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숲에서
장마가 오나 싶더니만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질 않는다. 그새 태풍이 한 차례 지나면서 비를 살짝 뿌렸다. 가뭄이 혹심했던 중부지방엔 아직 흡족한 비가 더 와야 할 지경이다. 동해 먼 바다로 또 한 차례 태풍이 스친 칠월 셋째 토요일이었다. 멀리 지나가는 태풍으로 하늘은 낮은 구름이 끼고 선선했다. 웃비가 내리지 않음은 다행이었다. 아침밥을 일찍 먹고 산행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집 앞에서 101번을 타고 종점 못 미친 대암고등학교 근처에 내렸다. 근래 25호 우회 국도엔 대방동 나들목이 새로 생겼다. 그곳은 대암산으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했다. 난 대암산을 오르지 않고 산기슭 아파트단지를 돌아 용제봉으로 가는 방향으로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새벽 산행을 나선 이들이 더러 길목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너른 임도에서 상점 갈림길까지는 제법 걸어가야 했다.
용제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등산로였다. 그렇지만 산책객들은 중간에서 되돌아 나오는 경우도 있다. 상점 고개로 해서 불모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다. 불모산 숲속 길로 들면 성주사 바깥으로 나가기도 한다. 갈림길 이전에 왼쪽 숲으로 들면 대암산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주로 용제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용제봉으로 가는 길도 몇 갈래로 나뉘어 정상에서 만난다.
보름 전 학교에서 정기고사를 치르던 평일 오후 용제봉 산기슭으로 들었더랬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숲속에 드니 서늘했다. 그때 삭은 나무에 붙은 목이버섯이 있을까 싶어 숲속을 두리번거리며 거닐었다. 목이버섯은 찾지 못하고 아기 손바닥 크기 영지버섯을 몇 개 주웠다. 그날 산기슭을 빠져나오다가 사립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는 지인과 연락이 닿았다. 영지버섯은 그분에게 건넸다.
영지버섯은 지난 주 일요일 빗속 길을 나서 작대산 임도를 걷다가 몇 개 땄다. 그 영지버섯으로 우리 집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비를 맞고 따온 영지버섯에는 개미들이 많이 붙어 따라왔다. 두어 시간 영지버섯을 베란다에 두었다가 저녁에 검불과 부엽토를 헹구어 씻어 잘라 채반에 담아 말렸다. 그런데 함께 붙어온 개미가 베란다는 물론 거실까지 점령해 시위를 벌여 혼쭐이 났다.
집사람으로부터 바깥에서 무엇을 채집해 오거들랑 제발 개미나 풀벌레를 붙여 오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용제봉으로 오르는 등산에서 벗어나 나는 숲속으로 들었다. 숲속에 들면 뱀이 있을 수도 있으나 뱀보다 무서운 개옻나무다. 나는 이미 올해 들어 옻이 두 차례 올랐다. 그리 심하지 않아 약국에서 접촉성피부염을 낫게 하는 연고를 사 발랐더니만 증세가 가라 앉아 다행이다.
용제봉 기슭의 식생은 참나무와 소나무로 그게 나뉜다. 영지버섯을 찾으려면 참나무 군락지 고사목이 있어야 한다. 높이 자란 참나무 밑에는 잡풀들이 무성하지 않아 숲을 헤쳐 나아가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산비탈을 타고 올랐다. 간간이 영지버섯이 보였다. 나는 삭은 둥치 맞붙은 자루를 뽑으면서 개미가 붙었는지 유심히 살폈다. 지난번 톡톡히 치른 학습 효과였다.
여름날 숲에 들면 아무리 그늘진 곳이라도 땀을 후줄근히 흘리게 마련인데 동해로 빠지는 태풍 영향으로 구름이 끼어 시원했다. 용제봉 정상까지 오를 일 없이 팔부 능선 즈음에서 되돌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역시 등산로를 택하지 않고 참나무 숲을 찾아 들었다. 발품을 팔아 거닐었던 만큼 영지버섯을 딸 수 있었다. 이번엔 개미는 붙이지 않고 검불과 부엽토도 말끔하게 털어내었다.
영지버섯을 딴 참나무 숲을 벗어나 등산로를 찾아냈다. 산기슭을 빠져나오다가 맑을 물이 흐르는 계곡에 손을 담그고 이마의 땀을 씻었다. 간간이 오가는 산행객은 벗어놓은 내 배낭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것이다. 배낭 속 영지버섯은 집으로 가져가 갓이 말랑말랑할 때 칼로 잘라 베란다에서 말릴 셈이다. 반나절 산행으로 말린 영지버섯은 대추를 넣어 달여 한동안 차로 마시면 된다. 1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