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12월 29일
천안에 지인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부산으로...
해가 저물면 초행길에 어려움을 겪는 낭패를 볼까봐 중간에 한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 미리 준비해 간 안내 메모지를 보며
생전 처음 장산 약수암에 도착하여 쉴 사이도 없이 숨가쁘게 등산로를 따라
포인트에 다다르니 해는 노을을 물들이며 지기 시작하는 순간..
10분만 늦게 왔어도 해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광안대교의 S자 라인은 공사중인 아파트에 의해 잘려 버리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난 정신없이 카메라 샷타만 누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릴수록 비례하여 황홀해 지는 도시의 조명은 아름다운 항구도시 부산의
명물이었다.
칼바람에 살은 애려도 감탄을 연발하며 두어시간 찍고 밤길의 등산로를
더듬거리며 하산하였다.
다음날 일출을 찍을려면 송정으로 가야 하고...
옥정호를 찍으려면 먼 길을 달려 임실로 가야 한다.
낮에 짙게 드리웠던 황사 현상은 매서운 칼바람 탓인지 밤이 깊을수록 완전하게 사라져 가고...
기상 보도에 의하면 밤부터 눈이 온다니 내일 아침 일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임실로 결정을 하고 방향을 틀었다.
남해 고속도로를 달려 진주를 지나 산청에 접어드니 눈발이 날린다.
함양에서 88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거창을 지나 남원으로 가는데...
지리산 자락에 접어드니 함박눈이 쏟아진다.
달리는 차량의 불빛에 뒤로 스쳐가는 눈발이 블랙홀로 나를 잡아 당기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조심조심하여 순창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니 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어지러워 갈 수가 없다.
속도를 완전히 낮추고 엉금엉금 기어 임실로 접어드니 눈은 그치고 도로에도 약간 희긋희긋 할 정도다.
모텔에 여장을 풀고 누우니 하루 달려 온 길이 아득하게 꿈속 처럼 다가 온다.
다음날...
새벽 5시 30분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니 눈이 밤새 15센티는 족히 쌓였다.
옥정호 포인트인 국사봉 전망대로 향하는데...
하얀 도로 위에 누군가가 앞서 간 자동차 바퀴 자욱이 선명하다.
목적지를 500 여 미터 앞두고 앞에서 차 한대가 다가 온다.
비켜 서서 모퉁이를 도니 바퀴 자욱이 멎었다.
방금 전 그 차가 올라 가지 못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나라고 별수 있나...
미끄러지고 오를 수가 없었다.
눈은 쉴사이 없이 내려 쌓인다.
다행히 얼마전에 양수리에서 고생할 때 사 놓은 체인이 있는지라 체인을 꺼내 바퀴에 감았다.
바드시 올라 보니 체인은 다 끊어져 달아나고...
차 안에서 의자를 눕혀 놓고 30분 정도 지나니 또 한대의 차가 온다.
그 뒤로도 두대가 더 오고...
나도 미쳤지만 대단한 사람들이다.
날은 잔득 흐려 구름은 낮게 드리우고 눈은 계속 내리니 사진은 틀린듯 싶다.
카메라를 둘러 메면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숙해 진다.
전망대 휴게소 식당 주인이 일찍이도 문을 연다.
두런 거리는 우리의 말소리에 잠이 깨었는지 아니면 매일 같이 찾아 드는 사람들이
모두 이른 새벽에 오는 탓인지 문을 열어준다.
그 분들과 같이 아침을 떡국으로 들고 혼자서 밖으로 나오니 잠시 하늘이 군데군데 파랗게
드러내고 붉은 여명이 옥정호에 드리운다.
정말 운 좋았다.
나만 몇컷을 누르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컴컴해 온다.
그분들께 인사를 나누고 고창으로....
눈길을 달려 고창읍성에 도착 하여 모양성을 찍고...
집으로 갈까...???
시간은 워낙 일찍 일어난 탓인지 11시 밖에 되지 않았다.
대둔산으로 들려 가자.
다시 대둔산으로 방향을 틀고....
오후 2시경이 되어 도착...
눈길을 체인도 없이 잘도 다녀 온 것이 마냥 신기하다.
대둔산에도 구름이 감싸고 있고...
시간은 없고 무작정 케이블카 탑승권을 끊어 산으로 오르니...
드러내는 대둔산은 가히 절경이요 무릉도원이라 할 수 있었다.
모두들 감탄을 연발하며 야단들이다.
어떤분은 금강산 보다도 더 좋다고 소리친다.
여기 그 대둔산 설경 사진 하나를 남겨본다.
첫댓글 너무나 감동적인 소설 같습니다 ~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 저도 이번 5일날 부안가서 자고 다음날 일찍 갈려는 계획입니다 아이젠은 없어도 괞찮은지요 ?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날마다 즐거운날 되시고 건강하세요 ~
아이젠 필수 입니다. 겨울 산행에는요. 특히 고가의 카메라를 가지셨으면 더욱 더.... 저는 그냥가서 고생 했어요. 눈을 밟아 얼음처럼돼 버려...ㅠㅠ
네 고맙습니다 저는지금 손난로 구입처 알아보는중입니다 손만 추워서요 ㅎㅎㅎ
손난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량으로 장사하는 곳서 팔아요.2만원 달라고 하든데...휴발유 넣어 사용하면 12시간 사용한다고 하면서...
정말 대단하시네요, 사진 작품도 대단하지만, 남겨두신 글을 읽으면서 정말 어렵게 찍어주신 사진을 두분 덕분에 편하게 감상한다는 마음입니다. 이방인님께서 어렵게 고생해가며 찍으신 작품을 해피산님께서는 이런 카페를 마련해주셔서 말입니다. 두분께 정말 고맙습니다. ^^
케빈님 감사 하구요 우리나라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인걸 새삼 느낄때가 많습니다. 다른나라는 혹한에 가뭄에 테러에...
물론 작품은 악조건에서 명작이 나온다지만 정말 대단하십니다 ,,,,가만히 앉아 구경 하는것 또한 송구스럽기 짝이없구요 ,,,작가님들이 계시기에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답니다 ,,,
사진만 찍는다 생각하면 힘이 들지만 샷타를 누르는것이 마냥 좋아 다니다 보면 사진은 절로 나오는것 같습니다. 물론 피곤함,추위,무서움,두려움 같은것도 없구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