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목포
늘 변하지 않길 바라는 시간 속에
이미 몇 차례... 날 가두어 두고 있다
추억이란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하는 곳
그곳에 날 애타게 기다리는 친구가 하나 있다
호남동
어린 시절 함께한 딸기코 별명의 친구
어릴 적부터 코가 늘 빨간 루돌프처럼
생겨서 얻어진 별명이다
이젠 진짜 연일 술에 취해
코가 더욱 빨개진 것 같다
술이 과해 동네에서
진상...이라 불릴 정도로
술만 먹으면 루돌프 썰매장처럼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 음주 과속질주 본능으로
늘 주위와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 소식이 궁금하여
매년 두세 차례씩 방문하기도 한다
바로 친구 집 앞집이 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집이기에 겸사겸사 가곤 했다
좁은 골목길에 다들 변했건만
그 친구 녀석 집만 그대로 있다
명절에는 어찌 알았는지 누님 집에 찾아와
이번 명절엔 내려오는지를 궁금해하는 녀석
모두 고개를 흔들 정도로 술에 찌들어진
사람이라 말들 하지만
그 녀석은 몸과 마음의 여유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힘든 친구가 유일하게
내겐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친구에 삶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
함께 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아가며
어린 시절을 서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에게 나는 희망처럼 보일 수 있고
나에게 그는 그럴게 살면 안 되는 교본처럼
힘든 날에 대한 과정을 내게 상기시켜주고 있다
나약한 자의 모습을 잘 보라고 하며
내게 엄중하게 경각심을 주고 느슨함을
바짝 쪼아려 주기도 하는 고마운 친구다
다들 피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중독자라고 호도하지만 난 여전히 내 어릴 적
지금은 다 커버린 키만큼이나 인생을 격은 친구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그저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나 자신이 너무도 미운 까닭이다
"무척 덥지?
"딸기코?"
"그래 이번에 내려가서"
"어릴 적 그 막대 아이스케키 기억나니?"
담대하게
그것 하나 먹겠다고 호남 극장 안에서
그 어린 나이에 함께 통을 메고 팔고 다녔던
이번엔 코롬방 제과점에서
그 추억의 막대 아이스케키 함께
마음껏 먹자꾸나
어린 그 시절 호남극장 안에서
"아이스케키"
이내 친구는 뒤이어서
"얼음과자"
어렵고 가진 것 없던 그 어린 시절에 그렇게라도 허기진 배를 채우고져 했던 그 시절
그것 하나 먹겠다고...
생각만 해도 참 겁이 없는 어린 두 소년
...
...
근처 세무서에 밤에 무화과 서리하러 갈 때
익은 건지 안 익은 건지 그저 큰 것만 따다가
경비하는 아저씨에게 붙잡혀서
반성문 쓰고 벌받고 나왔던 수많은 밤들
다음 날
그 아저씨가 미워서 이번엔 동네 꼬마 녀석들
전부 데리고 가서 서리하다가
일제히 내려와 도망가는 데도 우린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어두운 곳에서 무조건 큰 것만 먹다가
다음날 입술이 무화과 찐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날을 기억하겠지?
"루돌프 딸기코"
"친구가 내려갈게!"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변했지만"
"우리 추억까지는.."
"결코 변하지 않아?"
"보고 싶다!"
"친구야?"
"우리 추억을 소환해야..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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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딸기코
못생긴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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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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