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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55 - 무공해의 꿈 2
S#1. 연구소 본관 로비/ 아침
자현과 병석, 들어온다.
자현 : (하품하며) 두 시간만 더 잤음 딱 좋겠다.
병석 : 입 닫어. 사람들 본다.
자현 : 짜샤. 입 닫고 어떻게 하품을 하냐?
자현, 다시 한번 늘어지게 하품을 하려다가 문득 한 곳을 본다. 거기 영우가 자현을 보며 웃고 있다.
자현, 얼른 입을 닫고 열결에 꾸벅 인사를 한다.
자현 : 안녕하세요.
병석 : (영우를 보고) 안녕히 주무셨어요?
영우 : (둘에게 다가오며) 잘들 잤어? 안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
자현 : 우리를요?
영우 : 너. 추자현이라고 했지?
자현 : 그런데요.
영우 : 내 차 몰아보고 싶다고 했잖아. 미팅까지 아직 시간있는데 어때?
자현 : 지금요? 정말요?
영우 : 가자구. 친구도 같이 와.
영우 앞서 간다.
병석 : 지금 차를 몰러 간다고? 발표 준비해야 되잖아.
자현 : (가는 영우만 보며) 병석아. 넌 어떻게 생각하냐?
병석 : 차는 나중으로 미뤄놓고 발표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현 : 저 아저씨.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지 않냐?
병석 : 뭐야?
자현 : 나도 저 아저씨한테 마음이 있거던. 우흐흐...
자현, 기분이 좋아서 영우가 간 쪽으로 간다.
병석, 어처구니가 없어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할 수 없이 그 뒤를 따른다.
S#2. 연구소내 주행로
영우의 스포츠카가 신나게 달리고 있다. 급회전에 최고속도를 내어가며...
이만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영우와 병석.
영우는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보고 있는 중이고, 병석은 영 못마땅해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현이 운전하는 차가 그들 앞을 신나게 달려서 지나쳐간다.
S#3. 연구소내 휴게공간
자현과 병석이 마주 서서 서로 겨누며 기운차게.
자현병석 : 가위바위가위바위가위바위보!
서로 힘차게 내놓는 손. 자현이 졌다.
자현 : 뭐야 이거 또 졌잖아.
병석 : 내가 말했지. 넌 가위바위보로 날 이길 수가 없어. 어때. 동전던지기로 한판 더 할래?
자현 : 우씨.. 알았어 까짓거. 발표하면 될 거 아냐. 한다구. 해.
병석 : 진작 그럴 것이지. 그럼 잔소리말고 다시 한번 연습해봐.
(자료를 퍼억 안겨주며) 제발 버벅거려서 우리 랩 망신시키지 말란 말야.
자현 : 아 자식 전생에 잔소리 못해서 말라 죽었나. 진짜 시끄러 죽겠네. (하면서도 자료를 펼치는데)
영우 : (E) 준비하는 거야?
보면, 영우가 비닐봉지 가득이 과자며 음료수 등을 들고 다가온다. 베이커리에서 산 고급 과자들이며 빵, 쥬스 등이다.
자현 : 아저씨. 아까 보고 또 봐도 반갑네요. 근데 손에 그건 뭡니까.
영우 : (자현에게 봉지를 건네준다) 간식거리야. 잠시 시내 나간 김에 사왔다. 밤에 심심할 때 먹어.
자현 : (완전히 감격해서 병석을 돌아보더니) 병석아 나 큰일났다. 이 아저씨가 자꾸 좋아지고 있는데 이거 어뜩하냐.
병석 : (떨떠름해서 영우에게 인사한다) 잘 먹겠습니다.
영우 : (옆에 앉으며 자현이 놓아둔 발표자료를 무심한 듯 가져가 들쳐본다) 이게 발표자룐가?
병석 : (슬그머니 자료를 도로 가져가며) 그런데요. 뭐 알고 싶은 거 있으세요?
자현 : (봉지 안의 것들을 검색하느라 정신없고)
영우 : (웃음기 어린 얼굴로 병석에게) 오늘 발표는 누가 할건데?
자현 : 우와 이거 그냥 수퍼마켓에서 사온게 아니네요. 병석아 봐라. 이거 비싼 것들이야.
병석 : 자현이가 할겁니다.
영우 : 그래... (자현을 보며) 직분식 디젤엔진을 밀겠다고 했든가.
자현 : 당연하죠. 가솔린보다는 디젤이 연비도 좋고 힘도 좋고...
영우 :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지. 지금 당장은 코몬 레일을 사용해서 배기가스 규제치를 통과할 수 있다고 쳐도.
유럽이나 미국 쪽의 환경 규제가 더 까다로와 질수 있어. 그 땐 어뜩게 할거야?
자현 : (빵 하나를 뜯으며 건성으로 병석에게) 그러게. 그 땐 어뜩하지?
병석 : (정색해서 영우에게) 세계적인 추세는 직분식 디젤 쪽입니다.
가솔린 엔진은 초호박 운전에도 한계가 있어서 연비도 떨어지구요. 뭣보담도 분사기 기능이 아직 충분하지 않잖아요.
영우 : 어.. 아직 모르고 있었어?
병석 : 뭘요?
영우 : 우린 이미 미립화 성능이 우수한 분사기를 개발했어.
자현 : (그제야 영우를 보며) 에? 정말루요?
영우 : 그럼. 그리고 제어 알고리즘도 완성해서 연비, 배기 둘 다 별 문제가 없다구. 카탈리스트도 많이 해결한 상태고.
자현 : 우와. 디넉스 카탈리스트도 만들었단 말입니까?
자막 : Lean Denox Catalyst - 희박연소때 저온에서도 질소산화물을 정화할 수 있는 촉매
영우 : (잠깐 당황) ,....그럼.
자현 : 우와, 그거 아저씨가 만든거죠? 그쵸? 그쵸? 병석아, 들었지? 내 처음 볼 때 알아 봤다.
이 아저씨 얼굴을 봐라. 이런 얼굴이 자동차를 제대로 아는 얼굴이라는 거야.
병석 : (미심쩍어서) 우리 랩에서는 아직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요.
영우 : 이래서 학교안에서만 연구를 하면 정보에 어두워진다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자현아.
자현 : 예 말씀하세요.
영우 : 오늘 니 발표를 내가 전적으로 도와주마.
자현 : 캄사합니다.
영우 : 대신 내일 내 발표는 니가 밀어주는거다.
자현 : 아 그야 당연하죠. 우리는 한민족. 한겨레 아닙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죠.
야아 근데 정말 대단하다. 디넉스 카탈리스트를 만들었다.. 하아.. 멋지다아..
영우 : (웃으며 일어선다) 그럼 이따 보자.
자현 : (벌떡 일어나 배웅하며) 이거 잘 먹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합니다.
병석도 엉거주춤 일어서는데 어째 찝찝하다.
그들을 배경으로 걸어나오는 영우. 아까의 미소가 싸악 가시면서 어두운 얼굴이 된다.
S#4. 캠퍼스 전경 / 낮
정태가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이교수의.
이교수 : (E) 랩 식구들하고는 다 인사한거야?
S#5. 이교수 랩
이교수와 명환, 중희, 만수, 해성이 모여있고.
명환 : 예. 어제 랩으로 찾아왔었습니다. 아. 아직 정태만 못 만나본 거 같은데요.
이교수 : 정태는 뭐한다고 아직 안왔어?
명환 : 어제 밤 샜습니다. 좀 늦는 모양입니다.
이교수 : (해성에게) 사람들 알아가는 거는 차차 하면 되고.. 낯설겠지만 바로 우리 프로젝트에 붙어줘야겠다.
기숙사 방은 정했니?
해성 : 기숙사요? 아 맞다. 기숙사. (하더니 갑자기 주머니마다 뒤지기 시작한다)
모두 뭐하는건가 해서 보는데 해성 드디어 메모지를 하나 찾아내더니 보고.
해성 : 이게 아닌데. 어디 갔지?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만수 : (다정하게) 해성아 뭐 도와줄까. 선배한테 말해봐.
(교수에게) 아무래도 제가 직속선배니까요. 앞으로는 제가 이 후배를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해성 : 기숙사 방번호 적어놓은 게 있는데 없어졌어요.
명환 : (이교수를 돌아본다)
이교수 : (어이없어 보다가) 그건 나중에 찾고 뭐 질문 있어?
해성 : (벙하게) 질문이요?
이교수 : 물어볼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봐.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그렇게 물어보고 구박도 받아가면서 서로 친해지는 거니까.
해성 : (밝아지며) 질문 있는데요. (다시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모두 좀 한심해지면서 보며 기다린다.
해성 : (드디어 책 한권을 찾아내더니) 여기 이 유전자 알고리즘 책에요. 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바이너리를 사용한다고
되 있거든요. 근데 0과 1값 말고 다른 상태값을 이용하면 안되나요?
이교수 : (황당해서 보다가 일어서며 만수에게) 정만수가 직속선배니까 대답해주도록 해. 그럼 이따 오후 미팅 때 보자.
아이들 분분이 일어서 인사하고 이교수 문쪽으로 가는데 미소가 번지고 있다.
해성, 뒤늦게 남들을 보고야 자기도 일어나서 이미 문으로 나가는 교수에게 인사한다.
명환과 중희는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만수도 잽싸게 피하려다가 멈춘다. 내려다보면 해성이 만수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
해성 : Fuzzy(퍼지)에서도 보면 0과 1 사이의 컨티뉴어스 (continuous) 값을 이용하여 표현하잖아요.
근데 왜 Genetic (쥐네틱) Algorithm(알고리즘)에서는 0과 1의 값만을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비효율적인 표현법인 것 같은데요. 그쵸?
만수 : 에... 그러니까 그건 말이지. 그게 간단하게 대답할 문제가 아닌 것이.. 그래서.. 다시 한번 문제를 말해볼래?
하는데 문이 열리며 정태가 뛰어들어온다.
정태 :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만수 : (너무나 반가워서) 김정태. 짜샤. 지금 몇시야. 빨랑 일루 와 요 앞에 서봐.
정태 : 왜. (하며 다가오면)
만수 : 이쪽은 이 랩에 막내. 그러니까 해성이 너와 동기인 김정태야. 그리고 이쪽은 이해성.
정태 너와 동기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친절하게 대답해주도록 해. 자 그럼.. 난 실험실에 가봐야 되니까..
(하며 슬쩍 문으로) 아 이거 시간 없어 죽겠네. 아아 바쁘다 바빠.
정태 : 아.. 안녕하세요. (엉거주춤 인사하는데)
해성 : (정태에게) 그러니까 제 말은요. Genetic Algorithm(유전자 알고리즘)에서 바이너리 표현법에
어떤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가 하는 거거든요. 여기 이 부분을 좀 봐줄래요? (어디까지나 어눌하고 진지하게)
하며 책의 접어놓은 페이지를 찾기 시작한다.
정태 어리둥절해서 다른 아이들을 돌아보면....명환과 중희가 그들을 구경하다가 얼른 시선을 피하고 중희 일어서며..
중희 : 만수가 실험실에서 잘 하나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불안해서.. (문으로 나간다)
명환 : (역시 일어서며) 니들끼리 되겠어? 아무래도 내가 봐야될거 같은데....
S#6. 박교수 랩
지원이 들어서다가 놀라서 본다. 마이클이 컴퓨터 앞에서 의자를 넘어뜨리며 벌떡 일어난다.
마이클 : 나 정말 더 못 참아. 마이클 끝까지 참았어. 더 못참아. 안 참아. (성질을 못 이겨 우왕좌왕하는)
지원 : (남희를 돌아본다) 왜 저래요?
남희 : (아까부터 한숨 쉬며 마이클을 보는 중) 게임을 하다가 저러는 거야.
지원 : 게임이요?
마이클 : 롸잇 이거 게임이야. 게임은 즐거울라고 하는 거야. 안 그래? 그런데 왜 게임에 들어와서 막 욕을 하는거야.
왜 다 욕해? 한국 사람들 너무 욕 잘해.
지원 : (다시 남희를 보면)
남희 : (참는 중이다. 중계해주듯) 머그 게임을 하는데, 거기 들어온 유저들이 자꾸 욕을 하나봐.
마이클 : 나 이 게임하고 며칠동안 욕 삼십개쯤 배웠어. 해봐? 내가 배운 욕 해봐?
남희 : (엄하게) 마이클 앉아. 여기 랩이야. 어디서 떠들어.
마이클 : 남희누나. 나 이해해줘. 나 못 앉아. 앉으면 나 폭발해.
지원 : (자기 자리 앉으며) 그렇게 기분이 나쁘면 그 게임 안하면 되잖아.
마이클 : 그동안 나 레벨 많이 올렸어. 아까워서 그만 둘 수 없어.
지원 : 욕을 하는 사람은 자기 저질이라고 광고하는 거야. 그런거 신경 쓰지마.
마이클 : 욕만 하는 거 나 무슨 소린지 모르니까 참아. 그런데 내가 사냥하는 거 중간에서 도둑질해 가. 이건 못 참아.
인간들이 왜 이렇게 치사해. 저질. 치사질. 도둑질. 한국 사람들 왜 이래.
남희 : (정말 화났다 벌떡 일어나며) 마이클.
마이클 : 마이클 화났어. 남희선배 이해해줘야 돼.
남희 : 너 나가.
마이클 : (그제야 움찔해서 보는)
남희 : 너도 한국사람이야. 그리고 한국 사람, 너같이 버르장머리 없는 거 못 봐. 당장 못 나가.
마이클 : (우물쭈물) 마이클 심했어. 소우 소리.
남희 : 그리고 너 남자야. 남자면 남자답게 진영씨한테 전화를 하든지 찾아가.
왜 애꿎은 게임에 화풀이하고 신성한 랩에서 떠들어대는 거야? 뭐하는 짓이야 지금.
마이클 입이 비죽 나와서 가만 서있다.
남희 : 안 나가? 좋아. 그럼 내가 나가겠어. 너 혼자 맘대로 떠들라구.
지원, 어어 해서 보는데 남희는 쿵쾅거리며 책상 위의 자료를 대충 집어들고 나간다.
지원, 한심해서 마이클을 돌아보다가 다시 어어.. 마이클은 선채로 혼자 쿨쩍거리며 울고 있다.
S#7. 연구소 세미나실
주루루 앉아있는 참가인원들.. 그중에 영우와 병석의 모습이 보이고. 앞자리의 사회 격인 상호가 질문을하고 있다.
상호 : 아무래도 연비성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데요.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을 비교할 때 연비 성능은 어떤가요.
자현 : 직분식 디젤 엔진이 5% 정도 연비가 좋습니다. 현재의 MPI 가솔린 엔진에 비해서는 15% 정도 개선되는 것이구요.
이상이 저희 카이스트 엔진랩의 실험 결괍니다.
상호 : 그럼 결론적으로 직분식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을 비교했을 때 디젤 쪽이 훨씬 낫다는 얘기네요.
자현 : 에.. 실험결과는 그렇습니다. (하며 슬쩍 영우를 본다)
영우 : (난처한 얼굴로 슬그머니 고개를 젓는다)
자현 : 에.. 그런데 이건 이제까지의 실험결과구요. 만약 가솔린엔진의 문제점들을 해결할수 있다면
결과는 또 다르게 나올수도 있습니다.
영우 : (고맙다는 듯 끄덕이며 미소짓는)
병석 : (그런 둘을 재빨리 번갈아 살펴본다. 불안한)
자현 : (기분이 좋아서 계속) 예를 들어서 카탈리스트 문제나 가솔린용 고압분사기가 개발된다면
이게 또 달라진다는 말씀입니다. 네.
듣고 있던 연구원들 웅성거리고 병석, 말이 안된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주저앉는다.
자현 : (좀 불안해지며 영우를 보며) 제 말이 ...맞겠죠?
영우 : 예 맞습니다.
영우의 자신있는 대답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면.
영우 : 저희 제일산업에서는 이미 가솔린용 고압 분사기를 개발했고 일본에까지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직분식 가솔린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인 린 디넉스 카탈리스트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습니다.
상호 : 아 그래요? 카탈리스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영우 :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병석 : (순간 벌떡 일어나며) 그렇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은 연비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영우 : (멈칫하여 병석을 보는)
병석 : (순간 자기도 당황해서 주위를 살펴보지만 흠흠...계속 용기내서) 디젤의 연비는 앞으로도 계속 향상될 수 있지만,
가솔린 엔진은 직분식으로 가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유럽에선 벌써 디젤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가 금방 한계가 드러날 가솔린에만 매달린다면 몇 년 뒤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경쟁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걸 생각하면..
영우 : (싸늘하게) 학생은 생각하는 방식이 이상하군요. 가솔린 엔진은 우리 기술로 계속 연구해오던 거고,
디젤엔진을 택하게 되면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되요. 좀 애국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없겠어요?
병석 : 애국...진짜 애국은... (말이 막혀서 갑자기 자현을 보더니) 너도 말 좀 해봐. 우리 실험결과는 확실하게 디젤 쪽이었잖아.
자현 : 글세 우리 결과는 그랬는데 저 아저씨네서 개발을 했대잖아.
병석 :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모르고 있냐구.
자현 : (영우에게) 저기요. 그 개발했다는 가솔린 고압 분사기요. 그거 성능이 어느 정도 되죠?
영우 잠시 말이 없다. 다른 이들은 모두 흥미있게 그들을 보고 있다.
상호 : (영우에게) 정확한 성능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는데요.
영우 : 고연비 60대 1에서 초희박 연소를 실현했습니다.
자현 : (놀라며) 60대 1이요?
영우 : 예. 그럼 연비면에서 디젤 엔진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다시 웅성거리며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참석자들..
S#8. 연구소 내 복도
병석, 화난 얼굴로 앞서 오며.
병석 : 믿을 수 없어. 그런 분사기를 우리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잖아.
자현 : (뒤에서 병석을 잡아 세우며) 야 임마. 넌 그 의심하는 버릇 좀 고쳐. 우리가 모를 수도 있지.
그런 개발이라는 게 원래 비밀스럽게 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병석 : 근데 너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니 맘대로 우리 엔진랩에서 교수님하고 선배님들하고 연구한 결과를
뒤집어서 발표해도 되는거야?
자현 : 내가 언제 뭘 뒤집어. 발표는 하란대로 다 했잖아.
병석 : 발표는 하란대로 하고, 결론은 뒤집었잖아. 너 지금 남자한테 반해서 지 정신이 아닌거야 뭐야.
자현 : 이 자식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있는거야 지금.
병석 : 너 하는 꼴이 웃기잖아. 아냐?
자현 : 너야말로 웃기지 말고 잘 생각해. 넌 지금 우리 학교 우리 랩만 생각하고 있잖아. 지금 그 따위 자존심이 문제냐.
이건 우리 나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래가 걸린 문제야.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우리 학교 우리 랩에 자존심은 버릴 수도 있어야 된다 이거야.
병석 : (잠시 자현을 노려보더니 언성을 낮춰서) 그래. 나도 니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웃기는 자존심 땜에 이러는 거고. 정말 그 스포츠카 말이 맞는거면 좋겠다고.
자현 : 믿어 임마. 그 아저씨 자동차 정말 사랑하는 인간이야. 그런 인간은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그런 짓 못해.
날 봐라. 내가 사기치는 거 봤냐? (괜히 웃는데)
병석 말없이 자현을 노려보다가 돌아서 먼저 간다.
자현, 그런 병석을 보고 있는데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잠시 서있다가 돌아서서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복도. 이쪽에는 보이지 않던 공간이 있는데. 거기 영우가 있었다. 영우는 우울해 보인다.
그 위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며.
S#9. 석학의 집
명환이 검토할 자료를 잔뜩 들고 들어와 미순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저만치에 남희가 혼자 앉아서 자료를 뒤지고 있다가 명환을 본다.
명환 : 어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남희 : 좀 조용한 데가 필요해서요.
명환 : 저도 그런데요. (자료를 든 채 근처까지 와서 우물거린다) 요즘 랩이 좀 어수선해서요.
남희 : (역시 좀 우물거리다가) 이리 앉으실래요.
명환 : 그럴까요. (슬그머니 옆으로 앉는)
남희 : 안그래도 한번 찾아뵐려고 그랬어요.
명환 : 저를요?
남희 : 자문을 구할 게 있어서요.
명환 : 그래요? 우리쪽 자료에 뭐 문제가 있었습니까?
남희 : 그게 아니고 좀 개인적인 건데...
명환 : 개인.. 아.. 예. (어색해지고 있다)
남희 : (역시 어색해서) 그니까.. 저.. 선배께선 아주 유능하고 랩원들의 군기를 잘 잡으시는 랩장이잖아요.
명환 : 군기는 뭐.. 아 하하. 그리고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직속선배도 아닌데.. 선배란 호칭을 듣기도 좀 미안하고..
남희 : 그래도 명환씨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멈칫)
명환 : 명환씨..도 좀 그런가요.
둘이 웃긴 웃는데 무지 어색해지고 있다. 미순이 그런 둘을 살피며 슬슬 다가오며.
미순 : 시방이 내가 끼어들어서 주문을 받아도 되는 타이밍인가?
명환 : (당황해 있는 중이다) 아 저는 저기 아무거나 주세요.
미순 : 우리 집에 아무거나란 메뉴는 없는데.
명환 : 커피 주세요.
미순 : 그려. 남희는 뭐 더 안 시켜.
남희 : 저두 주세요.
미순 : 뭘 줘.
남희 : 그거 ...커피요.
미순 : 그려. (돌아서려다 말고) 음악 바꿔줘?
명환 : 예?
미순 : 좀 더 소프트하고 멜랑꼴리한 음악이 필요하냐고.
남희와 명환, 얼결에 눈이 마주치고 아하하.. 웃음으로 메꾼다.
S#10. 인공위성 외경 / 낮
울리는 전화벨 소리.
S#11. 위성 내 랩
경진이 울리는 전화를 받는다.
경진 : 예 여기는 xxx랩이고 저는 민경진입니다. ....정태냐? 왜? 민재? (괜히 주위를 둘러본다) 민재 없는데?...
야야 내가 이민재 지키는 사람이냐.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 (하며 슬쩍 한곳을 본다)
그쪽에는 석우가 작업을 하고 있다.
경진 : (좀 더 큰소리) 나 지금 아주 바뻐. 그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라구. 뭐?
(하며 슬쩍 석우에게서 등을 돌려 수화기를 가려서 낮게) 너 민재 좀 찾아봐. 걔 일이 잘 안되고 있는 거 같애.
대강당 근처에서 봤다는 사람이 마지막 정보야. 그래..
(다시 크게) 아 몰라. 괜히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 붙잡고 수다 떨지 말고 너도 열심히 연구해. 알았지. 끊어.
전화를 호기있게 끊고 나서 의젓하게 작업을 계속한다.
석우, 여전히 경진을 보지 않는 자세로.
석우 : 민경진.
경진 : 예 선배님.
석우 : 민재 벤처한다는 게 잘 안되고 있냐?
경진 : 잘 모르겠습니다.
석우 : 같은 동기끼리 왜 몰라.
경진 : 저는 우리별 4호에 들어갈 요 작은 부속 하나에 모든 정신이 팔려있거든요. 다른 데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석우 : (컴퓨터에서 복사를 마친 시디를 꺼내며) 느네들은 그러고도 친구라고 부르냐?
경진 : ...예?
석우 : 연구도 성공도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야. 인간을 잃어버리면 아무 것도 소용없어.
(시디를 들고 나가며) 요즘 애들은 어째 그리 지 밖에 모르나. 옆에서 보기 한심하다. 한심해.
경진 멍청해서 나가는 석우를 보다가 옆자리의 대희에게.
경진 : 대희선배.
대희 : 왜.
경진 : 옛말에 변덕이 죽 끓듯이 한다는 말 있죠. 혹시 우리 석우선배가 그렇다고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대희 : 반년만 더 버텨봐.
경진 : 그러면요?
대희 :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생각날거니까.
경진, 으잉..해서 다시 문 쪽을 돌아보는.
S#12. 대강당 옆
정태가 어슬렁거리며 오고 있다. 대강당 옆으로 올라가는 낮은 언덕길.
정태의 시선으로 조금씩 열려 보이는 대강당 뒤의 잔디밭.
거기 빈 잔디밭 저 가운데에 민재가 차가운 잔디 위에 눈을 감고 누워있다. 정태 우뚝 서서 잠시 바라보다가 다가선다.
정태 : 감기 드는 게 목적이면 그 정도로 되겠냐? 옷을 홀랑 벗고 있든지, 오리 연못에 들어갔다 나오든지 그쪽이 빠르지 않겠어?
민재 : (여전히 눈 감은 채) 오랜만이다.
정태 : 그래 오랜만인 거 같다. (민재의 옆에 주저앉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제법 추운데. 봄은 언제 오나..
민재 : 오겠지. 언젠간.
정태 : ....인터넷으로 주식 공모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시작 안했어?
민재 : (정태를 돌아보더니 끄응 일어나 앉는다)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냐?
정태 : 소문이란게 그렇잖아. 본인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고 있고.
너 이대로 한달만 있어봐라. 이민재가 벤처창업하다가 다 말아먹었다고 소문이 날걸.
민재 : 안그래도 지금 그거 계산 중이야.
정태 : 뭘. 언제 말아먹게 되나 계산 중이라고?
민재 :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을 무슨 낯으로 보냐.
그래서.. 아주 면밀하게 최악의 순간까지 이미지 계산 중이다.
정태 : 흐응... 그 계산이 끝날 때쯤이면 난 손자를 보겠구만.
민재 : 사람이 말야. 죽을 때까지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겠지?
정태 : 너의 장래 희망은 천사가 되는 거였냐?
민재 : 천사라고 해도 말이지. 자기는 잘한다고 했는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걸.
정태 : (좀 한심한 듯 보다가) 이민재야.
민재 : 왜.
정태 : 우리 아버지가 오백번쯤 해주신 말이 있는데 들어볼래.
민재 : ... 해봐.
정태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권모술수가 뭔지 아느냐.
민재 : 뭔데.
정태 : 솔직한 거야. 그거처럼 무서운 건 없대. 솔직한 놈한테는 어떤 수도 통하지 않으니까..
민재 : (생각해보다가) 그래서.
정태 : 그래선 뭐가 그래서야. (이번엔 자기가 드러눕는다) 여어 보기보단 편한데..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며) 너무 계산 많이 하지마. 넌 랩에서 계산하는 것만으로 질리지 않냐.
민재 멀뚱하게 정태를 보다가 다시 사방을 둘러본다.
멀리서 보이는 그들. 하나는 눕고 하나는 앉아서 아직 추운 겨울의 오후 햇살을 받고 있다. 음악이 들리면서..
S#13. 석학의 집
명환과 남희가 마주앉아 얘기에 열중하고 있다.
명환 : 계산하지 마세요.
남희 : 하지 마요?
명환 : 그럼요. 애들한테 이렇게 해주는 게 좋을까. 저렇게 보이면 좀 권위가 설까. 그런 거 생각하지 마세요.
본인만 피곤하고 결국 다 들켜요.
남희 : 아아.. (끄덕이는) 들킨다...
명환 : 랩원들이 어디 하나 똑같은 놈이 있습니까? 하나같이 다 이렇게 말썽부리고 저렇게 속썩이고 그러는거지.
그때마다 뒤통수 맞는 기분이구요.
남희 : 맞아요. 딱 그거에요.
명환 : 그러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남희 : 내가 하고 싶은대로요..
명환 : 그렇죠. 그게 바로 제가 오늘까지 버텨온 비법입니다.
안그러면 교수님하고 후배들 사이에서 지 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을걸요.
남희 : (한숨 쉬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아..
명환 : 물론 가끔 아주 치밀한 계산으로 후배들을 끌어가는 선배도 있긴해요. 위성센터에 석우선배 같은 분도 그렇다고 들었어요.
한놈 한놈 각자에 맞게 훈련을 시킨대요.
남희 : 세상에...
명환 : 그렇지만 그거야 내공이 한갑자는 넘은 사람들 얘기구요. 우리같은 범인들은 생긴대로 사는 겁니다.
남희 : (아주 공감하며 끄덕이는) 이제 좀 맘이 편해지는 거 같애요.
이만치에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에게 음료수를 날라주고 오던 미순이 그들을 힐끗거린다. 카운터에 기대서며 넌지시 그들을 보며..
미순 : 괜찮아. 그림이 되는 거 같애. 어쩐다. 밀어줘봐?
미순, 저도 모르게 손마디를 꺽어보고 있다.
S#14. 연구소 외경 / 밤
로비 정도의 공중전화 부스. 병석이 수화기를 들고 신호음을 기다리고 있다가...
병석 : 여보세요. 선배? 저 양병석인데요. 선배 혹시 제일산업에 아는 사람 없어요? 친한 사람으루요.
거기서 가솔린용 고압분사기를 어디까지 개발했는지 알아볼 수 없을까요. ....아뇨 그냥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아닙니다. 자현이가 발표는 아주 잘했습니다. 그게 아니구요....없어요? 어디 알만한 사람 없을까요.
예 압니다. 기업의 연구결과를 알아내는 게 어렵다는 건 아는데요. (답답해서 한숨을 쉬는...)
S#15. 연구소 내 언덕 / 밤
1부에서 지프를 타고 올라왔던 언덕. 자현이가 두리번거리며 올라오다가 한곳을 보고 활짝 웃으며.
자현 : 아저씨.
영우가 전의 그 자리에 앉아 전경을 보고 있다가 돌아본다.
자현 : 여기 있을줄 알았어요. 숙소방에 전화해도 없어서요. 크아.. 난 역시 센스가 있어.
(영우의 옆으로 가 앉으며)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영우 : (좀 황당하지만) 영광이군. 내가 보고싶었다니..
자현 : 사실은 몇가지 더 물어볼 게 있어서요.
영우 : 또 차에 대한거야?
자현 : 정확하게 자동차의 전기계통에 대해선데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쪽이 아주 쪼금 약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영 머리가 복잡한 부분이 있는데...
영우 : 앞으로 계속 자동차 연구를 할거니?
자현 : 그럼 그거 말고 뭘 해요.
영우 : (웃는) 최종목표가 뭔데.
자현 : (신이 났다) 어이구 몰라서 묻습니까? 축구선수의 꿈은 월드컵 우승. 야구 선수의 꿈은 메이저 리그의 VIP 스타.
자동차 엔지니어의 꿈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거죠.
영우 : 엔지니어의 꿈이라...
자현 : 난요. 일단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를 만들 겁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길을 달려볼 거에요.
그 다음에 세계 최고의 지프차를 만들어야 됩니다. 왜냐하면 길이 아닌 데도 다 돌아봐야 되니까.
에 또 그 다음에는 세계 최고의 트럭을 만들어서..
영우 : 어이 하나만 해. 꿈이 너무 거창해지면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구.
자현 :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지요. 꿈이 너무 거창해서 포기를 하는 게 아니구요. 인간이 모자라서 포기를 하는거죠.
꿈이 무슨 죕니까.
영우 : (웃는데 어딘가 어색하다) 인간이 모자라서라고.
자현 : 그럼요. 그런 얘기 있잖아요. 그.. 왜.. (잘 기억이 안나서 헤메며) 달하고 독수리 얘긴데. 우리 정괴수가 잘 하는 말인데..
에.. 그러니까 달을 향해 활을 쏘면 독수리는 맞춘다. 그러나 독수리를 향해 활을 쏘면 바위밖에 못 맞춘다.
카아.. 좋은 얘기죠. 그렇죠.
영우 : ... 그런가?
자현 : 우리 정괴수가 인간은 좀 비딱해도 말은 바로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 전기 배선을 할 때요.
가만 있자. 내가 배선도를 하나 가져왔는데..
주머니를 뒤져서 꾸깃꾸깃해진 배선도를 하나 꺼내어 잘 편다.
영우, 말없이 그런 자현을 보고 있다.
자현 : 어 이거 뭐야. 어두워서 잘 안보이잖아. 랜턴도 하나 가져올 걸 그랬나..
S#16. 연구소 일각 / 밤
상호가 차트 하나를 들고 걸어오다가 문득 보는 곳. 영우가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상호 : 숙소에 안 들어가셨어요? 늦은 시간인데..
영우 : 아. 이제 퇴근하십니까?
상호 : 실은 가다가 포장마차에 슬쩍 들러서 따악 두잔만 할 생각인데 어떠세요. 같이 가실래요?
영우 : 술은 잘 못합니다.
상호 : 아..하긴 내일 발표도 하셔야 되니까.. (웃고) 그럼 저 혼자 따악 세잔 하러 갑니다.. (가려는데)
영우 : 저기요.
상호 : (보는) 예?
영우 : 혹시 카이스트 엔진랩의 전화번호 아세요.
상호 : 그야 알지만... 뭐 연락할 거 있으세요? 여기 온 카이스트 학생들방 전화 알려드릴까요.
영우 : 아뇨. 그냥 학교 연락처를 알고 싶은데요.
S#17. 엔진 전시장 / 밤
진열이 되어 있는 엔진들.... 잠시 풀샷으로 보여지다가.. 그 엔진들을 하나씩 훑어나가며 그 위로 들리는 영우의 혼잣말 소리.
영우 : (E) 알파 엔진. 1500CC.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독자 엔진. ...베타엔진.
1600CC, 1800CC, 2000CC 세종류...델타엔진 2500CC...
영우가 가운데에 우뚝 서서 엔진들을 둘러보며 혼잣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우 말없이 그대로 서있다.
S#18. 엔진 랩 내부 / 아침
동현이 엔진랩의 셔터를 올리고 있다.
밝은 빛이 들어오며 동현이 눈살을 찌푸리다가 보면. 그 앞에 대욱이 안을 기웃거리다가 동현과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를 한다.
동현 : 너 또 왔냐?
대욱 : 일부러 온 건 아니구요. 그냥... (갑자기 제자리 뛰기에 심호흡을 하며) 아침 조깅을 하다보니 여기였습니다.
동현 : 아주 전과를 해서 일루 등교를 하지 그래. (안으로 들어가는데)
대욱 : (실실 그 뒤를 따르며) 아직 안왔습니까.
동현 : 뭐가 아직 안 와.
대욱 : 오늘이 오는 날 아닌가요. 자현선배와 그 또 한 선배.
동현 : 마. 지금 아침 아홉시도 안됐다. 아침부터 뭔 헛소리야.
대욱 : 그냥 물어봤슴다. 그럼 전 계속 조깅을 하겠슴다. (어정쩡하니 나가려는데)
동현 : 어이 온 김에 이거 좀 날러. (옆의 뭔가를 대욱에게 넘기는데)
소리 : (전화벨소리)
동현 : (옆의 전화를 받으며) 예 엔진랩입니다. (듣다가)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예? 무슨 분사기요?
(듣는데 점점 얼굴이 굳어지고 있다)
대욱 : (눈치를 보다가) 이거 얼루 옮겨요?
동현 : (심각해져서 듣다가 저쪽의 랩원에게 버럭) 교수님 출근하셨어? 전화해봐 얼른.
대욱, 뭔일인가해서 보는...
S#19. 연구소 외경 / 아침
출근하는 연구원들이 보이고.. 그들과 부딪힐 뻔하면서 달려온 병석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S#20. 컨셉트 카 진열장소
병석이 입구에서 내부를 재빨리 둘러보고 가려다가 다시 돌아본다. 저만치 진열되어있는 차 뒤에서 나오는 영우.
병석, 얼굴이 굳어서...
병석 : 여기 계셨군요. 찾았습니다.
영우 : (평온한 얼굴로 병석을 보는) 왜. 할말이 있나부지?
S#21. 근처의 복도
자현이 하품을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자현 :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나는 꼬마 자동차..
진열장 입구를 지나치려던 자현이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
병석 : (E 흥분한) 도대체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자현 : (이게 뭐야..해서 입구쪽을 돌아보는)
S#22. 전시장 내부
영우가 싸늘한 얼굴로 병석과 마주 서있다.
영우 : 내가 뭘 속인다는 거야.
병석 : 다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 수출한다는 가솔린 분사기. 클레임이 걸려서 수출이 중단됐다면서요.
영우 : 수출을 하다보면 크레임도 걸리고 그러는거야.
병석 : (어이가 없어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그 고압분사기 압력수준이 100기압 정도밖에 안된다면서요.
그래서 공연비 30대 1까지 밖에 연소가 안되구요.
영우 : (냉정하게) 그래서?
병석 : 디녹스 카탈리스트 개발이요? 개발 계획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영우 : 그런 얘기라면 이따 세미나때 하지 그래? 아주 좋은 공격거리 같은데.
지금 나한테 미리 방어논리를 세우라고 가르쳐주는 건가?
병석 : (노려보다가) 자현이한테 먼저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영우 : 뭐?
병석 : 이런 더러운 얘기, 내 입으로 자현이한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현이는 아저씨를 존경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 입으로 자현이한테 사실을 말해달라구요.
영우 : (보다가 웃는데)
자현 : (E)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둘 돌아보면, 자현이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들어오고 있다.
자현 : (웃으려 하며) 병석이 너 왜 그래. 뭐가 클레임이구 개발계획도 없대는거야. 아저씨가 그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영우를 보며) 그렇죠? 그런 거짓말을 뭐하러 해요. (병석을 보며) 도대체 어디서 그런 얘길 들었어?
병석 : 우리 랩으로 누가 제보를 해줬대.
자현 : 누가.
병석 : (버럭)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현 : (영우를 돌아본다. 불안해지고 있다) 아저씬 차를 아주 사랑하잖아요. 그러니까..
영우 : 차를 사랑한다는 걸로 다 되는 건 아니지.
자현 : (억지 웃음이 멈춰지며 보는)
영우 : 차는 취미생활로 만드는 게 아니야. 차를 만든다는 건 사업이야. 거짓말을 잘 하는 것도 사업하는 방법이지.
자현 : .... (굳어서 보기만)
영우 : (병석을 보며) 어린애같이 떠들어봤자 소용없어. 니들이 이기고 싶으면 실력으로 증명해.
거짓말을 이기는 건 실력밖에 없으니까.
영우, 손목시계를 보며 입구 쪽으로.
영우 : 이따 세미나때 보자구.
병석, 어이가 없어하다가 자현을 돌아본다. 자현은 굳어서 영우가 나간 쪽을 보고 있다가..
자현 :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S#23. 세미나실
영우, 단상에 올라가 발표 중이다. 자현과 병석, 연구원들 앉아 있고. 그 앞에 놓인 자료들 뒤적이면서.
영우 : 저희 제일산업은 그간의 직접분사식 가솔린 엔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로 알려진 고압분사기의 성능을 향상 시키는 연구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또한 성공적이고요. 따라서 놀라운 연비 개선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상입니다.
상호 : 수고하셨습니다. (좌중을 돌아보며) 질문 받겠습니다.
모두 수근거리며 옆 사람과 의논하는 분위기. 질문하는 사람은 없다.
자현은 똑바로 영우를 보고 있다. 영우는 자현과 시선이 마주쳤다가 슬그머니 피한다.
그 때 병석이 손을 번쩍 든다.
상호 : 질문하세요.
병석 : 일본에 수출한 분사기가 클레임에 걸렸다는데 어떻게 된겁니까?
모두 말을 멈추고 주시한다.
영우 :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건 프로그램의 문젭니다. 분사기 제어 프로그램이 일본 사정에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니까
세팅만 다시 하면 금방 해결될 수 있습니다. (시선이 자현의 쪽으로 간다)
자현 : (계속 똑바로 영우를 보고 있다)
상호 : 더 질문 없으시면 이것으로 제일산업의 발표를...
자현 : (E) 초희박 연소때 생기는 넉스(NOx) 처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죠?
따지는 듯한 자현의 질문에 다들 돌아본다.
영우 : (담담하게) 초희박 조건에서는 넉스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자현 : 그럴려면 전환율이 높은 촉매를 사용해야 되잖아요.
영우 : 그건 우리가 개발 중입니다.
자현 : 그 개발 중이라는 거. 모든 운전범위에서 높은 전환율을 보장할 수 있습니까?
영우 : ...보장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 그런 자현과 영우를 흥미있게 보는데.
자현 : (잠시 부들부들 떠는 기분으로 보다가) 보장할 수 없잖아요.
영우 : .... 무슨 뜻인가요?
자현 : (조금씩 흥분하며) 그 값이 기껏해야 최고 50퍼센트밖에 안나온다면서요.
영우 : (냉정하게 보기만)
상호 : (영우에게) 사실인가요?
영우 :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겁니다. 수치는 계속 높혀가는 중이구요.
상호 : (갸웃해서 옆사람과 뭔가 말을 주고받는데)
자현 : (이미 세미나는 안중에 없는 심정이 되서 영우에게 낮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상호 : (돌아보는)
자현 : 아저씨네 회사에서 이제껏 가솔린 엔진을 준비해왔다. 그래서 이제 와서 디젤로 결정되면 회사 문닫을지도 모른다.
근데.. 아저씨 회사 하나 살리자고 외국에서 인정을 받든 말든 가솔린으로 하자는 거에요?
영우 : (말없이 보는)
상호 : (당황해서) 저.. 지금은 관계되는 질문만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자현 : (영우만 보며) 그래요?
영우 : (흔들림없이) 코몬 레일을 이용한 직분식 디젤 엔진도 그 부분은 아직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둘 다 검증되지 못했을때는
이미 개발 되었거나 개발 중인 걸 선택하는 게 현명하지 않습니까?
자현, 그런 영우를 본다. 장내는 수런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소란스러워진다.
상호 : (분위기를 정리해보려고) 자아.. 잠시 이제까지의 문제점을 정리 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솔린 분사기의 성능 문젠데..
자현 : 우리가 검증해보이겠습니다.
병석 : (당황해서 자현을 보는)
자현 : (상호에게) 프로토 타입(proto type) 엔진을 제공해 주시겠습니까?
디젤 엔진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저희가 맡아서 하겠습니다.
상호 : 아 그렇지만 그 결과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문제고..
자현 : 일주일이면 됩니다.
병석 : (놀라서) 자현아.
자현, 씩씩거리며 영우를 노려보고 있다.
S#24. 연구소 본관 앞
운전석의 병석이 몇 번 시동을 걸지만 푸드득 소리만 나는 차. 병석, 계속 시동을 건다.
조수석의 자현이 한심해서 보고 있다가 밖으로 시선이 간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영우. 병석, 그제야 돌아보고 다시 자현을 돌아보고 망설이는데 자현이 창문을 내린다.
자현 : 뭡니까.
영우 : 무리야. 일주일 안에 코몬 레일을 이용한 직분식 디젤 엔진을 최적화한다는 건.
자현 : 알고 있습니다.
영우 : 알면서 왜 바보같은 짓을 하지?
자현 : 세상엔 거짓말 하는 사람도 있고. 바보같은 사람도 있는 겁니다. 할 말 남았습니까?
병석, 다시 시동을 거는데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병석 잠시 눈치를 보다가 그대로 출발시킨다. 앞만 보고 앉아있는 자현.
영우, 멀어져 가는 차를 본다. 그 위로 들리는 박교수의 목소리.
박교수 : (E) 패기와 열정!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
S#25. 처장실
처장과 박교수, 서교수, 이교수가 모여앉아 한담 중.
박교수 : 저는 이번에 우리 랩원을 뽑을 때두요. 바로 그걸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이겁니다. 패기! 열정! 순수와 이상!
그리고 또 에... (생각해보는데)
처장 : 박교수만한 열정을 갖고 있다면야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그런데 그럴만한 학생이 과연 있을지 그게 의문이네요.
박교수 :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랩에 들어올 학생이 바로 그래요. 첫눈에 딱 보니까 박기훈 세제곱을 될 거 같드라구요.
처장 : 아이구. 이거 어째 불안해집니다.
서교수 : (웃으면서) 그 랩에 한번 구경가야겠네. 대체 어떤 학생인데 그래?
박교수 : 근데 좀 있다가 와줘. 아직 그 학생이 안 왔거든.
서교수 : 무슨 소리야. 새학기가 된 게 언젠데 안 오다니.
박교수 : 모르지. 그냥 이메일이 달랑 날라왔어. 죄송합니다. 입학식에 못 갑니다. 되도록 빨리 도착하겠습니다.
처장 : 허어.. 과연 불안합니다. 불안해요.
이교수 : 우리 랩에도 한번 구경오세요. 구경할만한 학생이 하나 들어왔으니까.
박교수 : 그래요? 어떤 학생인데요. 열정? 패기? 순수?
이교수 : 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 여기저기 뭘 흘리고 다니는 거 보면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거 같은데.
학부때 성적을 보면 대단하거든요.
처장 : 타대학에서 온 학생인가요?
이교수 : 네. 대학 시절 4년 중에 3년간 과수석을 했구요. 졸업 평점이 4.5 만점에 4.41이드라구요.
서교수 : 어이구 대단한 인재를 들이셨군요. 부러운데요.
처장 : 가만있어봐요. 나사가 하나 빠진 거 같은데 공부는 잘한다.. 누굴 생각나게 하는데요.
박교수 : 누구요?
처장 : 이교수가 학부 때 그 비슷했지요 아마.
이교수 : 제가요? 제가 어디..
박교수 : 야아 재밌다.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해주심 안될까요.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나사가 어떻게 빠져있었던거죠.
이교수 : 아이 됐어요. 뭐 그리 알고 싶은 게 많으세요.
박교수 : (서교수에게) 알고 싶지? 이교수님의 나사 알고리즘. 응? 응?
서교수와 처장 웃고, 이교수 한심하고 박교수 혼자 신났다.
S#26. 이교수 랩 / 밤
명환과 중희가 놀란 얼굴로 보고 있다.
명환 : 노래방?
중희 : 노래방에 가자는 거야?
해성 : 가고 싶은 데 얘기하라고 하셨잖아요.
명환 : 그..렇지. 교수님께서 회식비를 주셨으니까 회식을 해야 되는데.
해성 : 노래방에 가고 싶어요.
만수 : (신이 났다) 오케이 콜. 노래방. 좋아요. 우리 드디어 여성동지와 노래방에 가볼 수 있게 되나봅니다.
이 아니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안그래요? 정태야 너도 갈거지?
정태 : 글세.. 노래방에 가본지가 하도 오래되서..
해성 : (조심스레) 그럼 가는 거에요?
명환 : (중희를 본다) 가는 거냐?
중희 : 뭐. 노래방 좋죠. 간만에 미아리 고개나 불러볼까요.
명환 : 그참. 노래방이라.. (내키지 않는데..)
해성 : 고맙습니다. 아 다행이다. (아주 좋아한다) 정말 너무 오래간만에 가보는 거에요.
만수 : 노래하는 거 그렇게 좋아했어? 그럼 까짓거 아무때나 말해. 내가 언제고 준비되 있으니까.
해성 : 다 좋은 분들이네요. 이제까지 아무도 나하고 같이 노래방에 안가려고 해서요.
혼자 가는 것도 재미없고 그래서 못 가고 있었어요.
모두 일순 조용했다가.
중희 : (조심스레) 아무도 같이 안가려고 해? 왜?
해성 : (그저 좋아서) 내가 마이크를 잡으면 안 놓는다고 그러잖아요.
만수 : ...아 하하 그거야 뭐 나도 그래. 마이크라는 게 접착력이 좀 강하잖아. 그래. 한번에 몇곡까지 연속으로 불러봤는데?
해성 : (갸우뚱) 그때 스물아홉곡까지 불러봤어요.
정태 : 스물아홉곡... 연속으로?
만수 : 아아뭐 그럴 수도 있지. 야아 너 레파토리가 다양하구나. 아아주 맘에 들었어.
해성 : 저기 근데요. 그게 다 한 곡이었거든요. 아무리 해도 제대로 안되서요.
높이 올라가는 부분하고 중간에 끄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어렵드라구요.
모두 조용해졌다.
해성 : 오늘 다시 한번만 해보고 싶은데 괜찮죠?
걱정스레 둘러보는. 모두 시선을 어디 둬야 될지 모르겠는데..
정태 : (슬그머니 일어서며) 오늘은 아무래도 곤란하겠는데요. 내일까지 제출해야 되는 리포트가 있어서..
중희 : 정태야..
정태 : 두 개나 되요. 오늘은 도저히.. (벌써 문쪽으로 가고 있다)
S#27. 캠퍼스 도로 / 밤
지민과 마이클이 걸어오고 있다.
지민 : (종이를 내주며) 이게 진영씨 집 전화번호고. 이 밑에 있는 건 주소야.
근데 내가 생각할 때는 그냥 놔두는 게 어떨까 싶은데..
마이클 : (시무룩해서 받아드는)
지민 : 미순 언니 말 들었잖아. 지금 선 본 거 아주 잘되고 있대요. 그런 집에 남자가 전화하는 거 별로 좋지 않어.
마이클 : 오케이 더 이상 어드바이스 없어도 돼. 마이클 지금 생각 열심히 하고 있어. 마이클 멋있는 남자. 잘 할 수 있어.
지민 : 그래 오빠. 바로 그거야. 그래야 오빠답지..
하는데 그들 쪽으로 달려오는 고물차의 헤드라이트. 지민 얼른 마이클을 끌어서 길의 한쪽으로 비켜선다.
그들을 지나쳐가는 고물차. 지민, 무심코 보다가.
지민 : 어 저기 자현이 언니잖아.
마이클 : 어디..
그들이 시선에서 멀어지는 자현의 차. 그 위로 들리는 정교수의 목소리.
정교수 : (E)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온거야.
S#28. 엔진 랩 / 밤
작업 중이던 정교수와 동현, 다른 연구원 두어명. 그 앞에 자현과 병석.
정교수 : 추자현. 내가 분명히 실험결과만 발표하고 오라고 했지.
자현 : 분명히 그러셨습니다.
정교수 : 그런데 일주일 뒤에 무슨 테스트를 해?
자현 :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정교수 : 김동현.
동현 : 예.
정교수 : 일주일 뒤에 테스트를 할수 있겠나? 그것도 코몬 레일을 적용한 직분식 디젤 엔진의 최적화를 한다는데.
동현 : (자현을 슬쩍 보며) 우린 지금 기본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인데 엔진 매췽(engine matcing)까지 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죠.
정교수 : (자현에게) 불가능해. 어떡게 할거야.
자현 : 어떻게든... 해주십시오.
정교수 : 뭐야.
자현 : (고개 푹 숙이며) 살려주십시오. 교수님.
정교수 : (자현을 노려보다가 병석을 본다)
병석 : (얼른 고개를 숙이는데)
정교수 : 이 녀석이 미친 소리 하는 동안 넌 옆에서 뭐하고 있었어.
병석 : ...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자현 : (후딱 돌아보는)
병석 : (용기를 내어) 자세한 경과보고는 리포트로 제출하겠습니다.
정교수 : (보다가) 시간이 남아돌아? 리포트 쓸 시간 있어?
병석 : 밤을 새서라도..
정교수 : 밤을 샐 각오들 해. (모두에게) 분사실험한 결과 기본 데이터 정리하고, 분사시스템 프로그램 체크하고,
실험결과들 입력해서 보충 실험을 해야돼. 프로토 타입 엔진 사양 확인해서 출력과 배기 성능 시험해봐.
연비는 기본이고.
자현 :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교수 : 뭘 하라고?
자현 : 기본데이터 정리하고 프로그램 체크하고.. 그리고.. 그 다음에..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교수, 한심해서 바라보는... 음악이 시작되며..
S#29. 엔진 랩 / 낮
외경에서 주욱 들어가면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그 옆에 디지털로 나타나는 기록들.
이윽고 엔진이 멈추며 자현과 병석이 그 기록을 들여다보며 입씨름을 하고 있다.
자현 : 야, NOx 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와?
병석 : 글세. 운전 조건별 데이터가 더 필요한가 봐.
자현 : 으..씨..비켜. 함 더 해 보자.
한쪽에서는 동현과 다른 연구원이 분사장치 프로그램 작업을 하고 있다.
S#30. 위성센터 안테나 옥상
민재가 안테나를 조작하기 위해 오르고 있다. 민재 밑을 보면 아찔하다.
잠시 멈춰서는데..밑에서 대희가 뭐라 잔소리를 해대고 있다. 민재, 허리의 공구 벨트를 불안한 자세로 추스리고 다시 오른다.
S#31. 센터 랩
석우가 다른 연구원과 작업을 하며 경진 쪽을 향해 빨리 빨리 좀 움직여... 소리를 치고 있고.
경진이 제법 무거운 무언가를 들고 부지런히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S#32. 엔진 랩 / 밤
자현과 병석이 엔진 성능 결과를 계속 체크하고 있다.
하품을 하던 자현, 엔진이 멈추자 달려들어 결과를 본다. 그 앞에서 체크하고 있던 병석, 자현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어 보인다.
병석 : 프로토 엔진에 매췽이 안돼. 프로그램대로 연료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거 아닐까.
자현 : (윗도리를 벗어 아무데나 던지며) 다시 돌려.
병석 : 또?
자현 :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구. 이 멍청한 고철 덩어리야. (기기를 다시 가동시키는)
S#33. 구내식당 / 아침
학생들이 줄을 서서 식판에 음식들을 담고 있다.
만수와 중희가 줄을 서 있다가 문득 중희가 만수를 찌르며 한곳을 가르켜 보인다.
몇사람 뒤에 해성이 식판을 들고 반찬을 하나씩 얹으며 오고 있다.
만수와 중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재빨리 등을 돌린다. 그렇게 숨은 자세에서 슬그머니 돌아보면,
해성은 뭔가 골똘이 생각하며 진행해오고 있다가. 식판을 든 채로 문득 멈춘다.
만수와 중희가 사람들 틈새로 나름대로 숨어서 보는데.
해성의 뒤에 따르던 학생이 해성에게 막혀서 '안가요?'하고 묻는 순간. 해성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든다.
해성 : 맞다 맞어.
순간, 해성은 식판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땅바닥에 엎어져 버린 음식들...
주위의 학생들이 어이가 없어 쳐다보고. 만수와 중희 버엉해서 보고 있다.
S#34. 엔진 랩
대욱이 안을 기웃거리며 들어서다가 한곳을 본다.
거기 자현과 병석이 의자를 붙여놓고 아슬아슬하게 떨어지지 않고 잠들어 있다. 둘은 상당히 가까운 자세로 자고 있다.
대욱 언짢아서 둘을 보다가 들고온 우유와 빵 봉지를 옆에 거칠게 놓는다. 둘은 꿈쩍도 않는다.
대욱, 옆의 뭔가를 들었다가 거칠게 놓는다.
꽤 큰소리가 났는데도 병석이 좀 움찔했을 뿐 깨지 못한다. 그 바람에 오히려 둘사이가 더 가까워진다.
대욱, 불쾌해서 보다가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 있는 의자 하나의 다리를 툭 발로 찬다.
의자가 미끄러지며 자현과 병석이 동시에 굴러떨어진다.
자현과 병석이 어어..해서 아파하며 부시시 눈을 뜨고 둘러 보았을 때는 대욱이 문 밖으로 빠져나간 뒤이다.
S#35. 캠퍼스 진입로 / 낮
영우의 스포츠카가 매끄럽게 들어서고 있다. 지나쳐가는 자동차 운전석의 영우가 보인다.
S#36. 엔진 랩 밖
천막이 있는 앞 공터에서 자현이 반쯤 감긴 눈으로 퍼져 앉아서 만두를 우적우적 먹고 있다.
며칠동안 잠을 못자고 기름때가 묻어서 엉망인 모습이다. 머리칼은 있는대로 뻗쳐있고.
다른 손에 든 음료수를 마시다가 멈춰서 본다. 저 앞에 영우가 서서 자현을 보고 있다.
자현 : (입에 있던 것을 간신이 삼키고) 이게 누구십니까?
영우 : 여기가 엔진랩인가?
자현 : 가르쳐 주기 싫은데요.
영우 : (좀 다가오며) 몰골이 형편없구나. 실험은 잘 되가냐?
자현 : (방어자세로 일어나며) 왜요. 스파이 흉내 내려구 오셨습니까? 실험이 어디까지 됐나 궁금하시죠. 아주 잘되고 있습니다.
아아.. 아니다 어쩌면 잘 되가는 실험실에 폭탄 설치하려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영우 : 빈정대지 마. 그런 건 너한테 안 어울려.
자현 : (미워서 보다가) 코몬 레일을 이용한 엔진 최적화. 생각만큼 잘 안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영우 : 일주일은 무리였어.
자현 : 맞습니다. 시간만 더 있으면 확실하게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데.
아시겠어요? 단지 시간이 문젭니다. 왜냐.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이게 옳은 방법이니까.
영우 : 교수님은 어디 계시냐.
자현 : 연구실에 계실텐데요. 왜요.
영우 : 연구실이 어딘데.
자현 : 절대로 못 가르쳐줍니다. 우리 교수님한테 무슨 소리를 하러 왔는지 몰라도 시간낭비일걸요.
우리 교수님 백년먹은 느티나무처럼 튼튼한 분이니까.
영우 : (물끄러미 보다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좋은 스승 밑에서 잘 배우고 있는 모양이지.
자현 : 하이구. 근질근질한 말씀을 잘도 하시네요.
영우 : (얼핏 미소가 스치는 듯 하더니) 테스트 장에서 다시 보겠군. (돌아서려는데)
자현 : 앞으로 계속 보게 될겁니다.
영우 : (천천이 돌아보는)
자현 : 난 앞으로 계속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갈 거니까요. 그래서 아저씨같은 사람이 헛소리하면 끝까지 방해할 겁니다.
각오해주십쇼.
영우 : (잠시 보다가 끄덕인다) 두고 보자구.
영우, 걸어간다.
자현, 기세등등하던 것이 조금씩 사그러지면 그의 뒷모습을 본다. 어쩐지 쓸쓸하다.
S#37. 엔진 랩 안
동현이 밖을 기웃거리고 있다가 안쪽에 불쾌한 듯 서있는 병석을 돌아본다.
동현 : 누구야?
병석 : 자동차에는 프론데 인간성은 꽝인 사람인데요.
동현 : (허어 웃고 다시 밖을 기웃하면서) 이상하네.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아주 귀에 익어.
S#38. 주차장
세워져있는 영우의 스포츠 카. 영우가 자기 차쪽으로 걸어오며 전화를 하고 있다.
영우 : 교수님은 못 만나뵈었습니다. 출장 중이라고 하는데요.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이쪽 실험은 거의 성공적인 거 같습니다.
(참을성 있게 듣다가) 교수님을 만나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이럴 시간에 테스트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사장님. 제 의견이 맘에 안 드시면 언제든 해고 시키시면 되잖습니까. 어쨌든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이렇게 뒤에서 사람 만나러 다니는 거 보다는 카탈리스트 개발에 힘쓰는 게 어떨까요.
영우, 좀 더 듣다가 일부러 큰 소리로..
영우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이거 잘 안들리는데요. (핸드폰을 점점 멀리하며) 여기 수신상태가 안좋은 모양입니다.
하다가 핸드폰을 끊어버린다. 비로소 영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영우, 차에 타고 미끈하게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영우의 차와 엇갈려서 오토바이 한 대가 요란하게 도착을 한다.
대충 오토바이를 세우고 내리는 규한. 헬멧을 벗는데 요란한 염색에 귀걸이. 목걸이.
요란하게 뭔가가 그려져 있거나 붙여져 있는 배낭.
규한, 찡그린 얼굴로 건물을 쳐다보는데, 부리나케 달려온 캠폴차가 멈춰서며 백곰이 부지런히 내린다.
백곰 : 어이 거기. 꼼짝 말아주세요.
규한 : (귀찮은 듯 돌아본다)
백곰 : (재빨리 스티커 수첩을 꺼내며) 과속에 기준치를 넘은 오토바이 소음. 캠폴의 정지 사인 무시. 이거 몇점짜린지 알겠죠?
소속 학과 학번 이름 대세요.
규한 : 아저씬 누구세요?
백곰 : ...뭐요?
규한 : 상대의 이름을 물어볼 때는 자기소개부터 하는 거 아닐까요.
백곰 : (말이 막혔다가) 난 캠퍼스 폴리스. 일명 백곰. 학내의 질서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 학교 학생 아니에요?
규한 : 아아.. 캠퍼스 폴리스. 전 이규한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손을 내미는)
백곰 : (얼결에 악수를 받는다) 아.. 반가워요.
규한 : (힘차게 손을 흔들더니) 앞으로 이 학교 학생으로 살게 됐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백곰 : 아.. 나야말로 잘 부탁해요.
규한 : 전 이 학교가 맘에 듭니다. 아저씨 복장. 특히 이 워커가 맘에 드는데요.
백곰 : 아..그럴 거에요.
규한 : 근데 전산과가 어디죠?
백곰 : 전산과 누굴 찾으시는데.
규한 : 박기훈 교수님 방이요.
백곰 : 거긴 간단하지. 일루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계단이 있어요. 그리 올라가서 우회전. 왼쪽으로 네 번째 방이니까.
규한 : 감사합니다. (다시 손을 잡고 흔든다) 그럼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백곰 : 아 하하 고맙구만. 어서 들어가봐요.
규한, 경례를 붙여보이더니 씩씩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백곰도 흐믓해서 경례를 받아주고 돌아서다가 잠깐 생각한다. 그제야 스티커에 생각이 미치면서 이게 뭐야.. 돌아서 쫓아가는...
백곰 : 아니 잠깐.. 학생... 학생....
첫댓글 규한 - 이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