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대는 우리나라 10대보다 자유 시간이 많고, 학업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의 대학생들이 하는 연애를 이들은 중·고등학생 때 대부분 경험한다. 흔히 미국이 더 개방적이고 본인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며, 연애의 깊이가 얕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스킨십은 안전하고 깨끗한 집에서 당당하게?
미국 친구들도 학교 동아리와 수업, 여러 모임 등에서 새로운 이성 친구를 만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친구들끼리 학교 근처 번화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미국에서는 친구 집에 모여 하우스 파티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하우스 파티가 거창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릴 때 친구들과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듯이, 친구들과 음식을 먹으며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소소한 놀이 문화가 바로 하우스 파티다.
미국 청소년은 중·고등학생 때 성적으로 첫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의 성적인 경험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한국 문화와 달리 미국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신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자기 몸에 대한 책임감과 정확한 성적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훈육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10대는 이성 친구가 생기면 부모에게 소개하고 집에 데려와 방 안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외국 연예인이 “우리 부모님은 여자 친구와 스킨십을 하고 싶을 때 다른 곳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집에 오라고 가르쳤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 미국 부모들의 생각과 흡사하다.
미팅과 소개팅, 미국에서는 낯선 용어
한국에서는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팅과 소개팅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만남이 흔하지 않다. 한국 문화에 비교적 노출이 많은 교포나 유학생은 간혹 미팅이나 소개팅을 하지만,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한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소개팅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미국에는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 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남녀가 상대방의 얼굴을 전혀 모르고 하는 데이트다. 보통 한국에서는 만나기 전에 상대방의 사진을 확인하고 이 사람의 외모가 내 취향인지 아닌지 사전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미국의 블라인드 데이트와 다르다.
한국에서는 이성 친구를 찾는 가장 흔한 방법이 소개팅이지만, 미국에서 블라인드 데이트는 일반적이지 않다. 블라인드 데이트는 결혼할 나이가 지난 친구에게 깜짝 만남을 주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학생 문화라고 보기 힘들다.
미국에는 여러 남녀가 이성 친구를 찾을 목적으로 만나는 미팅 문화 역시 없다. 한국의 미팅과 꼭 들어맞는 영어 단어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는 애초에 서로 잘 모르는 남녀가 미리 연락처를 주고받아 한날한시에 모여 노는 일이 없다. 잘 모르는 남녀가 여럿이 뭉쳐 노는 경우는 술집이나 클럽 같은 곳뿐이다. 간혹 친구들과 술집이나 클럽에서 즐기다가 인원수가 맞는 이성 친구들을 만나 그 자리에서 어울려 노는 것일 뿐, 한국의 미팅 문화와는 다르다.
흔하지 않은, 책임감 있는 말 “I love you”
한국과 미국 젊은이들의 연애 모습에는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먼저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 자체는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가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호감이 가는 이성이 생기면 데이트를 신청하는데, 데이트하는 시점부터 진짜 사귀기 전까지는 ‘데이트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데이트라는 말이 이성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데, 미국에서는 다른 셈이다. 미국에서는 데이트하는 동안에는 남녀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요즘 핫한 한국 표현으로 ‘썸 타는 중’에 해당한다.
썸을 타는 단계가 지나 남녀가 상대에게 확신이 생기면 한국은 고백을 시작으로 사귄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둘 중 한 사람이 이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를 꺼냄으로써 둘이 사귀는 사이가 되거나 친구 사이가 된다 . 미국에서는 이를 ‘관계를 공식화한다(making the relationship official)’고 표현한다. 둘 사이가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를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며 커플이 된다.
연애 과정은 한국의 연애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 남녀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1년을 넘게 만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커플도 있다. 미국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굉장히 신중하고 책임감이 큰 단어이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로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건네는 말이다. 간혹 미국 영화에서 남자 친구가 어렵게 꺼낸 “I love you”라는 말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여자 친구 모습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런 문화 때문이다.
결혼, 두 집안의 결합 vs 남녀의 결합
연애의 종착점은 이별 아니면 결혼이다. 미국의 청혼 과정과 한국의 청혼 과정은 다르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결혼에 대한 관점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집안이 합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사랑하는 남녀가 결합해 둘만의 가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한국에서는 결혼을 결정할 때 부모님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사자들의생각이 더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양가 부모님이 자녀의 결혼식 날 처음 만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상견례 등을 거쳐 결혼이 확정된 상태에서 남자가 프러포즈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은 상대에 대해 확신이 있을 때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고 여자가 이를 받아들이면 결혼이 결정된다. 미국 영화에서 프러포즈에 격하게 감격하는 여자와 남자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들에게 프러포즈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 가슴 설레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