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운동의 성경관의 문제점 / (조영길.소윤정)
프란시스 쉐퍼는 국제로잔 운동의 성경관에 틈이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했다. 국문 번역으로는 그 틈을 알기 어렵다. 먼저 국제 로잔 운동 영문 홈페이지의 성경관에 대한 로잔 언약 진술을 본다.
“We affirm the divine inspiration, truthfulness and authority of both Old and New Testament Scripture in their entirety as the only written Word of God, without error in all that it affirms35, and the only infallible rule of faith and practice.” “우리는 신구약의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음을 믿으며, 그 진실성과 권위를 믿는다. 성경 전체는 기록된,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으로서, 그 모든 가르치는 바에 전혀 착오가 없으며, 신앙과 실천의 유일하고도 정확 무오한 척도임을 믿는다”.
그러나 프란시스 쉐퍼 전집 1권이 동일한 문장을 번역한 것은 이렇다. “우리는 신구약 전체의 신적 영감성과 진실성과 권위와, 성경이 하나님의 유일한 기록된 말씀으로서 그것이 단언하는 모든 사실에는 오류가 없으며 신앙과 행위의 유일하고 무오한 법칙임을 단언한다.”
프란시스 쉐퍼는 “그것이 단언하는(affirm, 믿는) 모든 것”이라는 진술에 틈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경’과 ‘성경이 단언하는 모든 것’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 안에 있는 것 중 성경이 단언하지 않는 것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무섭고도 교활한 문장인 것이다. 누가 성경이 단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언하지 않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성경이 단언하는 바는성경을 읽는 각자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되므로 주관적 해석의 차이를 정당화하는 것을 열어 놓는 것이다...(중략)....
국제로잔의 로잔언약 초안 작성을 주도한 존 스토트는 성경관이 쉐퍼처럼 확고하지 않았다. 그는 성경의 완전무오성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성경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고등비평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않았다. 특히, 실존주의적인 신정통주의가 채택하는 칼 바르트의 성경관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성경을 하나님 말씀이라고 하면서도 ‘성경을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표지판’, ‘성경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우리의 신앙의 대상’이라고 하면서 ‘성경숭배자들이 되지 말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성경에 구원이 있다는 미신적 견해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성경의 목적은 그리스도이므로 그리스도를 보아야 하지 성경 자체를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존 스토트가 성경책이라는 물질을 숭배하고 성경책이라는 물질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미신적 견해를 경고한 것이라면 이것은 옳다.
그러나 성경 그 자체가 하나님 말씀인데 말씀 그 자체를 말씀에 대해 증거하는 표시판이라고 하거나 말씀 자체를 숭배대상이나 신앙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자칫 성경의 신적 권위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표현들이다. 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성경이 증거하는 것이나 성경이 목적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진정한 말씀이라는 바르트의 성경관에 빠질수 있는 위험이 있는 표현들이다.
바르트는 모든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 성경을 통해서 인식하는 하나님 말씀이 하나님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즉,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성경에 하나님 말씀이 포함되어 있다’고 자신의 성경관을 표현했다. 이 바르트의 성경관이 곧 WCC가 채택하고 있는 성경관으로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성경관 진술이 되었다는 점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다.
성경을 이렇게 이해하게 되면 성경과 성경이 증거하는 것이 분리되고 성경과 성경이 목적하는 것이 나뉘게 된다. 결국 성경이 증거하거나 목적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성경을 읽는 개개인이 되므로, 말씀 여부가 개인의 주관적 판단들에 의존하므로 성경의 객관성은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영길, 소윤정. 국제로잔의 총체적 선교 개념과 차별금지법에 관한 침묵에 대한 한국교회의 복음적 대응. 복음과 선교, 64(4), 2023. 202-205.)
출처 : 웨스트민스터 신학회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