없었지만
기분이 더러웠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책상에 금을 그었다
" 넘어 오면 찍어 버릴거야 "
마음 속으로 다짐 다짐 다짐 하다
학년이 바뀌고
철저한 " 남녀칠세 부동석"의 원칙에 따라
그 아이의 소식도
내 기억 속에서 가뭇하게 남았다
어찌보면 서울 변두리에서
살아야 했던 날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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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과거 속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것도 손에 잡힐 듯
아스라히 멀지도 않은 지난 날로 말이다.
언젠가 썼던 댓글에서
미아리 텍사스 촌의 나 보다 나어린
작부란 이름으로
빛잃은 소녀를 보았을 때
" 저 아이를 이 소굴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미련스럽게도
적금을 들었던 세상 물정을 몰랐던 열아홉의 시절도 내 짝을 바라보았던
시선과 다르지 않았다.
동백 다방
여성이 상품으로 등록되고
어떠한 길을 거쳐서
바다끝 외진 섬 홍도의 일 년짜리
종업원이 되었는지 모른다
동백은 피고
핏빛 슬픔과 함께 봄을 붉게 물들이던 날
세상은 희망이 가득 들어찬 날
나의 누이들은 이렇게 한탄한다
" 내년 봄엔 또 어디로 가지 ?"
내 고운 누이들에게
아무런 말 한 마디, 힘이 되어주지 못함을
영원히 부끄러워 할 것 같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새롭게 시작합니다 ^^
내년봄에 모란이
필때에 찿아오라고
하세요
어차피 혼자인걸
둘이면 좋치않겟나
싶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무료이고
새싹이 돝아나는
것 처럼
처음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시간으로 ♡♡
ㅎㅎㅎ ~ 여우와 토끼 ㅋㅋ
양 같은 우리 ...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살잖아요 ㅋ
끝내 붉은 심장을
노래하는 분은
영원히
늙지 않을 사람입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태양 !
사랑이라고 하지요 !!
일전의 한 통계는, 우리 젊었던 시절.. 대한민국 군이 60만일때.. 전국 요식,유흥업 종사 여인 약 30만중..
또래나 아래의 누이들이 약10만 정도에 이른다는 추산이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무교동,북창동..청계천변
허름한 맥주집.. 그 누이들도 이제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려 앉은.. 고운 모습들 일테지요.. 한 세상, 치열한
삶들을 같이 살아온.. 길동무 누이들.. 지나간 청춘의 아지랑이 처럼.. 희미하게 그 시절이 오버랩 되는군요..
시 잘 읽고 갑니다..
https://youtu.be/wl7hJr6k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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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님의 화려했던 이력서가 ....하지만 순정이 있던 그 시절 거리의 여인들도 많았지요
훗날 스토리 한번 올려주시지요 ?
감사합니다
해마다 그 자리에 꽃이 피듯
내년 봄엔 또
내년 봄의 꽃이 어디선가 피어나겠지요~^^
꽃은 피우기 위해서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