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내 금리인하 멀어질까...통화정책 사실상 원점 / 5/5(일) / 중앙일보 일본어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이달 통화정책방향회의의 근거로 삼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한국의 경제성장,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주요 전제가 바뀌면서 한은의 금리 조정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이 총재는 2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원점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4월 금통위 당시와 상황이 달라져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 고 말했다.
최근 1개월간 달라진 환경으로
▽ 미국 금리 인하 연기
▽ 한국의 1분기 깜짝 성장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3가지를 꼽았다. 이들은 주로 통화정책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는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금리를 6연속 동결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연내 3차례가 아닌 1~2차례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세계가 생각하는 것은 견조한 경기, 물가 수준을 볼 때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의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이 이전보다 떨어진 모양새다. 이 총재는 또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지정학적 긴장, 특히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달 회의에서는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다. 2월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2.1%로 제시했지만, 1분기 성장이 수출·내수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전망도 올라갈 전망이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이 높게 나온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전망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정 전망(2.2%→2.6%) 정도가 될지는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하지만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로 구성된 아세안+3가 달러화 강세로 대표되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을 주요 리스크로 보고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강화하기로 했다.
3일 트빌리시에서 열린 아세안플러스 3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강화하기로 했다.
2010년 시행한 CMIM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통화스와프 체제다. 스와프 규모는 2400억 달러에 이른다. 회원국들은 CMIM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대출 시설(RFF) 신설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