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일요일,
집안 정리하고 여유롭게 가을노래 틀어놓고
창밖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좋은 점심나절입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 다리가 근질근질하여 동네 한바퀴라도 하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아내가 수료한 원예치료사과정 수강생들이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간다기에 따라붙었습니다.
편도 4시간이나 걸리는 먼길을 개인적으로 다녀오는 것보다는
이럴때 얹혀다녀오는 것이 낫겠다 싶었지요.
수강 동기생 외에도 친구, 딸들과 함께 온 분들은 있었지만
남편 손잡고 오신 분은 아무도 없었기에
제가 청일점으로 관심을 조금 받았습니다.
경기도 가평군 축령산 기슭 10만여평의 부지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급적 살려 20개의 주제공원으로 꾸민 수목원은
25세의 최연소교수로 주목을 받았던
삼육대학교 원예학과의 한상경교수가 96년 5월 설립하였습니다.
아침고요라는 이름은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우리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 예찬한데서 비롯되었으며
한국적인 자연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겨져 이름붙였다고 합니다.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어서 일행 중 한 분이 찬조하신 도시락을 받아서
나무그늘 아래 공연장에서 점심을 먹고 재즈공연을 보고 들었습니다.
운좋게 시간과 장소가 맞아떨어져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자연을 배경으로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경북환경연수원의 사전 예약 덕택에 수목원에서는
원래는 해설사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대구출신의 해설사를 배정해 주었는데
우리 일행이 대구/경북에서 왔음을 아는 해설사가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맛깔나게 해설을 해주어 수목원의 정원, 나무, 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올해 3년이 되었다는 이 해설사 아가씨는
현 직장과 하는 일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고 당당하였으며
서글서글한 눈매에 조금 허스키한 소리로 목소리에 힘을 주어,
사투리에 경상도 억양까지 넣어 해설해주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따가운 햇살이 비추는 것을 보고선
우리 일행을 고려하여 방향을 바꾸어
자기가 해를 마주보고 안내를 하는 마음씀까지 보였습니다.
모두가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지,
남자친구 소개해주겠다고 몇분이 얘기를 꺼내시니 커플링을 보여주며
같은 일을 하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히는 모습도 참 좋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과 관련된 전공을 하고
그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더욱 당당하고 밝은게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 열정, 전문지식, 당당함, 배려하는 마음 등을 느끼면서
이런 젊은이들이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이들도 이처럼 당당하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미래를 대비하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좀더 신경쓰고 북돋워 주어야겠다 생각하였습니다.
큰 아이는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둘째도 빨리 좋아하는 것 중에서 잘 할 수 있고
앞으로 평생직업으로 삼을만한 일을 찾아 전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많은 가을꽃, 단풍들기 시작한 나무들, 이들의 조화,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
왕복 8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노래 한곡 않고 들썩이는 관광버스춤 없이도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모든게 참으로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해설사의 설명으로 처음 알게 된 식물 관련 팁.
구절초는 처음 꽃피었을 때 연보라빛인데
곤충 등이 수정을 하면 하얗게 변한다고 합니다.
연보라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게지요.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 경에 꽃을 따서 술을 담거나 말려서 차로 쓰면 좋다고 합니다.
가평 특산물로는 잣이 특히 유명하지요.
잣나무나 소나무 등은 작년에 핀 꽃이 올해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즉 올해 딴 잣은 작년에 핀 꽃에서 만들어진 열매란거지요.
수목원의 설립자인 한상경교수는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수목원 곳곳에 새겨놓은 시, '나의 꽃'이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특히 와닿습니다.
내 가슴 속에 피어 있는 나의 꽃들을 더욱 아껴야겠습니다.
나의 꽃(모셔온 글)=========================================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한상경교수/시인(아침고요수목원 이사장)
단풍들기 시작한 나무 사이로 맑은하늘과 조각구름 한조각이...
숲 속에서 재즈 연주하는 부산팀
천년향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