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과 수용가가 각기 다른 접지 시스템을 채택, 누전차단기 오작동 등의 문제점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내선규정을 대폭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축전기설비에 적용되는 접지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모색했다.
◆접지 방식이 다른 이유
1909년 일제강점을 계기로 국내 전기설비 기준은 불가피하게 일본식을 따르게 됐다.
이는 국내 수용가의 접지시스템이 일본방식(TT)인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방 뒤 1960년대 한국전력공사가 역사속에 등장하면서 접지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한전은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연수단을 파견한 것이다. 이는 극도로 높았던 반일감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수를 마친 전문가들이 한전의 접지시스템을 미국식(TN-C)으로 바꿨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일반 수용가는 여전히 일본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국내 접지시스템을 TT(개별접지방식)와 TN-C(다중접지방식)로 혼용하게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문제는 없나
일본식을 모방하고 있는 현행 접지 시스템은 1,2,3종과 특별 3종으로 구분, 저항수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저항수치에 대한 근거가 대부분 미약하거나 전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접지 전문가인 다케히코 다카하시 씨는 이와 관련 ‘電設工業(일본전설공업협회 발행)’에 ‘접지기술에 관한 최근의 동향’이란 논문을 발표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의) 전기설비 기술기준이 바뀌어도 접지저항치는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하지만 저항수치에 대한 시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868∼1912년 사이에 결정된 수치라고 하지만, 국제 표준화의 파도가 이 접지저항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필자는 염려스럽다. 구미의 옥내배선시스템(예를 들면 유럽에서는 TN계통방식)과 일본의 방식(TT계통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 단순히 수치만 일치시키는 것만으로 표준화를 실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밖에도 NEMA는 ‘전기설비요건(Electrical Installation Requirements)’이란 보고서에서 “TN방식과 TT방식은 공유할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누전차단기 오동작은 물론 장소별 사고전류에 따른 전위상승이 달라 보호계전기 선정 시스템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접지시스템을 혼용하는 나라는 몽고, 슬로바키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제국(나이지리아, 남아공 제외)에 불과하다.
◆“내선규정 개정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접지 관련 내선규정을 IEC나 NEC 규격대로 조속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가 시급하지만, 우선 수용가 측의 접지시스템을 한전측과 일치시키는 것이 당면과제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KS규정을 포함한 국내 기술기준과 내선규정 등 대폭적인 개정 보완이 요구되며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 검사 기술기준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들어 대한전기협회가 내선규정의 일부를 개정했지만,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