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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이 뭘까? 일단 가장 중요한 ‘맛’이 떠오른다. 하지만 모양으로 보나 블로그 체험기로 보나 그렇게 ‘환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가격이 싼가? 한 뼘 남짓 하는 두꺼운 가래떡 하나에 500원이다. 별로 싸지도 않다. 자리 덕인가? 변강쇠 떡볶이는 대로변에서 10분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다. 심지어 맨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그 주변에는 다른 분식집이 여럿 있었다. 후발주자로 등장해 시장을 평정한 것이다.
차이를 만든 것은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무슨 역 앞 몇 번째 가게’로 불리는 범용 떡볶이와는 달리 ‘변강쇠 떡볶이’는 하나의 브랜드이다. 굵직한 가래떡을 보며 떠오르는 야한 상상을 재미있는 이름으로 표현했고, 주 고객층인 젊은 사람들은 낄낄대며 공감했다. 더욱이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장이 주걱으로 떡을 뚝뚝 잘라주는 모습은 그 옛날 말없이 장작을 패던 변강쇠를 연상시킨다. 변강쇠 떡볶이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독특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린다. 입소문이 더 많이 퍼질수록 변강쇠 떡볶이는 더욱 차별화된 브랜드가 된다.
송곳같이 꿰뚫는 한 줄의 메시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이처럼 브랜드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는 제품이나 기술, 가격 및 전략 등을 통한 차별화보다 훨씬 강력하며,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기업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그런데 차별화된 브랜드를 시도했지만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왜 생기는 걸까?
먼저 기업이 의도한 차별화 요소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효익을 주지 못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차별화를 위해 활용한 최신 기술이 오히려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 등이다. 3.5세대 이동통신기술(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화상통화와 동영상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한 휴대폰이 맨 처음 나왔을 때, 통신사들은 앞다퉈 화상통화 기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기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특히나 화상통화를 하려면 상대방도 3.5세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소비자들은 이 기술에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이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곤란한 것은 제대로 된 차별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저마다 차별화를 외치는 수 많은 제품들 속에서 소비자의 머리 속에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겹겹이 쌓인 소비자의 머리 속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살아남는 0.1%의 브랜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Brand Identity)에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브랜드가 고객에게 사랑 받고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단 한마디로 정의한 것’이다.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초창기 네이버의 ‘지식 검색’, 미스터피자의 ‘여자를 위한 피자’, 그리고 앞선 사례 속 분식집의 ‘변강쇠 떡볶이’가 그 예이다. 이는 마치 차별화 포인트를 최대한 뾰족하게 다듬어 소비자 머리 속의 한 곳을 집중적으로 찌르는 것과 같다. 제 아무리 많은 정보가 소비자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더라도 뾰족하게 다듬어진 하나의 메시지로 지속적으로 공략한다면 결국 그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약속하는) 유일한 (사업 영역) 브랜드인가?
예를 들어,
자이(Xi)는 (가장 IT 시스템이 잘 되어있을 것 같은) 유일한 (아파트) 브랜드이다.
풀무원은 (바른 정신으로 만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유일한 (식품) 브랜드이다.
IGM 지식클럽은 (경영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 임원 교육 전문) 브랜드이다.
가 된다.
이 때 앞 괄호에 들어갈 내용은 내가 잘 하는 것들 중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할만한 ‘단 한 가지’가 되어야 한다.
최근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앞선 기술력과 디자인(Advanced Technology & Design)’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뉴질랜드의 ‘100% Pure New Zealand’나 투자유치를 강조한 두바이의 ‘Do Buy! Dubai!’, 제조업의 강점을 살린 일본의 ‘Quality Japan’에 비해 메시지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때에는 강력하고 뾰족한 ‘송곳’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수많은 신제품들이 하루 아침에 ‘범용품’이 되는 시대에, 우리 기업은 어떤 뾰족한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