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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와 여성주의
이영이 (성신여대심리건강연구소)
목차
1. 자기(Self)
2. 게슈탈트와 여성주의
1. 자기(Self)
♥ 자기(das Selbst, Self):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경험의 프로세스'
(vielfaeltiger und doch einheitlicher Erfahrungsprozess)(Gremmler-Fuhr, 1999).
♥ 자기의 세 기능: 원초아(Es, Id), 자아(Ich, Ego), 성격(Persoenlichkeit) (Perls et al., 1951). 자기는 세 가지 기능의 모습으로 접촉과정에 나타남.
☞ 원초아기능(Id-Funktion):
- 접촉과정 초기에 나타남.
- 과거의 미해결 과제와 표현하지 못한 감정, 환상과 생각이 모호하게 지각되는 환경과 유기체의 흥분이 느껴짐.
- 원초아는 수동적이고 혼란스럽고 비이성적임. 깨어있는 이완상태에서 충동은 스치는 신호 혹은 환상으로 나타남.
- 이 상태에서 원초아기능은 유기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호하게 표현함. 가능한 욕구와 관심을 알려줌.
☞ 자아기능(Ich-Funktion):
- 일단 전경이 형성되면 자아는 선택하거나 거부하는 결정을 함.
- 접촉단계에서 경계를 짓는 자아기능이 부각됨. 자아는 자각하며 적극적임.
- 환경과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욕구와 관심을 알아차리고, 이를 주장함.
- 자신의 주장이 달성되지 못하면 도전이나 공격받는 것처럼 느끼거나 상처를 입게됨.
☞ 성격기능(Persoenlichkeitsfunktion):
- 대인관계에서 자신과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활용되는 관점의 체계임.
- 성격기능에는 자신에 대해서 인정하고 환경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책임구조(Verantwortungsstruktur)의 측면이 있음.
- 성격기능을 통해서 유기체의 현재 접촉경험이 삶에 통합되면서 미래의 접촉경험이 가능함.
☞ 자기(Selbst) 표현의 한 측면인 성격기능과 비교해서, 성격(Persoenlichkeit)은 ‘환경 속의 개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느낌과 앎의 통일체’로서 정의됨.
- 다층적인 자기이해가 전제됨:
(1) 환경과의 상호교류를 하는 접촉과정에서 통일되어 나타나는 상대적인 자기(das relationale Selbst)
(2) 존재의 심연에서 경험하는 지속성과 정체감을 느끼는 개인적 자기(das personales Selbst)
(3) 간접적인 의식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존재의 포괄적인 수준이 고유하게 표현되는 초개인적 자기(das transpersonale Selbst).
☞ 다층적이고 다차원적이며, 일시적이면서 지속적으로 경험되고, 접촉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며 변화하고 초월적이며, 삶의 전체 경험을 존재의 깊은 차원에서 통합하는 자기에 대한 자각의 확장이 게슈탈트 치료의 중심 주제임.
2. 게슈탈트와 여성주의
♥ 여성과 접촉경계 혼란행동
(폴스터, 1974)
☞ 내사:
- 여성에게 강하게 내사된 사회적 가치관과 성역할이 여성 자신을 소외시킴. 자신의 부인되고 지워진 부분이 남아있음.
- 여성은 심리적으로 대항을 못하고, 피로감을 느끼거나 긴장함. 뭔가 불만족스러워하면서 육체적ㆍ성적 문제가 생김.
- 여성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회의감은 의심하기에는 너무 불안해지는 내사된 타인의 판단과 가치관에서 나옴.
- 어떤 여성은 자신의 욕구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거나 매우 불확실하게 지각함. 다른 여성은 자신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매우 정확히 지각을 하더라도 변화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는데, 죄책감을 갖거나, 자신이 너무 요구가 많다고 느낌.
- 개인적인 양극성이 생성되고, 내적 모순이 나타남(Perls, 1969): 힘있는 상전과 눌려있는 하인.
- 여성의 모든 성격적인 부분이 양극을 가질 수 있음. 예) 냉혹함-부드러움, 관습적임-반항적임....
- 양극을 자각하지 못할 때에 무력감과 움직임이 없게 됨.
- 억눌리고 부인되고, 열등한 부분인 하인이 변화를 위한 잠재적 힘을 가짐. 이 부분과 접촉이 없으면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됨. 눌려진 부분이 동의하지 않고 태업을 하며 수동적으로 행동수행을 방해함. 자신의 표현하지 못하거나 표현할 수 없던 감정에 의해 구속되고 힘들어짐.
☞ 투사:
여성이 느끼는 강한 불안감과 죄책감은 자신이 알 수 없고 수용할 수도 없는 상태가 외부로 투사된 것임.
☞ 반전:
- 반전은 자신의 소망을 성취하도록 환경을 변화시킬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때 나타날 수 있음.
- 따라서 자신의 소망을 포기하고 철회하는 행동을 취하며 만족을 찾게됨. 타인에게 하고 싶은 것을 흔히 자신에게 돌려버림.
- 외부로 표현하지 못한 실망감, 비난, 공격성과 적대감이 자신에게 향함. 예) 출장을 많이 다니는 남편을 비난할 수 없던 한 부인이 자신의 뒷머리를 피가 나도록 긁던 문제.
- 자신이 너무나 모자라고 무가치하다고 평가함. 다른 여성을 더 유능하고, 희생적이고, 이타적이고, 어려워도 불평하지 않는다고 생각함.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함. 자책하고 비난하게됨.
- 여성의 성문제도 분노의 감정이 반전되어 자기처벌의 형태로 나타나게 됨.
♡ 사례: 성문제와 반전 (Polster, 1974).
한 여성 내담자는 12년째 결혼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를 낳았는데, 갑자기 남편과의 성교에서 통증을 느꼈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에선 신체적인 결함이 없었다. 그 여성은 영리하고 재치 있었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질의 근육과 골반 및 신체 이완훈련을 통해 내담자는 통증 없이 자위행위를 할 수 있었지만, 남편과의 성행위를 할 때는 몸이 긴장하고 통증을 느껴 실망하였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내담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몹시 무례하고 독재적인 사람이어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아버지와 상대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했다.
이것을 설명할 때의 느낌을 느껴보도록 치료자가 권하자 내담자는 자신이 몹시 긴장하는 것을 느끼고 떨릴 정도라고 했다. 치료자는 혹시 질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지를 묻자 내담자는 그렇다고 했다. 근육의 긴장을 좀더 느끼도록 하고 갑자기 이완하라는 지시에 따라서 내담자는 완전히 이완할 수 있었다. 내담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아버지를 몹시 증오했었고 이 문제는 예전에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담자는 자신의 분노를 쌓아왔고, 어떤 남자에게도 아무 것도 받지 않으려는 것처럼 질을 긴장시켰다. 이런 태도는 자신이 사랑하던 남편에게도 의식하지도 못한채 나타났다.
♥ 자각을 통한 변화
- 자각을 통해 자신의 욕구와 삶의 상황을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이 도움이 됨. 이 과정에서 여성은 긴장감을 느끼고, 분노나 화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감정을 통합하며 삶을 변화시키게 됨.
- 자신의 경험을 분리하거나 숨기지 않으면서 편견과 장애 없이 자각을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져서 표현될 수 있음.
- 자각이 과거의 의무감과 낡은 가치관에서 빠진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줌. 자각이 되면 현재에서의 생생한 참여와 표현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함.
- 자신의 욕구를 자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여성은 자신을 더 목표 지향적으로 느끼고 자유로워지는지 느낄 수 있음(자각-욕구-행동).
- 자각이 고통이나 불행을 막아주진 않음. 문제가 있는 현실을 더 명확하게 하고, 이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는 자신의 책임을 지게 됨을 의미함.
- 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자각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자신의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음. 자신을 잘 알아서, 우아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자신의 유연성을 믿게됨. 따라서 실수나 다른 생각 때문에 불안해지지 않음.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됨.
♥ 게슈탈트 치료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에서의 평가:
☞ 문제점:
- 전통적인 게슈탈트 심리치료이론은 남성과 여성의 성차에 대한 이론이 아니었음.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간과됨.
- 치료자의 무의식적 성역할 고정관념 및 가치관을 반성하는 기회가 없이, 여성 내담자가 직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를 오해하거나 간과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함.
☞ 공헌: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실현하는데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는 게슈탈트 심리치료는 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됨.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에 종속적인 여성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줌: 건강한 자기애, 자신의 욕구 존중, 자신의 책임 및 결정, 자립(Ulbing, 1999).
☞ 한계: 그러나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만을 고려하고, 역사ㆍ사회ㆍ정치적으로 차별 받는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상담하거나 치료하는데 한계를 보임.
♥ 성역할 고정관념과 상담
☞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내면화시킨 치료자가 이를 자각하고 통합시키지 못하면, 사회적, 제도적 위계질서의 영향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움.
☞ 무의식적인 치료자의 성역할 고정관념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심리치료에서의 실수(Lerner, 1991, in Ulbing, 1999):
- 여성의 지나친 자기희생, 의존감 및 능력부족을 정상적 것으로 간주함.
- 주부로서 사는 삶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지각하지 못함.
- 자립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여성 내담자의 치료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적인 전이를 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함.
- 현실에서 여성의 역할이 제한되기 때문에 겪게되는 좌절감과 이로 인한 분노와 공격성을 이해하지 못함.
- 공격성이나 힘의 욕구를 여성적으로 보지 않아서, 그 건강한 측면을 못 봄.
♥ 여성주의 상담과 치료자의 태도(Kypke & Voss, 1991): 당파성,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반가부장적 자세
☞ 당파성 및 해당됨:
- 치료자가 내담자의 편이 되고, 개인으로서는 서로 다르지만 한 사회의 여성으로서 공유하는 점들을 알고 이를 언급함을 의미함.
- 치료에서 여성 내담자의 희생자적 자세를 치료자가 동일시하고, 거리감이나 경계를 무시하는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의 융합에 주의해야 함.
- 가해자에 대한 양가감정이 수용되어야 함. 치료자는 자신의 감정, 인지, 행동의 능력이 제한되지 않을 수준을 자각하며 내담자에게 반응하고, 내담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자기개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함.
☞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 내담자의 삶의 상황 및 증상과 가부장적인 사고와 사회화의 모형이 상관되어 있다고 봄.
- 의존감과 무력감,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 등이 여성에게 고통을 줌.
- 여성주의 관점에서 강조되는 이런 전체성, 즉 여성의 심리신체적인 질환과 모순되고 제한되고, 억압적인 삶의 조건 및 상황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함.
- 다수의 여성 내담자가 삶에서 이중 삼중의 부담으로 질병을 얻게 되는 현상에서 가부장적인 성차별의 병적 영향을 경시할 수 없음이 지적됨.
♥ 게슈탈트 심리상담 및 치료에서 중요한 측면:
- 직장여성의 자식에 대한 죄책감,
- 기혼 여성이 중단한 직업교육,
- 전업주부의 노후대책,
- 맞벌이 부부의 경제적인 부담 분담,
- 부부문제가 있는 남성의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자식과의 관계 등.
☞ 여성주의는 가부장적 자세, 즉 치료자가 더 큰 권력을 갖음을 비판함.
- 바람직한 치료자의 자세는 여성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가장 잘 알며, 최선인 것을 알기 때문에 선택하는 길을 가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자세임.
- 여성 내담자와 치료자의 관계에서 전이 및 역전이 되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구조를 자각하고 표현되고, 여성이 자기 자신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 상담할 수 있음.
- 은밀히 ‘뭐든지 더 잘 아는 어머니’로서 내담자의 자립을 방해하는 것 주의.
- 치료자에 대한 경탄 및 지나친 이상화 주의, 이것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나타나는 권력의 불균형의 반복일 수 있음에 주의해야함.
♥ 치료 및 상담훈련: 여성을 위한, 여성과의 심리치료를 하기를 원하는 치료교육에서 필요한 점(Kypke & Voss, 1991):
- 여성성에 대한 지배이데올로기의 인식,
- 가부장적인, 여성에게 적대적인 가치와 구조를 유지하는 공범 역할 자각,
- 자신의 힘, 자동 및 관철능력의 체험,
- 가부장적 가치관과 이를 부여하는 자의 고통을 받는 희생자의 입장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입장으로 변화,
- 내담자와 창조적인 융합과 치료자로서 건강한 경계짓기의 균형잡기.
- 가부장적 사회에서 내사된 성역할 고정관념 및 가치관을 자각하고, 인격적인 통합을 하는 것이 여성의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서 요청됨.
참고문헌
Gremmler-Fuhr, M. Grundkonzepte und Modelle der Gestalttherapie. In Fuhr Reinhard, Milan Sreckovic & Martina Gremmler-Fuhr (Hrsg.), Handbuch der Gestalttherapie (pp. 345-392). Goettingen: Hogrefe.
Kypke, I. & Voss, H. (1991). Feministische Beratung, Inga Kypke und Hannelore Voss. In: Beck, M., Brueckner, G. & Thiel, H.-U. (eds.). pp. 67-78. Tuebingen: Psychosoziale Beratung dgvt-Verlag.
Perls et al. (1951). Gestalt Therapy. London: Penguin.
Polster, M. (1974). Women in Therapy - A Gestalttherapist's View. In V. Franks & V. Burtle (Eds.), Women in Therapy. New York: Brunner & Mazel.
Ulbing, M. (1999). Geschlechtsspezifische Aspekte der Gestalttherapie. In Fuhr Reinhard, Milan Sreckovic & Martina Gremmler-Fuhr (Hrsg.), Handbuch der Gestalttherapie (pp. 599-612). Goettingen: Hogre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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