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온다. 차분하게...
그래서 하릴없이 개미 몇 마리를 잡다가 문득 글을 쓴다.
나는 얼마전 지붕교체 공사를 앞두고 많이도 걱정했었다.
본래가 블록벽으로 구성된 집에 시멘트기와로 지은 집이라
내가 이 집을 샀을 때(1989년)는 이미 비가 새고 형편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와 형님, 우리 네식구 모두 6명이서 살 때였는데,
몇년 살아보니 도저히 신경쓰여서 집수리를 하였다.
지붕도 기와를 걷어내고 슬레트로 바꾸고 마당 공간을 증축해서
부엌을 만들고 싱크대를 넣고 실내 화장실도 만들고 기름 보일러도 넣었다.
그게 1991년이었으니 근 20년이나 되었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붕에 대해서는 별탈없이 잘 지내왔는데,
이번에 면 주민자치센타의 희망근로 사업에서 험한 스레트지붕을 교체해 준다면서
신청하라 해서 일단 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지붕 속의 흙이 부스러져 천장 댄조로 떨어지는 상황이라
괜히 공사를 한다는게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을까 싶어
스레트 뜯지 말고 그대로 덮어 씌우면 하고 그렇잖으면 안한다니까
스레트에 석면공해가 있어 그것 때문에 시에서 해주는 공사라고
스레트는 반드시 철거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작업 과정에서 부실한 집이 무너지거나 지붕 군데군데 흙이 떨어져 낭패라도
생길까봐 칼라강판으로 교체하는 지붕공사를 안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신청서를 노동부에까지 올렸다면서 이 좋은 기회에 하라고
면직원과 철거공사 업체 대표가 권유를 해서 하는수 없이 그들을 믿고 하기로 했다.
그렇게 10여일이 지난 7월 12일날. 장마가 북상중이라는데
스레트 철거업체가 들이닥쳐서 지붕을 뜯는단다.
날씨는 당장 비가 오지 않았지만, 곧 쏟아질듯 검은 구름이 몰려다니는데...
그러나 어쩌랴! 큰 크레인 차량과 장비와 인부만해도 보통공사가 아니거늘...
모두 하는데로 내버려 뒀다. 집에 이상이 생기면 저들이 다 복구해 주겠지...
그날은 오전중에 지붕 스레트 다 벗겨서 폐기물 처리한다고 꼭꼭 묶어서 싣고가고
지붕엔 비닐이라도 덮어달라고 해서 하우스 비닐을 사다가 대충 덮어 놓고 갔다.
그날 오후부터 하늘만 쳐다봤다. 검은 구름이 심상찮게 북상하고 있었다.
공사업체야 저들이 하는 일만 하면 되지만,
만약에 비가오면 비닐 덮은 것은 무용지물이다.
빗물이 고여서 쏟아져 내리면 온 방안이 낭패인 것이다.
그래서 비오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날밤을 초조하게 보냈다.
잠을 잤는가 만건가 모르게 13일 아침을 맞이했다.
그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일단은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지붕 업체는 8시 넘어서 왔고, 하늘은 꾸물꾸물 하다.
왜 하필 장마중에 지붕 공사를 한다고 이렇게 애를 태울까?
각목 나무를 걸고 지붕을 다 덮을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일.
주택개량 전문업체인 포항칼라강판 권혁태 대표와 목공 기술자 5명이
손발을 맞춰가며 지붕에 올라가 척척 일을 진행하는데,
여러가지 공구와 장비도 좋았지만, 그들의 솜씨는 돋보였다.
대략 대표가 설명하는대로 지붕을 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내집이지만, 공사일엔 전무한 상태니 괜히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잔소리하기보다
그들이 전문가이니 알아서 잘해주겠거니 하고 지켜만 봤다.
그런데 이웃집 경계선에 지붕끝을 내는데, 내게 묻기는 하면서도
본래 스레트 끝까지 내 달라니까 이웃간에 시비가 뭐라뭐라 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고 해서 그리하라 했던 것이 다 해놓고 보니
물받이를 단 곳이 지붕끝 25센티 정도는 짧아진 것 같았다.
이미 철판기와를 다 잘라서 박아놓은 것이라 어찌할 수도 없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생겼다.
그네들은 일이 쉽고 재료가 덜 드는 쪽으로 유도해서 말한다는걸
뒤늦게 알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 아쉬움이 오래 갈 것 같았다.
정말 멋진데, 지붕 자체로는 정말 보기 좋게 잘 이었는데,
걱정했던 비도 안오고, 대체로 다 잘 되었는데,
그들은 시에서 지원해 준 돈 외에 뭔가를 노리는 듯
어느 한 부분을 사비를 들여서 하게끔 한다던가
주인의 선택을 유도해서 저들 유리한 데로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스레트 철거비용 600만원에 칼라강판으로 지붕 이는데 600만원
그리고 뒤쪽 추녀끝 댄조공사를 추가로 80만원 견적 받았다는데,
나도 결국 사비 20만원을 보태서
대문쪽 보기싫은 부분을 철판 댄조로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지붕은 13일날 무사히 마쳤고, 어제 7월 16일날 기술자 몇명이 와서
뒤쪽 댄조와 대문쪽 댄조를 깔끔하게 해주고 갔다.
이로서 지붕에 대한 모든 걱정은 끝이났다.
개인 공사로 해 치운다면 스레트 철거하지 않고 400만원이면 된다는걸
나는 1300만원 예산으로 지원된 지붕공사의 수혜를 입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참 고마운 일이었다.
이제는 내 집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요즘엔 내 방바닥에 아주 작은 개미들이 자주 출몰한다.
며칠전부터 손으로 잡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대로 7마리를 잡았다. 어제도 12마리 잡고, 오늘도 13마리 잡아 죽였다.
그러면서 살생의 죄를 의식하고 있다.
요놈들이 내 사타구니까지 기어다니며 귀찮게만 하지 않았어도
나는 내 손으로 개미를 잡아 죽일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한마리씩 개미를 잡아죽일 때마다 명복을 빌면서라도
나는 또 개미가 내방을 기어다니며 내 눈에 띄면 잡아 죽일 것이다.
장마비가 오다가 잠시 멈춘다.
새로 인 지붕이 빗물을 잘 거두어 간다.♣
첫댓글 후후 간이 콩알만 해 졌군요 때가 장마철이라 언제 날씨가 변덕을 부릴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요. 그래도 무사히 모든일이 대체로 순조로이 끝남을 축하드리며, 이제는 행복을 전도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래요, 비 안맞고 무사히 지붕공사가 끝났으니 망정이지. 비구름은 몰려다니는데, 하룻동안 무방비 상태로 지붕을 헤쳐놓고 기다려야 하는 심정이란 정말 간당간당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몇방울 비 떨어질땐 될대로 되라는 체념도 생기고요...
아무튼 여러님들의 염려 덕분에 지붕 하나는 잘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햇살아우님 방에 개미가 많군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아우님을 괘롭히는 개미를 살생도 하구요.
그리고 걱정 속에서도 지붕공사도 잘 끝나구요.
진솔하게 알콩달콩 재미나게 쓰신글 잘 읽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요즘 들어 개미가 자꾸 눈에 띄어서 보이는 대로 잡다가 보니
괜한 생각이 드더군요. 그래서 개미잡는 이야기를 쓰려다가
엉뚱하게도 지붕공사 이야기가 써졌습니다.
보일듯 말듯 한 작은 개미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개미 하니까 캔디님 생각이 납니다.시도 있잖아요.
전쟁을 하려면 캔디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래요. 캔디님 생각이 났어요.
집안에 있는 개미는 그 까만 개미와는 다르지만서도...
그냥 비벼서 죽일려니 또 살아나는 것 같아서
허리부분을 댕강 잘라서 죽이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지 부처님께 물어봐야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웅아 개미에 날개는 없드나? 날개 달린 개미는 무십드라 ㅋㅋㅋ애프킬라로 쥑이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알았어... 날개 달린 개미는 에프킬라로...
내게 함부로 접근하는 불개미는 무좀약으로......
심심찮게 내 밥상으로 기어 올라오는 작은 개미는 내 손톱으로...
작살 낼거야....
그럴때마다 그 목숨에 명복을빌며 "지장보살" 할께.
집수리 지붕을 현대식으로 잘하셨네요 비가올까 노심초사 걱정을하셨는데 하늘의도움으로 잘 마무리 하셨네요 개미는 어떻하나 걱정입니다
예, 육선생님. 노심초사 조마조마한 나를 낭패스럽지 않게
하느님이 도와 주셨습니다.
그래서 멋진 포로롱 날아가는 기와지붕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개미를 죽이면서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