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논평>가황의 ‘별의 별 꼴’ 북폭 전쟁 부추기는 극우
말달리는 동네 | 입력 : 2020/10/05 [11:21]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나라를 망치고 어지럽히는 저들의 교묘한 논리와 사악성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아리랑 논평> 가황의 ‘별의 별 꼴’
북폭 전쟁 부추기는 극우 & 아픈 서일병 군대생활
윤석열 작난 & 조국 가족..어느 쪽이 더 별 꼴인가
KBS 2 TV '한가위 대기획'으로 이루어진 국민가수 나훈아 공연의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가히 '가황'이다. 인기와 지명도는 나라 안에 누구도 그를 따를 자가 없다. 대통령을 포함한 그 어떤 정치인도 그와 인기를 겨룰 수 없다. 따져보면 그는 나이 74세의 노인이다. 어언 그렇게 됐다.
그런 그가 총각시절 아가씨들이 설레며 바라보던 때와 같은 비주얼로 여전히 온 국민을 흡입하고 있다. 대단하다. 그런 가황을 보며 역시 문화나 예술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예컨대, 정치권력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는 것이다.
그 가황이 공연중에 슬쩍슬쩍 던진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웃기는 것은 가황이 던진 발언을 놓고 극우언론들이 마치 가황이 자기들과 한 편인 것처럼 후속 추임새를 넣는 장면이다. 가황의 발언을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자기들 치세를 구가하려는 극우언론과 우파들의 솜씨는 탁월하다. 문제는 그 탁월함이 시대와 역사가 나아가야 할 반대방향으로 국민의식을 호도한다는 데 있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나라를 망치고 어지럽히는 저들의 교묘한 논리와 사악성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조선일보는 가황이 한 말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방 먹였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가황이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극우들이 저렇게 좋아할까. 가황은 먼저 요즘 ‘별의 별 꼴’을 다 보며 살고 있죠 라고 말했다. 극우들은 이 말이 자기들 편에 부합하는 말인 줄로 바로 해석한 듯하다.
그렇다면 가황이 말한 ‘별의 별 꼴’은 무엇일까? 요즘이라 했으니, 요즘 저들의 신문 1면을 장식한 이슈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보면 알 것이다. 아마도 추미애 장관 아들 서일병의 휴가특혜(?) 문제, 해수부 공무원의 월북 피살사건, 보수단체 광화문집회의 불허 문제를 둘러싼 논란, 조국 전 장관가족 재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 외에 저들이 말하고 싶은 ‘별의 별 꼴’이 또 무엇이 있을까.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본다. 저들의 하는 투로 봐서 대략은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의 별 꼴’이란 게 꼭 이런 것 밖에 없을까. 다음의 것들을 추가해 보자. 어느 것이 더 ‘별의 별 꼴’인지는 개돼지가 아니라면 상식으로 알 것이다.
어떤 목사가 자기 앞에서 빤스를 내리는 여신도라야 자기 신도라고 말하는 꼴,
75년간 세뇌된 우파 시민들이 그 목사의 선동질에 광화문에 모이자 그 목사가 무슨 영웅이나 된 듯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보고 개자식 인마, 내려와라고 말하는 꼴,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 라고 말하는 꼴,
그 목사를 따르는 미친 목사들과 보수단체들이 미국을 보고 동족국가인 북한을 폭격하여 전쟁하자고 부추겨대는 꼴,
별 달았던 퇴역장성들이 미국 대사에게 군사작전권을 한국에 넘겨주지 말라고 부탁하는 꼴,
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 천막치고 한미동맹 강화, 지소미아 연장을 외치며 나라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자고 단식농성하는 꼴,
나경원 가문 사학비리, 윤석열과 그 장모와 처의 비리, 박덕흠 주호영 부동산게이트 등은 묻어버리고 추미애와 조국 가족만 탈탈 터는 꼴,
보수단체들이 대통령을 탄핵해 달라며 미국 백악관에 청원서를 넣는 꼴 등...이런 꼴들은 ‘별의 별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가황이 만약 이런 꼴들은 묻어두고 문재인 정부에게만 한 방 먹였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하기야 문재인 정부도 겉으론 남북협력 평화를 외치며 뒤로는 무기를 사재고 전쟁연습을 하며, 한미워킹그룹과 동맹대화까지 신설해 개노릇을 자처하는 꼴을 보였다. 가황은 아마도 극우보수파와 문재인 정부 모두가 연출한 ‘별의 별 꼴’을 지칭했을 것이다.
가황의 언급중엔 의심의 여지없이 공감가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2005년 무렵 한강변 아리수 공연때 그가 한 말은 두고두고 인상에 남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탈한 걸 보고, “일본 너 나빠”라고만 말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번에도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건 일을 본 적이 없다, 나라를 지킨 이는 국민들이다라고 말한 장면은 압권이다. 임진왜란때도, 병자호란때도, 6.25때도 임금과 대통령은 한결같이 자기 살려고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쳤다.
지금도 북한을 폭격하여 없애자며 미국에 구걸하는 자들은 막상 전쟁이 터지면 지들이 제일 먼저 미국으로 도망칠 준비를 해놓은 자들일 것이다.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가자"라는 멘트도 듣기에 따라선 엄청난 말이다. 진보 입장에선 '분단에 갇혀 질곡을 겪는 이 세월을 자주적으로 극복하며 끌고 가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보수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치세에 끌려가지 말고 그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가자'라는 뜻으로 현정부를 에둘러 꼬집은 말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가황은 잘 숙성된 노래가수일 뿐이지 정치인이거나 혁명적 사상가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공에 세뇌된 이 대한민국에선 아마도 우파보수들의 정서에 더 부합하는 뉘앙스를 풍긴 멘트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유영혼을 말하며,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나 문정부가 주겠다는 훈장을 거부한 것으로 보아 그는 보수우파일 것으로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는 5.18 광주항쟁에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일찌감치 그 묘역을 참배했고, 그 영혼들을 위로하는 노래도 지었다.
1987년 광주 망월동묘역 참배중 현장에서 쓴 것으로 알려진 ‘엄니’라는 노래가 그것이다. 이 노래는 꽃다운 나이의 망자인 자식이 생존자인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노래로 구성해 만들었으나 정권의 방해로 33년이 지난 지금에야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면 보수우파들이 가황 나훈아를 자기들 편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가황의 멘트 하나를 놓고도 그것을 이용해 시대와 역사의 과제인 남북화해 자주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데 혈안이 된 이땅의 극우세력들을 보며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역겨움을 느낀다. 가황은 가황으로서만 위대한 것이지, 그의 빌언을 정치적으로 너무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물론 개인적으론 가황이 만약 2018년의 평양공연에 참여했더라면 한층 더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권 대 섭 대기자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기사공유 또는 재배포시 출처명기 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