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하순, 약간의 고민과 망설임 끝에 기초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되도록이면
겨울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그때는 이듬해의 일정상(준공까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미리 해 놓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완만하게 오르는 과수원 끝자락, 도로와는 계단식 경사지와 면한 집터... 물론 따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있으나 경사 정도가 가파르고 좁아 뒤편의 포장도로에서 곧바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 토목설계와 인허가를 그렇게 받아 놓으셨습니다.
지표면에서 5미터를 들어 올려 도로연결까지 약 80여 평의 마당을 공중에 만드는 일.
원 설계는 중간에 기둥과 기둥을 잡아주는 보(Beam) 없이 기둥만 배치한 구조였으나
그보다는 좀 많다 할 기둥 일부를 빼는 대신 중간 보로 외곽과 중간 기둥을 잡아주는
형태로 (건축사와 협의해)변경하고 아들을 시켜 기본그림을 재구성했습니다.
대지로 변경하려는 계단식 과수원 윗부분 두 계단 중 아래쪽 넓은 집터.
석축 위 사다리 끝선과 만나는 곳이 지리산야생화생태공원으로 올라가는 2차선 도로.
그 높이까지 기둥구조물을 세우고 슬래브 판으로 도로와 수평연결하려는 계획이지요.
그리고 역시 원 도면에는 기둥마다 따로 푸팅(Footing)기초를 만들게 설계되었으나
보다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좀 더 들여서라도 그 푸팅기초들을 하나로 묶는
형식의 통 매트기초로 변경했습니다.
징크(Zinc)지붕 마무리 중인 진부현장은 매서운 추위가 시작된 12월 말이었습니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여기 구례의 날씨는 비교적 포근한 편이었어요.
규모나 형식이 간단치 않은 구조여서 나름 신중하게 고른다고 선택한 시공사였으나
책임자는 너무 여러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 분. 그래도... 하고 기대했는데 하청받은
현장관리자가 내 기대를 못 채워주는 유형이었어요. 말하자면 공정별 기준이 다른.
아무리 광주지역에서 빌라, 오피스빌딩을 많이 시공한 경력이 있다고 해도, 기준이
다르면 다른 것이죠. 원 책임자는 다른 현장에 간다며 자리를 비우고, 오히려 내가
첫날 진행과정을 지키다가 급기야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분위기 험악하게 잡았어요.
속이 쓰렸으나... 그렇잖아도 겨울공사라 공사 진행에 대한 염려가 많았는데 앞으로
좋은 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위로 삼았습니다.
내가 유지하려는 기준이 필요이상으로 과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비난이나
빈정거림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골재를 뭐 하러 펴느냐? 거나
주택기초에 헌치 Hunch 철근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거나... 어찌되었든 중요한 건
내가 목표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지요. 끝까지...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맡기는 사람과 맡는 사람과의 관계는 자연스러울수록 좋으나 내 임무는 철저하게
건축주입장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감리 아닌 감리역할을 하는 다소 불편한 입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나 1월이 되면서 갑자기 많이 추워진 날씨
탓에 현장작업자들에게는 다소 미안했어요.
그 덕분에 다른 현장보다 오히려 더 자주 출장을 가야했지요.
이날 무지 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5 미터높이까지 한번에, 기둥만으로 상부 보와 연결하도록 설계와 구조계산이 나왔고,
시공사례도 충분하므로 그렇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는 중간 보(Beam)로 기둥을
잡아주고 거기서 다시 연결하는 구조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철근은 당연히 단 번에 올라가죠. 후프 철근으로 엮고 가운데서 한 번 더...
그렇게 1차 기둥과 보(Post & Beam ^^) 작업공정이 끝나고 다음단계 준비.
5미터 높이의 상단 보와 평 슬래브 게다가 그중 집터를 40센티 돌출시키는 거푸집작업.
전 공정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업과정입니다. 중간에 점검을 갔더니 원했던 구조와
달리 되어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했어요. 완벽한 도면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어서 중간 중간 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의 옹벽구조 또한 푸팅기초부터 철저하게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
현재 거푸집으로 짜인 구조를 완성한 다음 이 뒤로 흙을 채우고 다진 후 본 구조물과
연결되는 콘크리트마당을 만드는 게 최종목표.
그동안 만들어왔던 콘크리트 구조물 중에 제일 커다란 구조. 보시다시피 평범한 일은
아닙니다. 한겨울 일하느라 고생한 많은 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군요.
약 한 달 동안 충분한 양생시간을 갖고 거푸집을 해체, 예정보다는 좀 늦은 3월 하순
최종작업을 마무리 지었네요. 진부통나무집 팔각 필로티기초를 워낙 잘 해서 그렇지,
원했던 만큼은 아니었으나 최종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구례군 광의면, 지리산정원(야생화 생태공원)입구, 완만하고 광활한 들판이 발아래로
펼쳐진 산중턱 과수원 끝자락, 멀리 구례 읍내와 용방면 산허리를 지나는 고속도로가
아득하게 보이는... 그래서 특히 밤이면 야경이 황홀하다는 이곳에 통나무집을 지을
작전을 짜러 내려왔습니다.
그림으로 이해가 되실까요? 도로에서 다리형식으로 연결된, 콘크리트 마당과 그 위로
다시 돌출시킨 집터. 10미터 폭인 구름다리 진입 부는 주차공간을 포함하고 있답니다.
저 멀리 희미한 산 아래에 구례 읍내...
비상飛上을 위한 어떤 前進基地 같은... 세상에 이런 집터 없습니다. ^^
도로에서 같은 높이로 연결된 구름다리... 로 차를 탄 채 들어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나중에 주차장지붕을 만들 계획이고요. 대문을 겸하면 더 좋겠지요. 그건 차차 고민할
문제이고, 우선 바닥을 어떻게 마감 처리할까? 공중으로 올라온 마당 전체에 자연석을
붙이면 어떨까? 핸드레일은 충분하게 안전을 고려해야 할 듯. 이런 저런 생각이...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이 주어지니 여러 가지 궁리를 해야 하고 그만큼
신경이 쓰이므로 스트레스 피로도가 높으나 잘 끝내고 나면 나름 보람은 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성장한 기분이랄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 이 공간을 잘 활용하면 정말 유용하겠어요.
두께와 폭을 키우는 등 이번에는 토대작업에 더 정성을 기울일 생각. 통나무골조가
올라설 자리의 전체 수평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작게 처진 부분이
있어서 다음 주중에 다시 내려가 토대자리 수평몰탈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