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김남형 특파원> "네가 본즈냐?" 플로리다 최희섭(25)이 "메이저리그 홈런왕" 배리 본즈(40ㆍ샌프란시스코)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최희섭은 30일(이하 한국시간) SBC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 4회 공격서 시즌 8호 선제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전날 콜로라도전에서 3점홈런을 터뜨린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또다시 410피트(12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3게임 연속 아치. 자신의 지난해 한시즌 홈런수를 개막후 한달도 되기 전에 채웠다. 내셔널리그 홈런 순위는 공동4위. (오전11시현재)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최희섭은 0-0인 4회 2사 1루서 두번째 타석에 섰다. 상대 오른손 선발 제롬 윌리엄스는 최희섭을 의식한 듯 철저하게 스트라이크존 외곽으로 승부. 볼카운트 1-3가 됐다. 거포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풀스윙을 해야 할 찬스. 5구째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휘어야할 80마일대 중반의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 최희섭의 입맛에 딱이었다. 번개처럼 배트를 휘둘렀고, 관중석을 고요하게 만든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순식간에 센터펜스 약간 오른쪽으로 넘어갔다. 선제 중월 2점홈런. 최희섭은 배리 본즈를 보기 위해 몰려든 3만7306명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유유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최희섭은 이날 세번째 타석에선 우익수플라이, 네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최희섭은 시즌 타율 2할8푼8리, 15타점, 12득점을 기록중이다. 최희섭의 홈런에 자극받은 배리 본즈 역시 이날 "거포 본색"을 드러냈다. 본즈는 6회 우중월 1점홈런을 쏘아올리며 개인통산 홈런을 668개로 늘렸다. 메이저리그 통산홈런 3위를 달리고 있는 본즈는 통산 1위 행크 애런(755개), 2위 베이브 루스(714개)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이날 경기는 최희섭 외에 라몬 카스트로와 마이크 로웰이 각각 1점홈런을 터뜨린 플로리다가 4대3으로 승리했다. < star@>
"거포 본즈 의식안했다"
최희섭 인터뷰
최희섭(플로리다)이 홈런을 치는 순간, 전광판에는 시속 97마일(156㎞)이 찍혔다. 상대 선발 제롬 윌리엄스가 던진 공이 약간 바깥쪽으로 휘면서, 그리 빨라 보이진 않았기에 다소 의아스런 구속이었다. 경기후 최희섭과의 인터뷰에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최희섭이 친 공은 체인지업이었고, 스피드건의 오작동으로 투구가 아닌 타구 스피드가 전광판에 찍힌 것이다. 친절하게 설명해준 최희섭은 커다란 타올 두장으로 아래, 위만 가린 채 특유의 해맑은 웃음으로 경기를 복기했다.
-어떤 공을 공략했는가. ▶상대의 실투였다. 80마일대의 체인지업을 쳤는데, 아마 전광판에는 배트 스피드 아니면 타구 스피드가 찍혔을 것이다.
-세게임 연속홈런인데 소감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친 첫 안타다. 팀이 이겨서 좋다. 내가 홈런을 쳐서 팀이 리드를 잡는 계기가 된 게 기쁘다. 나중에 3-3 동점을 허용해 결승홈런이 안 됐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다.
-거포 배리 본즈 앞에서 홈런을 쳤는데. ▶본즈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자다. 본즈는 배터스박스에 섰을 때 투수들이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위력적인 선수다.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선수일 것이다.
-본즈로부터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선구안이 최고다. 타석에 섰을 때 자신감과 강해 보이는 모습, 언제든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최고 타자다.
-작년 한시즌 홈런(8개)을 벌써 다 쳤는데. ▶감이 좋다. 꿈은 크게 갖고 싶지만 30개 혹은 40개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고 싶지 않다.
-메이저리그 홈런레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욕심이 생기는가. ▶나는 (플래툰시스템 때문에) 매일 게임을 뛸 수 없는 처지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개라도 더 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 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김남형 특파원>
"본즈와 비교 불공평 희섭 홈런 너무훌륭"
▶잭 맥키언 감독=최희섭과 배리 본즈를 비교하는 건 불공평한 일이다. 본즈는 20년간 뛴 선수고 최희섭은 이제 겨우 2년을 뛰었다. 본즈는 668홈런을 쳤다. 어떻게 최희섭과 직접 비교할 수 있겠는가. 최희섭은 오늘 너무나 훌륭한 홈런을 쳤다. 아마 어제 저녁에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좋은 홈런을 기록한 것 같다.(웃음) 한국 취재진이 오늘밤에도 최희섭과 동행,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최희섭이 계속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