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창조자라고 하는 자,그 이름은 쿠스테리어,깨달음에 몸은 둘로 나눠지더라.
둘로 나눠진 존재 중 하나는 '신'이 되리니..
그자는 진정 '신이지만 신이 아닌자'더라..
결국 그 '신'이라 하는 자는 '신이 아니지만 신인 자'를 집어 삼키더라..
이들의 끝과 결말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게 되더라..
...그리고 그 '신이 아니지만 신인 자는'...
제1장 죽은자의 메아리
따사롭게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숲속으로 여러명의 장정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자들의 표정속에는 엄숙한 그 무엇이 느껴지지만 실상 그 이유를 알수가 없다.이자들의 이런 행렬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두가 멈추어선다.
이자들은 모두 각오를 했다는 식으로 얼굴을 굳혔다.모두 무기를 꺼내어 무장을 했다.
그러길 잠시...시체덩어리가 한 무더기로 날아 올라 이자들의 앞에 떨어졌다.
이들의 얼굴은 공포로 얼룩져 이미 모든 감정을 상실한 듯 보였고 몇몇은 삶의 의지를 포기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푸른색의 빛깔을 띠는 괴이한 물체는 한명씩 천천히 목숨을 끊어 나갔다.
'...어떻게 이런일이....무슨 한이 있어 이러는 것인가?
'......사적인 원한은 없다,원망하지 말아라...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곳의 길을 막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지?
'...나이트백작에게 의뢰 받았다.반란자들을 처형하라고...
'그런가...그 더러운 야심가인가....자신의 몸만을 살찌우는 더러운 위선자는 죽음 이외에 어울리는 단어는 존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하지...이름이 뭐냐?
'낙슨.....
'..내 이름은...
낙슨은 그의 입술이 조금 열리는 것 밖에는 볼수 없었다.
세상은 온통 붉게만 변해가고 호흡이 멈출때까지 보이는 것은 낮게 깔리는 짙은 햇살뿐이었다.
아침햇살의 감미로운 향기는 피비린내와 뒤섞여 그 흔적을 분간할수 없게 되어 버렸다.숲속에는 피빛바다를 이루는 시체만이 널부러져 뒹굴었다.
옅게 내리쬐는 햇살의 포근함은 피의 참혹함으로 변해버린 죽음의 향기로 물들어 갔다.
한낮의 달콤한 향기는 그 흔적을 알아볼수 없게 푸른 달빛이 미친듯이 쏟아져 내리는 고요한 밤으로 바뀌었다.
한 농가의 사람은 활동을 멈추고 푸른달빛 아래 자신의 집에서 한낮의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의 평온을 청하며 내일을 향한 준비를 한다.
피로에 지쳐 잠을 청하고 있는 자의 집을 나서면 주변의 풍경은 한낮과는 사뭇 다른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유유히 높게 떠다니는 구름은 여유를 부리며 달 주위로 흘러 들어가고, 고요히 이는 바람은 구름과 공명하며 달빛에 비춰져 매우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어떤이에게는 감동을 또 어떤이에게는 쾌락의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이것의 가장자리를 바라보면 주변과는 대조적인 풍경이 또다시 눈을 즐겁게 해준다.
농가 옆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물레방아를 지나가면서 물레를 돌리며 지나가고 물레방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밤중에도 살아있다는 흔적을 보여준다.
그렇게 물줄기가 당도하는 곳을 보면 웅장한, 그러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연의 거대 집합체인 숲을 발견할수 있다.
이 거대한 숲이 풍기는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자면 달빛에 반사되어 하얀색의 광택을 띠는 구름이 나무들의 위를 덮고 어둠을 내리 깔아 그 색을 짙게 만들어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거룩함과 신성함 마저 느끼게 한다.
이 숲속으로 들어가면 아마도 당신은 눈 앞이 어지러워 질 것이다.왜냐하면 이 숲속에는 여러 갈래의 작은 길이 끝을 알수 없게 뻗어 있기 때문이다.아무생각 없이 여러갈래로 난 길 중 하나를 택해 따라가다가 보면 탁하지만 흥겨운 콧소리가 들려온다.좀더 자세히 듣기 위해 사방이 나무들로 꽉 막힌 공간으로 다가가면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의 여행자를 만날수 있다.이자의 외관을 보자면 1000루어짜리 후드를 사서 걸치고 아무것도 가지지 있지 않은 그의 모습은 초심자라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하지만 이자가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지는 않는다.이런 음침한 숲 속을 혼자 다닌다거나 아무런 물품도 가지지 않은 것이 그의 겉모습과는 대조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아마도 이 여행자는 늦은 밤길을 당당하게 다닐수 있는 자이거나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자일 것이다.
이자가 주변이 꽉 막혀 있는 곳에서 불을 짚히고 불길을 끄적 거린지 얼마나 지났을까...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며 이내 숲속의 음침한 기운은 아침의 상쾌하고 맑은 기운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이제 어둠의 시간은 지나가고 빛의 시간이 되돌아 왔다.숲속은 아직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다닐 정도의 밝기는 충분히 되 었다.이자는 불을 발로 밟아 끄고 옷깃을 여민뒤에 옆쪽에 작게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의문의 여행자는 말없이 걷기를 몇분정도 반복했다.잠시 뒤 뒤쪽에서 조금은 시끄러운 소리가 숲 속으로 울려 퍼졌다.말발굽 소리가 거세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매우 다급해 보인다.그러나 이 자리에는 너무나 느긋해 보이는 여행객이 한명 있을 뿐이다.
이 여행객의 옆을 횡하니 지나가는 것은 금빛으로 수놓여진 귀족의 마차였다.훌륭하게 장식된 마차의 앞과 가장자리에는 기묘한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마차는 겉모양에만 신경을 많이 쓴것 같지만 겉만큼 안을 꾸몄다고 생각한다면 이 마차의 기능은 굴러가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한다.이 여행객은 처음부터 그대로의 무표정한 표정으로 마차를 맞이하고 보내 버렸다.이 여행객이 한참을 걸어가다 잠시 멈추었다.아까 그 마차가 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그 마차의 옆쪽에는 귀부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마부로 보이는 30대후반의 남성이 있었다.
'크루츠님 역시 않되겠습니까..
'무리일것 같습니다,바퀴축이 완전히 파손되어서...
크루츠,남성의 이름을 칭하는것 같다.그의 외모와 이름을 비교해 본다면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다.
'저기요,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
'마차가 빠져서 그러는데 저희를 도와주시겠어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0215A근경지구요.
'그렇습니까?..제 이름은 마르다니,마르다니 다라스 입니다.
'전 루나이어 나이트고 저쪽은 크루츠예요,잘 부탁합니다...
'(나이트?)
'에헴,난 크루츠요.
크루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손을 거둬 들였다.다라스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는 표정은 이런 것일까?
'루나이어부인 혹시 나이트영주에 관계되는 분이십니까?
'그걸 어떻게...?
'예전에 그곳에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그때 그곳 영주에게 후한 대접을 받아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아버지의 손님이셨습니까?저는 그것도 몰랐네요..언제 그곳에 가셨었죠?
'아주 오래전에...
길가의 안개 속을 가르며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그자들 중 한명은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의 물체이 며 또 한명은 여성의 신체곡선을 강조하는 허리가 꽉 조이는 원피스를 입었고,그녀의 옆을 인상이 매우 험한 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물체의 입에서 한마디의 소리가 나왔다.
'이제 목적지까지 5분 정도 남았습니다.
'휴,이제 도착인가...
'다행이군요,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서...근데 마르다니씨는 직업이 뭐죠?
'직업이라...그냥 여행가 정도라고 하면 될까요?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러 다니죠...
'그럼 혹시 이 대륙을 벗어나 본 적이 있나요?
'예전에 한번...시도해 보려고는 했죠...
'실패했나요?
'그때 내가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자리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
'......
낮고 분명한 어조의 음성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어둡게 만들어 버렸다.
다라스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둘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앞을 향해 갔다.
그의 뒤를 루나이어와 크루츠가 따라 간다.그들은 말없이 길의 끝에 놓여져 있는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마을의 풍경은 삶이 살아 숨쉬는 곳 그 자체였다.
마을로 들어가자 마자 반겨주는 것은 여행객들을 자신의 여관에서 묵게 하려고 경쟁을 하는 자들의 치열한 손님 쟁탈전을 볼수가 있다.그들의 경쟁은 언뜻보면 굉장한 싸움이 난것처럼 가게주인끼리 욕설을 퍼부으며 상대편과 경쟁을 한다.그리고 이자들을 지나가게 되면 길가의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어 사지는 않더라도 발목을 붙잡게 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내뿜는다.중심부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거대한 시장이 나온다.
마르다니는 가늘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만 헤어져야 겠습니다...
'섭섭하군요...언젠가 다시 또...
'잘가시오 마르다니...
크루츠는 마르다니에게 악수를 청했다.마르다니는 크루츠의 손을 받으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
수많은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나이트와 크루츠를 보면서 마르다니는 적색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틀림없겠죠.
'소문에 따르면 이 주변의 0221A와 0241A,그리고 이곳 0215A입니다.제가 조사한 바로는 이곳이 제일 유력합니다.
'드디어 과학을 찾게 되는군요..
나이트의 과학이라는 말,과학이란 존재는 옛날에 사라져 버린 고대 기술의 집약체다.지금은 그것이 없지만 예전 고문서에서는 그것으로 인간이 어떠한 것도 할수 있다고 적혀있다.또 한가지 덧붙이길 그것은 악마의 힘이라고 적어 놓았다.그것을 지금 이들은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이들은 이런 말을 하면서 어떤 긴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탑주변의 광경은 숲으로 빽빽히 우거진 하나의 거대한 광장 같았고 음산함이 물신 풍겨나는 곳이었다.땅바닥은 온통 황갈색의 모래 투성이에 마치 사막같은 풍경이다.너무나 대조되는 분위기는 이질감을 들게 했다.크루츠는 탑의 입구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그러자 쪽문이 열리고 그리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눈매의 사람이 크루츠와 얘기를 나눴다.문 건너편의 사람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어 주었다.들어서자 마자 두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간색의 융단이 덮혀져 있는 바닥과 오컬트적인 장치들로 꽉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실내공간이였다.빨간색의 카펫은 사람의 피색보다 더욱 붉게 보였다.그 붉은 카펫의 중앙에는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그 위에는 금빛으로 장식된 빨간색의 테이블보가 있고,그 테이블 위로는 하얀색의 초 두?낡?세워져 있다.그리고 그 뒤에 앉아있는 사람은 흰색으로 된 후드를 쓰고 있다.체격은 매우 왜소해 보인다.그렇지만 그리 약하게 보이지는 않는다.오히려 그자의 눈매를 보고 있자면 그의 눈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만 할것 같았다.
그자는 아무말 없이 두사람에게 앉기를 권했고 나이트와 크루츠는 거절하지 않았다.
입구에서 문을 열어 주었던 사람이 차를 내왔다.
'나를 찾아온 용건은 무엇입니까?
그자의 처음 한마디였다.시원하고 힘있는 말투였다.
'전 루나이어 나이트입니다,오래전에 사라진 과학을 얻고 싶어서 왔습니다.
'과학이라...제가 하는 종교적 행사가 과학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말은 과학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글쎄요,나도 과학이란걸 잘 모릅니다,하지만 그것을 못 가진다고는 할수없죠..
그러면서 그자는 크루츠 앞에 놓여진 찻잔을 손도 짚지 않고 자기자신에게 끌어왔다.이것을 본 두사람은 한마디도 할수가 없었다.그것이 답일 것이다.이 신비한 광경을 목격한다면 의심의 생각보다는 찻잔이 움직인것만을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과학인가요?
'기록과는 약간 다르지만 아마 이것이 과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고대 문헌에서 과학이란 존재는 그것을 손에 넣은 사람이 이세상의 지배자가
된다고 나와있죠.
'그렇군요...
'옛 고문서에서는 과학이란것이 과장되어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지만 저는 학자들의 편을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저도 고문서에 관심이 많거 든요...
그자의 말에 루나이어는 무척 실망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크루츠는 그런 그녀의 안색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웅성웅성....이곳 시장의 분위기는 꽉찬 사람들로 시끌벅적스러운 기운을 띄고 있었다.이런 시장의 모습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이런 곳에서는 항상 구경거리가 있기 마련이다.그중 한쪽 편에서는 환호봉?지르는 소리와 박수소리,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인 자리 중앙에는 한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마르다니는 그것을 보기 위해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그곳에는 망토를 길게 늘어 내려뜨린 한사람이 있었다.그자는 미소를 띄우며 가만히 서 있었다.잠시 뒤 사람들은 감탄의 소리를 냈다.그자의 손에는 조그마한 빛이 만들어 졌다.다라스는 그자를 가만히 쳐다 봤다.그는 다라스를 한번 본뒤에 그 빛을 하늘로 날렸다.그 빛은 어둡게 물들어 가는 하늘에 하얀색의 별들을 수 놓았다.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쳐대는 관중들 사이로 그자는 모자를 꺼내어 주위를 한바퀴씩 돌며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마르다니도 그의 모자에 돈을 넣었다.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중앙으로 갔다.사람들은 그자가 다시 무언가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고 순식간에 장내는 조용해졌다.
장사와 흥정따위를 하고 있던 사람들마저 이곳으로 와서 중앙에 선 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르랭이다!
사람들은 이말에 번개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이곳을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장내는 비워졌고 말을 타고 온 타르랭들은 중앙에 선 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불법이다.사오미라 10조를 모른단 말인가?
'아아..이거 미안하게 됐군요.너무 멀리서 와서...제가 여태까지 지나 왔던 곳에서는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거든요...
'이방인이고 이번이 처음이니 처분은 내리지 않겠다.주의할것을 경고한다.
긴급히 달려온 타르랭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곳에는 쓸쓸하게 바람만이 불며 마르다니와 조금전의 그자만이 남아 있었다.
마르다니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그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자는 미소를 지으며 마르다니가 걸어오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또 하나의 쿠스테리어인가?
'너도 또 하나의 쿠스테리어지...
'할말이라도 있나?
'예전에 있던 곳에서 아무말도 듯지 못한건 그곳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것 아닌가?
'글쎄...
'.....
'나를 죽이러 왔나...?
'예기는 쉽겠군...
'.....
알수 없는 말들이 오가며 긴장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바람이 일고 장내는 조용한 가운에 마르다리는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낮은 톤의 목소리를 흘렸다.
'쿠스테리어...나는 마르다니 다라스다.죽을 각오는 되었는가?
'너 또한 쿠스테리어...피해갈수는 없다.나의 손에 심판을 받으라.
마르다니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 그의 앞에서 수직으로 뛰어 올랐다.
그자는 한치의 표정 변화없이 묵묵히 마르다니를 올려다 보았다.그의 허리춤에 언제 칼이 있었는지 그는 손을 허리로 뻗어 칼을 꺼내 크게 원을 그렸다.다라스는 몸을 살짝 돌려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다라스는 피를 휘날리며 쓰러졌다.
바닥에는 빨간 피가 용솟음치며 분수처럼 치솟고 있었다.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일에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하지만 이내 사람들의 표정은 다시 경악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다라스가 피를 흘리며 그의 심장을 뒤에서부터 관통한 것이었다.
그의 눈은 핏빛을 띠고 있었고 그의 온몸에서 피의 분수가 일었다.
사자(死者)를 만난 듯한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로 감정의 표현을 잃어 버린 듯 했다.
주변은 벌서 피의 꽃향기로 바뀌어져 있었다.
다라스는 몸에 흘러내리는 피를 보면서 거친 숨을 여러번 들이 마셨다 내쉬었다를 반복했다.
다라스는 이내 쓰러졌다.
그자의 시체위를 다라스의 몸덩이가 내리 깔았다.시간은 벌써 밤이 되었다.
'크루츠님,이곳도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소문은...
'그것을 그리 쉽게 찾을 수만은 없는 것 같군요,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하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죠.
'그나저나 아까 만났던 그 젊은이는...
'마르다니씨말인가요?
'그자는 위험합니다,만약을 위해서...
'살인은 안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게다가 그분은 아버님의 손님 입니다.
'...알겠습니다.
차락차락....
굵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사람들은 황급히 술집으로 달려갔다.술집에는 사람이 북적대고 거친소리가 쉴세없이 흘러 나왔다.한쪽에서는 도박을 즐기며 크게 웃는 사람들과 술집의 여직원과 잡담을 나누는 자들,얼굴을 빨갛게 물들여 술에 잔뜩 취해 열띤 토론을 하는 자들의 분위기로 이 술집은 터져나갈 듯 했다.이렇게 시끄러운 분위기를 띠는 곳에 대조되게 한쪽에는 어두운 공기가 숨막하게 드리우는 곳이 있었다.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카드뭉치 위에 엎드려 무언가를 흥얼거리는 자와 바닥에 앉아 구석의 벽을 등지고 술병을 입에 댄채 목젖을 거칠게 움직여대는 자들로 여기는 저기압의 분위기가 피어났다.
한 허름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자리에 앉은 채 무엇인가를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벌써 시작되었군,운명은 피해갈수 없는 것인가?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그리고 마르다니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기는 진득하게 피냄새가 베어 죽음의 꽃향기를 내지르는 두개의 고기덩어리가 있다.하だ?고기덩어리는 어두운 비소를 흘리며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 어두운 비소를 흘리며 일어난 고기덩어리는 마르다니였다.
'난 진짜다......쿠스테리어가 아니야!!!
누가 진짜일까?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가 진짜일까?아니면 마르다니가 진짜일까?진짜의 의미란 무엇일까?
마르다니는 잠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는 쓸쓸히 바람부는 언덕의 주름덩이를 향해서 걸어갔다.
그의 눈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치의 감정도 없는 싸늘한 눈매를 하고 있었다.죽음의 내음으로 가득찼던 이곳은 바람이 고요하게 흘러들어 그 흔적을 씻어 내렸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 앉자 밤의 기운이 찾아온 장내에는 그 고요함으로 장엄함 마저 느껴지게 했다.
하늘에는 밝게 떠오른 달이 자리잡고 그 주변으로는 수많은 별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밤의 고요함속에 죽은자의 소리가 메아리쳐 왔다.
지금 시각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장을 보러 오거나 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꽤 한가로운 시간대다.그러나 지금 이곳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다.모여있는 사람들과 타르랭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그들의 앞쪽은 참혹하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불쌍한 청년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분명 마르다니한테 죽은 자이다.타르랭은 짜 맞춰온 관에 능숙하게 사체를 집어 넣었다.그들 중 한명이 사람들에게 다가와 죽은자의 신원을 물었다.그러나 아는 사람이 있을리는 없었다.그자는 타지에서 온 이국인 이었다.사람들 중에서 한명이 타르랭에게 무언가 말하자 타르랭은 그의 말을 자세히 들으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제 이자가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아마 해가 지기 전의 시간 이었을 겁니다.
'해가 지기 전의 시간이라....큰 행사를 압두고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어이 이봐 이리 잠깐 와봐.
한 타르랭이 그렇게 말하며 동료를 불렀다.그 말을 듣고 오는 그자의 얼굴은 기분 나쁜 웃음을 띠고 있었다.시신의 얼굴은 이미 분간 할수 없게 되었다.누군가가 고의적으로 회손한 것 같았다.
'사브에르,어때?이건 네 전문이야,뭔가 좀 알아 낼수 있겠어?
'그렇게 제촉하지마,이건 정말 심각 하다구.
나름대로 심각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거리며 시체를 이리저리 보았다.
이곳 주변은 벌써 통행이 금지 되었고 이 주변을 지나 다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단지 눈에 띠는 것이 있다면 하나의 잿빛 그림자가 한쪽 편에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아침빛으로 그 농후함을 더해가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는 왠지 모르게 마르다니와 닮은 데가 있었다.
허름한 싸구려 후드를 걸친 모습이나 너무나 차가운 눈을 한 표정은 마르다니라 해도 무방하다.이자는 마르다니처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더니 마르다니가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푸른 초원과 넓은 대지가 곧게 뻗어져 있는 시원스러운 풍경을 풍기는 거대 평원이었다.
한낮에 잿빛그림자를 땅에 드리우며 평원의 길가를 가로질러 가는 이자는 중앙에 멈추어 서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사방을 두리번 거려 이곳의 위치와 주변을 확인하고는 그것이 다 끝났는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향해 알수없는 미소를 보내는 그의 얼굴은 섬뜩하리 만큼 굳어 있었다.
한쪽편에서 중앙의 잿빛그림자를 향해 하나의 거대한 폭풍이 유유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해 보이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부담스럽지만은 않다.오히려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내면에 녹아있는 알수없는 분위기가 사람들을 서서히 녹아 들어가게 하는 듯 했다.그는 미소를 띠우며 중앙에 당도했다.잿빛그림자도 그에 대응하는 미소를 보냈다.
'오랜만이군 마르다니,5년만인가?
'6년이다.
'뭐,그런것은 그다지 상관없지...요즘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나?....그건 찾았나?
'아니..아직.
'그런가?그런것보다..저쪽 아래의 시체...자네짓인가?
'유감인가?
'아니..그런것보다는...당연하다고 해야할까?어차피 피해갈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빼줘...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구.
'나는 평범하지 않나?
'글쎄...다른 사람보다는 평범하지는 않지.
'그런가...정말 웃기는군.그나저나 옛날일...생각나나?
'어떤거?학교에 다니던 일?아니면 목숨을 걸고 용병짓을 했던 일?그것도 아니면...
'...20년전쯤...이었나?
'......그 지옥같은 일들 말인가.
스산한 어둠이 흘러 하늘을 적시며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밤의 풍경을 만들었다.
두사람의 얼굴에 져 있던 그림자는 어두운 색으로 칠해졌고 그들의 표정은 굳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두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비로 옷을 적시고 있었다.
마르다니의 얼굴에는 아주 가볍게 미소가 떠오르며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애 대응하듯 그도 옅게 웃음을 띠며 마르다니를 주시했다.마르다니는 아무말 없이 자세를 잡았다.
단숨에 뛰쳐나갈수 있는 자세를 취玖?주먹을 꽉 쥐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끝은 있어야만 하겠지...?
'결국은...이렇게 되는 것인가?
그 말을 끝내며 그는 전투용 밸트에 꼿혀있는 칼을 꺼내 들었다.그 검의 주위로 하얀 광채가 나며 이글거리는 빛덩어리가 마르다니를 향했다.
'그건 어디서 빼온거지?
'탈출쳤던 그날...
마르다니는 그를 향해 질주하며 주먹을 뻗었다.
그는 마르다니의 주먹을 피하고 허리부근으로 파고들 심산으로 왼쪽 횡베기를 시도했다.
마르다니는 칼이 들어오는 반대방향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몸을 낮춰 왼손으로 땅을 짚고 그자의 다리를 거두었다.
숨이 막힐 듯한 싸움에 불을 붙이 듯 비바람이 더욱더 거세어 졌다.
마르다니의 공격에 쓰러진 그자는 마르다니를 경계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숨소리가 날카로워지며 서로에게 향하는 살기어린 시선은 더욱더 거칠어졌다.
마르다니는 몸을 가다듬고 언제라도 공격할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어이 모스,싸우는 방법을 잊어 버렸나?
'......
비바람속에 숨어 있는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마르다니의 귀를 가르며 잠시나마 그를 주춤거리게 했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모스는 심장을 겨누고 찌를 듯한 자세로 마르다니에게 돌진했다.
둘은 서로를 교차시켰다.
마르다니의 손은 모스의 심장을 관통하고 모스의 칼은 마르다니의 하복부를 찢어 놓았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숨을 거칠게 가다듬고 있었다.
'내가......졌나?
'그런것 같군.
그 말을 끝으로 모스는 마르다니에게로 쓰러졌다.마르다니는 모스를 받아들고 힘없이 그를 바라 보았다.
말없이 모스를 바라보다가 마르다니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하늘에는 어느새 비가 그쳐 해가 조용히 얼굴을 내밀며 무지개를 일으켰다.마르다니는 모스의 칼을 집어 후드 안쪽의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모스를 어깨에 매고 길게 뻗은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얼굴은 감정을 알수없는 표정으로 번져갔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괴성을 지르는 바람은 하염없이 불며 길가는 여행객들을 위해 시원함을 내지르고 있었다.그러나 평범한 바람인것 같지만은 않다.너무나 불길하고 거부감이 드는 그런 바람이었다.
바람에 실려 오는 피비린내의 비릿한 내음이 사람들의 코끝을 자극했다.날은 벌써 어두워져 그 음침함이 한층 더 격해졌다.단 하나의 불빛도 보이지 않을 듯한 이곳에 하나의 거대한 빛덩어리가 있었다.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중얼거리며 있었다.주변에는 자욱하게 연기가 내리깔려 사람들을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사람들의 중심에는 한명이 서 있었다.모두들 그를 향해 머리를 숙였고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알수없는 하얀연기를 더욱더 내뿜었다.그의 몸 둘레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하얀 가운이 걸쳐져 있었고 희미하게 나마 그의 얼굴속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그의 발 아래 약간 떨어진 곳에서 루나이어와 크루츠가 있었다.그들의 표정은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심에 서 있는 자를 주시했다.그자는 잠시 먼 하늘을 쳐다본뒤에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는 낮게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역시나...무시할수만은 없군.그자는 너무 위험하다.확실하게 처분해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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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빛덩어리가 나를 주시한다.그 빛덩어리를 가르며 나에게로 오는 의학용 기계팔,쉴새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내 뼈를 도려낸다.그 주변으로는 정체를 알수없는 하얀 가운을 걸친 자들이 문서를 보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들,답답했던 시간이었다.지겨운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심장이 드러나고 그곳에는 새로운 기계덩어리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짹짹짹...푸득,푸드덕,푸득 푸득 푸득...
고요한 새소리에 눈부시게 비춰지는 오전의 햇살,이곳은 마을 한귀퉁이의 여관이다.마르다니는 악몽을 꾼 듯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는 창가를 향해 갔다.밖을 한번 내다 본뒤 자신의 심장에 손을 대었다.마르다니는 누군가의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똑똑똑
정확히 세번의 두드림이 들려왔다.마르다니는 조용히 무게가 실린 소리로 대답했다.
'누구십니까?
'벌써 일어나셨나요?저는 사크람입니다.
'사크람씨?
마르다니는 문을 향해 걸어가서 재빨리 문틈에 고리를 벗겼다.끼익거리는 문틈 사이로는 한명의 소년이 웃으며 서있었다.
'마르다니씨 아침에 깨워달라고 하셔서 왔습니다.밤새 잘 주무셨는지요?
'아아..덕분에 아주 편하게 잤습니다.
사크람은 침대를 보고는 알수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마르다니는 그것을 알아챘는지 사크람에게 답변을 했다.
'사실을 생각하기 싫은 일이 꿈속에 나타나서 잠을 조금 설쳤습니다.
'그런가요?저희 집이 불편한게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
따갑게 내리 쬐는 태양?마르다니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워지게 했다.길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지각색의 표정이 피어났다.울상이 되어 한숨을 흘리며 마르다니의 옆을 지나가 가는 자,희망에 가득 찬 웃음을 흘리며 마르다니 옆을 지나가는 자,그리고...말을 타고 색이 바랜 빨간색의 스카프와 멋이 한껏 들어 보이는 갈색 유니폼을 착용자가 마르다니의 앞에 섰다.
'저자가 맞습니다.그때 그곳에 있던 자는 저자가 틀림 없습니다.
'?
'실례하겠소.나는 이곳을 담당하는 타르랭 2군의 리더 아카람이라고 하오.다름이 아닌 어제 마티니 시각으로 8시쯤에 어느 곳에 있었는지 대답
해 줄수 있겠소?
'시장에 있었습니다.신기한 재주를 보여 주는자가 있는 곳에 있었죠.
'죄송하지만 그 재주꾼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당신이 올랐소.함께 동행해 주시겠소?
마르다니는 주머니 속에서 날이 없는 칼의 손잡이 부분만 있는 것을 꺼냈다.그것을 아카람에게 던진후 마르다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한 타르랭은 말에서 내려 그에게 말을 내주었다.마르다니는 말에 올라탄 뒤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그들이 이끈 곳은 마을에 있는 공동 묘지,그곳에 멈추어 선 타르랭과 마르다니는 말에서 내려 묘지로 걸어 들어갔다.그렇게 말없이 걸어가다 멈춘 곳은 비석에'이노아르 L 도몬트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져 있는 곳이었다.
'이자를 알고 있나?
'......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네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본사람이 있어서 말야..게다가 자네는 이국인이라
더욱더 불리 할지도 모르겠네.자세한 것은 취조를 한뒤에 판결을 내리겠지만...
'내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간단하네...마을의 안정을 위해 치안국까지 동행해 주게..
마르다니는 삼각형을 그리며 기도를 한뒤 말없이 타르랭을 향해 갔다.그들은 마르다니를 안내했다.
주변의 삭막해진 공기는 쉰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그 소리만이 메아리 쳐 들려올 뿐이었다.
미친듯이 휘몰아 치는 광풍의 기로에 서서 뜨거운 햇살을 조각내며 무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자가 있었다.그자는 지도와 나침반을 번갈아 보며 목적지를 응시했다.거칠게 불어 터져 나오는 엷은 숨에는 피로에 지친 색이 흠씬 묻어 나왔다.그의 옆으로 광분자 증폭 엔진을 실어 마후라에서 거대한 불꽃이 번져 나오는 바이크가 2대 지나갔다.먼지 바람을 지저분하게 일으키며 질주하는 자들은 뜨거운 태양빛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속력을 높이며 달리고 있었다.그들이 지나가며 일으킨 흙먼지에 길을 걸어가던 자는 기침을 해댔고 그의 옷자락은 출렁거리고 있었다.그는 입술을 꾹 다문채 말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그의 방향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어쩌면 바이크를 타고 가던 자들이 일으킨 먼지로 모든것이 지워진 것일지도 몰랐다.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그것은 근경에서 파는 싸구려 제품이 아니었다.중앙정부의 도장이 찍혀 진품임을 표시했고 더불어 그것이 불순물 0.3%의 상당한 고가품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그런 그 담배의 겉에는 얇게 싼 투명한 랩이 코팅되어져 있었고 그런 담배의 끝쪽에는 빨간 불꽃이 가늘게 이른거렸다.담배에서 나오는 희뿌
연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그때 마침 바람이 불며 그 연기들을 모두 날려 버렸다.
광분자 증폭 엔진의 분자수가 증가하며 고온의 압력을 발산해 사막의 낮기온을 더 올리 듯 두대의 바이크는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었다.거칠게 모래바람을 가르며 가는 이자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입에는 근경지구의 불순물 98%짜리의 싸구려 담배가 물려져 있었다.그런 담배를 피워대며 이들은 어디론가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었다.황량한 벌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끊이없이 달려도 황폐화된 사막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광분자 증폭 엔진에는 한계가 온듯 틱틱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후라에서 짙은 연기를 뿜어 대었다.
'제길..중고는 별수 없나?
'...버리고 갈건가?
'...
고요히 흘러가는 침묵을 깬것은 마후라에서 난 큰 폭발음이었다.두대의 바이크는 멈추어 서서 바이크의 상태를 점검했다.
'어쩔수 없다.버리자.
'그래야 겠군.
아무 미련이 없다는 듯 그자는 바이크를 바닥에 버리고는 동료의 바이크로 옮겨 탔다.잠시 뒤 시원스런 엔진의 폭발음이 들리고 뿌연 모래 먼지를 휘날리며 끝없이 뻗은 길을 향해 달렸다.모래에는 바이크의 바퀴자국이 선명히 남아 끝없이 곧게 이어져 갔다.
'이름?
'마르다니 다라스
'직업?
'여행가
'출생지?
'0017A근경지구
'멀리서도 왔군.
그자는 가슴쪽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통을 꺼내 들었다.통을 열자 그곳에는 가느다란 담배가 가지런히 꼿혀 있었다.그것중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하나를 더 꺼내어 마르다니에게 건냈다.
'전 안 핍니다.
'그런가?이게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
'이곳에 온 이유는 알고 있겠지?
마르다니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반대쪽의 그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르다니를 다시 심문하기 시작했다.
'이봐 마르다니,그곳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해,당신은 이곳 사람도 아닌 타지사람이라구 자네같은 사람이 이곳에 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일을 끝냈으며 하네..
'어쩌면 문제는 커지지 않을수도 있겠군,그자도 타지사람이고 무기를 썼으니..재판에서는 이것을 참고할거야.
'전 어디서 묵으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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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는?
'맥박수가 조금 불안정 합니다만 그외의 것들은 모두 양호합니다.
'성공이군..이식자의 개체 유전자단말정보는 복사해 뒀나?
'예
갖가지의 기계장치들로 꽉 들어찬 좁은 밀실에는 두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어둠이 짙게 깔린 구석의 한귀퉁이에는 커다란 시험관이 있었다.그 시험관 안에 있는 자는...마르다니였다.아무런 표정도 없는 그의 얼굴에는 고통의 기색도 두려움의 기색도 찾아 볼수는 없었다.그저 끝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WARING(*)
DANGEROUS( )
OVER( )
WARING(*)
DANGEROUS(*)
OVER( )
WARING(*)
DANGEROUS(*)
OVER(*)
출력화면에 경고 위험의 표시가 뜨면서 비상 전조등과 사이렌 소리가 밀실을 한 가득 채웠다.
'제길 또 실패인가?
.....................................................................................................................................
뜨거운 땡볕 아래를 걸어가는 자가 있었다.폭발할 듯이 내리쬐는 햇살은 사막의 모래 바닥을 미친 듯이 달구어 놓았다.길가는 여행객은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어 위치를 확인했다.바닥에는 선명하게 나있는 일직선의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었고,간간이 모래 바람이 불어 왔다.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사막 끝에 보이는 출렁이는 땅의 모습은 뜨거운 한숨을 내뱉게 만들었다.그자는 그렇게 말없이 걸어갔다.
밤하늘에 한가닥의 실오라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사막 한 가운데의 여행객은 조금의 휴식도 없이 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다.가끔씩 아련하게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멈추어 섰을 뿐이다.
태워버릴 듯한 낮의 기온도 밤에는 그 색을 바꾸었다.영하 25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바람은 옷깃으로 파고 들며 살을 조였다.그래도 이 여행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을 계속했다.가끔씩 그는 숙인 고개를 들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확인했다.재차 그러기를 몇번씩 반복하며 그는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그의 머리 위로는 수많은 별듯이 박혀져 있었다.수천개의 조각 하나하나가 푸른빛을 내며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는 바이크를 타고 가는 자들이 있었다.어두움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가죽재킷과 질긴 청바지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바이크의 마후라에서는 보라색의 불꽃이 일며 타이어와 함께 모래를 밀어 내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숲이 펼쳐졌다.거대하게 우거진 숲속으로 그들은 바이크의 손잡이를 잡아 끌었다.
그러자 마후라에서는 가속화되어 폭발한 싸구려 가솔린의 불순물이 파란색의 불꽃과 함께 배출되었다.주변의 풍경이 쓰러지듯 옆으로 미끄러져 가고, 모래 먼지가 달빛에 비춰져 반짝거리며 쓰러져 내려갔다.
그들은 숲속에 들어 온뒤 종이조각을 꺼내 들었다.
'분명 이길이 0215A로 가는 길이 맞는 거지?
'물론이야 스코트,이 지도가 정확하다면 이 길이 확실해.
'몇시간이면 도착할수 있지?
'8시간쯤?
'지금 시각은...10시로군,내일이나 되어야 도착인가?
그들은 말없이 숲 사이로 난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그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피지 않았고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나뭇가지 사이로 밀려드는 달빛이 그들의 얼굴을 씻어 내렸다.
'마르다니?
마르다니는 말없이 숙인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곳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백발의 늙은이가 있었다.
'무슨 일이요.
'8시간뒤에 재판이 열립니다.
'그것을 말해주러 왔소?
그 노인은 푸근한 미소를 보내며 백열등의 전원 올렸다.
'...혹시 저를 알겠습니까?
'허먼 니콜라스?
'잘아시는군요...
백열등의 불빛이 쏟아져 내리는 유치장에서 허먼이라는 자의 눈매는 밝게 빛났다.
마르다니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진 듯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먼 니콜라스..)
'259번,나와라
합성기계음을 내지르며 총을 들고 있는 자들이 나를 주시한다.온몸이 무쇠로 되어 있는 사이보그다.내가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한다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그들의 이끄는 곳으로 도착한후 그들은 나를 의자에 앉게 한뒤에 의자에 고정시켰다.
'이녀석인가?
'그렇습니다.
'흥미롭군,지금까지 완벽하게 성공한 예는 없었을 텐데...
이자는 말끝을 흐리며 나를 데리고 온 자들에게 눈짓을 했다.그들은 알겠다는 듯 방을 나갔다.
'그래 이름이 뭔가?
'이름?
'그래 이름,설마 이름 정도는 있겠지?
'이름이라..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것이 맞다면 내 이름은 마르다니 다라스다.
'다라스?근경지구에 살던 자인가?그런 성은 처음 들어 보는군.
'...
'아,내 이름은 허먼일세,허먼 니콜라스.
허먼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그 손을 다시 거두었다.
'이런 내 정신좀 봐,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다니..
허먼은 바쁘게 움직이며 나를 조이고 있는 쇠덩어리를 풀어 주었다.이제야 그가 생각났다.수용소 최고의 노신사 허먼 니콜라스.평범한 과학자지만 탁월한 그의 인품과 말주변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설마 직접 만나게 될줄은..
'음음..오 그렇군..정말 대단해.
허먼은 레포트를 보며 쉴새없이 감탄사를 연발했다.그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며 분주하게 자리를 이동하며 기계장치를 조작했다.
'뭐하는 거지?
'뭘 말인가?
'나를 실험하지 않나?
'오오..나는 살아있는 것은 함부로 실험하지 않는다구.
'나를 왜 데려왔나?
'글쎄..얼마전에 있던 실험 때문에 자네를 불렀지.
'쿠스테리어인가 뭔가를 내몸에 복사한 것 때문인가?
'그런것도 있긴 하지만..왠지 자네를 만나고 싶어서.
'......
그후에도 나는 자주 허먼과 만나 대화를 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그를 만나면 오래전에 잃어 버린 것이 떠오르곤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허먼은 유치장안으로 들어와 마르다니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잘지냈나?
'아아..그럭저럭 지냈습니다,요즘에도 과학을 하십니까?
'하하,오래전에 그만뒀다네...사실 나이가 너무 많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그때 수용소에서 용케 탈출하셨군요.
'아마 내가 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과학자일거야,모두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사람들 덕분에 탈출 할수 있었지.비록 그들은 죽었지만..
'요즘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십니까?
'글쎄..이일 저일 찾아다니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지.
'...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둘 아니 3명.
허먼은 재빠르게 유치장밖으로 나와서 문을 잠궜다.입구쪽으로는 3명의 타르랭이 허먼을 향해 다가왔다.
'허먼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니..난 아직 젊다구.
허먼은 팔에 힘을 주며 작게 튀어 나온 근육을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그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허먼을 말렸다.허먼은 그들의 제지에 유치장 열쇠를 그들에게 건네고 마르다니에게 제스처를 보내며 밖으로 나갔다.
'여기..
'음.
그자는 부하인 듯이 보이는 자에게서 서류를 받아 들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름:마르다니 다라스.
직업:여행가
출생지:0017A근경지구
범행행위는 살인.시각은..나와 있지 않군.시각은 언제였나?
'...자세한 시각은 모른다.밤이었던것 같군..
'밤이라..
그자는 그렇게 되새기며 서류에 무엇인가를 기입했다.나머지 부분을 천천히 읽어보고는 그 서류를 부하직원에게 건냈다.
'이미 허먼에게서 들었겠지만 재판은 정확히 7시간 35분12초후에 열린다.
'...할말은 그것이 다인가?
'그렇다...
희미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무덤가를 애워쌌다.좁게난 오솔길 끝에는 쓸쓸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석과 무덤의 주인이 잠들어 있었다.비석에는 한줄만이 적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