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달을 달래는 별 / 안기필
심상숙 추천
달을 달래는 별
안기필
별이 목을 맨다
옆집 할머니 기침 소리가 달을 달랜다
잠깐
한눈판 사이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초라한 별
열구름 사이로
불면증에 취한 그믐달이 숨어왔다
저 별은
지난밤에
홀로 남은 얘기들을
민들레 포자처럼 퍼뜨려 놓고
한때의
수상한 무리가 지나고
개밥바라기를 따라온
새벽녘 아침이슬에 숨어온다
외로움
곧 지워져야 할 희미한 자전
독한 병을 앓는 별이 생멸 후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를
남은 별, 그리움 하나
별은 달을 달래며
전생을 윤회하고
별은 달을 달래며
무심한 척 시늉을 한다
(「시쓰는사람들」 20호,《달을 달래는 별》112쪽,사색의 정원, 2023 )
[작가소개]
(안기필,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역임(2023년도), 계간 창작산맥 신인상등단, 〱시쓰는사람들〉〱달시〉 동인 및 노래하는 시인으로 활동 중, 시집 『갇힌 바람이 멈추어 버린 나인지도 모르게』 있음
[시향]
안기필 시인은 늘 길을 나선다. 남단의 섬에서부터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며 종횡무진, 길 위에 선 그가 있다. 드디어 애룡호수 노래하는 통기타시인,(갤러리, 詩카페), 파주시 법원읍 애룡 길에 꿈이 있는 詩카페를 열게 된다.
<걷다 보면 무심한 만남들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보인다 //사소한 배려가 보이기 시작하면 골목길이 보인다 /큰 창 너머 바다를 머금은 파도가 들어오는 카페 / 한 무더기 책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안기필 詩,「골목길 만남」부분)
별이 목을 매는 밤이다. 옆집 할머니 기침 소리가 달을 달랜다.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초라한 별, 구름 사이로 불면증에 취한 그믐달이 숨어왔다.
저 별은 지난밤 남은 얘기들을 민들레 포자처럼 퍼뜨려 놓고, 개밥바라기를 따라온 새벽녘 아침 이슬에 숨어온다.
외로움, 곧 지워져야 할 희미한 자전, 독한 병을 앓는 별이 생멸 후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를 남은 별, 그리움 하나 별은 달을 달래며 전생을 윤회하고, 무심한 척 시늉을 한다.
밤이면 별과 달이 잠기는 시인의 연못. 목마른 고라니가 물 마시다 별 하나쯤 삼켜도 여기 있다며, 손바닥을 펴 보일 외로운 연못 하나, 다시 그리워서 제자리로 와 있을지도 모를 남은 별, 그리움의 별 하나가 달을 달래며 연못을 다 건너기까지, 무심한 척 오늘을 건너고 있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