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아닌,10월인데도 연휴라 그런지 지인들이 부산영화제 본다고 몇분 오셨다. 장수님은 전화만 받고....
더웠다. 시내 아가씨들 옷을 보니, 여름같기도 하고, 가을인것도 하다.
이런 날을 인디안 썸머라 하든가?
십여년전. 이런 날씨에 바닷가 절벽위의 대학병원 독실. 병원 구석에 홀로 위치하고, 길어야 2~3일만에 주인이 바뀌는..
조용히 누워 계시고, 의자에서 책을 읽는 두 부자는 누가 말을 안해줘도 그날 병실을 옮긴 그 의미를 안다.
마른 기침뒤 , 조용히 일어나시려하시기에, 부축해드리니 환한 애기같은 웃음으로 ...
" 그동안 참 고생했데이. " 하시곤 손을 잡으신다. 순간 아무 말도 하지를 못한다.
그냥, 잡힌 손에다, 다른 한손은 어깨를 잡고 쳐다보기만...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들다가도, "잠시만요 " 하고 나간다.
바다가 보임직한 창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훔치고, 돌아서다가도 또 창가로...바다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차분한 바닷바람으로 미루어 바다가 느껴질뿐.
그렇게 외로운 병실에서. 시내 맛있다는 초밥 도시락도 드시지않고 그냥 가픈 숨으로 주무신다.
그렇게 인디안 썸머라 부르는 약간 더운 시월의 밤은 지나고..
새벽에, 엠브란스로 날 낳고나서 지어셨다는 오래된 집으로 향했다.
**************** ******************** *****************
5형제중 막내인 난 부모에게 맞거나, 꾸지람받은 기억이 별로없다.
부친은 고생끝에 공장을 하시고, 나하고 나이가 같은 2층집에서 우리 5남매는 이사를 모르고 살았지만,
막내인 난 어릴때 약핸건지, 그 당시론 고치기 어려운 병으로 새로 지으실 공장 하나를 날려먹은 액둥여서 그랬을거다
그래도 , 부친은 저녁드시고 내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자주 가신다. 동명극장.거기 표받으시는 아저씬
친절히 인사하고, 어린 난 공짜였는거 같다. 소위 단골 대접인지..
주로 외화를 많이 보시고, 보시다가 코를 고시며 잘 주무신다. 피곤해서 인줄도 모르고, 철없는 아들은 흔들다가,
꼬집기도 한다. 다른 사람한테 창피해서다. 영화가 끝나면 희안하게 깨어나시곤, 길건너 초밥집으로 데려간다.
그 당시 초밥집은 회를 안시켜도, 튀김, 특히 닭, 새우 , 무우 ,오뎅, 스지등을 한 꼬쟁이에 끼워
손님이 오면 그릇에 풀어 담아주는 오뎅안주를 , 일본에선 유명하지만 지금 여기선 맛보기 힘든 , 시켜주시곤,
당신께서는 정종 두어잔 드시곤 뭔가 말도 시키기도 하신다. 그리곤 다음날도 주무시다 마저 못보신 같은 영화를
또 보러 가자 하시면,주로 친구들과 논다고 안가곤하지만, 어쩔땐 우쭐한 기분에 따라나서기도 한다.뭔가 베푼다는듯이..
그럴땐 아마, 지나롤로브리지다, 잉그리드 버그만,에리자베스테일러, 오드리햅번, 마랄린 몬로 , 비비안 리 등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나온 영화였음이라. 특히, 지나롤로브리지다는 어린 나에게도 숨이 막힐 정도로 예뻤다.
그래도, 난 잉그리드버그만 같이 좀 이지적인 여자랑 결혼할거라 맹서하고...지금의 아내는 눈만 버그만이다~ㅠㅠ.
그땐 초등부터 입시로 과외에 잡혔든 형들과 달리 난 어릴때부터 공부에서 자유로웠다.
벼락공부하느라 밤샘이라 할라치면, 올라오셔서 "자거라 그만~".
고등학교 올라가고,부친은 좋아하시는 술땜에 근 일년간 수술에, 병원에 계시고, 사업은 믿고 맡긴 친척이 챙겨가고,
그 이후론 집안도,부친도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공장도 큰 규모로 벌려야 할 시절이라, 작은 공장으로 애만 쓰시더만..
그 후,좋아하시든 초밥을 드시는걸 본적이 없다. ....세월은 흐르고. 서울에 근무하다가 어른생각에 맘이 안편해서
부산지사로 내려왔지만도.. 잘해드리지도, 별 해드린 일도 없은듯싶다. .... 그렇게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이름다운 항구에서는 또 다시 영화의 바다가 열린다,...
바닷바람이 차분한 이런 시월의 밤이면, 옛 영화가 생각나고, 그냥 멍하고 서러울때가 있다.
(P/S; 장수님은 전화받고도 만나 대접도 못하고, 잘 보시고 가셨는지,,.)
첫댓글 자유인님 덕분에 촌놈 길 헤매지 않고 잘 다녀 왔습니다. 요트장, 나루공원, 해운대 들러고 왔습니다. //늘 자유인님의 글이 예사롭지 않음을 대합니다. 팬 관리하실 날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써야 할 글인지도.. 그리 말씀하시니 2편 사모곡은 안올려야할듯.,.ㅎㅎ 고딩때 소설 적는다 끄적거린거 외엔 , 경제얘기는 책임없이 언론에 몇번 실려보기도, 다 지난일이죠. 부산오셨다가신데, 미안합니다.
자유인님 글 읽고...무어라 표현이 잘 못하겠습니다.아기장수님 부산에 오셨어요?또 무어라 할말이 없어집니다^^언제 만나 뵐일이 있겠지요.사람 잘 안만나지만 만날사람에게는 용감 합니다.어제그제 어떤 집회 말씀들으러 부산대학앞까지 가고오고에 길 헤매고 난리도 아니였네요.지하철 환승을 잘 못해서 좀 다녀야 하는것 느끼네요
운전면허가 쉽게 바낀다네요., 집앞 황무지를 용감하게 개척하시듯이 , 아마, 모든걸 다 하실분이니, 힘내시고, 차몰고 돌아보시죠, 한번도 안뵙지만, 세상은 망할지 몰라도 인생은 즐거워야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요. 저도 그런데,불법으로 올리긴 그렇고,오케스트라곡이 다음에선 팔지를 않네요. 음악선택폭이 좁네요 걍 들어주세요. 갸날퍼잔아요... 담에 무영님을 위한 곡을 , ... 느~ㄹ 행복하셔요.
자유인님 부산 사시나 봐요, 바다 있는 부산, 정겨워요~ 영화제 멋질 거 같은데 이번에 최진실 때문에 시작 분위기가 조금 슬펐다고 나온 기사 봤어요
이번엔 경제도 어려워 후원도 못받고, 최씨일도 있어 PIFF가 많이 어수선하나봐요. 하필 친구가 이번에 담당 국장으로 첨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