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섬으로
ㅡ 이대규
대정 모슬포에서
제주 섬이 된 친구 찾아
대전, 부산, 창원에서
섬들이 날아왔네
협재 금릉의 물내음 맡고
무명천할머니, 김대건 안드레아,
완당 김정희, 맥그린치 신부를 만나고
백조일손묘, 금악 4ᆞ3길에서
상처를 보았지
가시엉겅퀴 산수국에서
상처를 다독이며 피어나는
꿈과 희망을 보았을지 몰라
경자년 쥐들로 태어나
어느덧 회갑을 넘긴 초로의 인생
큰노꼬메, 금악, 절울이오름
길에서 길을 뒤돌아보며
함께 걸었지
보릿고개가 떠올라
아직도 보리밥을 먹지 않는,
제주 수학여행도 올 수 없었던
어린시절의 가난을 말하며
섬은 섬에게 스며들었지
섬에서 섬을 갔네
마라도 마지막 벼랑에 서서
이어도까지 함께 걸어 가는
꿈을 꾸었다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에서
뛰놀던 아이들 모두 전학 가듯,
내 지상의 삶이 다하면
텅빈 시간과 공간에 무엇이 남을까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 되어 떠나가는 친구여,
나 이제 형제섬 되어
비옥한 시간을 추억하겠네
노랑부리백로 되어 날며 노래하고
그대 마음 밭에 개망초로 피어나겠네
삶이 때론
마라의 쓴 물 같을지라도
나, 그대들과 함께 바라보던
마라도 성당 하늘창
은총의 햇빛을 기억하리
마라도 짜장면 해물짬봉 나누던
추억 떠올리며 기뻐하리
삼도귀범(三島歸帆),
저녁놀 물드는 섬 섬 섬
노 저어 스며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