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 선생은 집 주위에 구기와 국화를 많이 심었는데 사람들은 그 집을 기국정(杞菊亭)이라고 불렀다. 당연히 구기자와 국화차를 즐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생각할 때 송시열 선생은 80세를 넘겨 사셨으니 장수를 한 연유가 구기자와 국화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봄직도 하다.
또한 중국에서는 중년으로 보이는 부인이 노인에게 회초리를 들어 그 이유를 알아보니 사실은 중년으로 보이는 부인은 90세를 넘긴 어머니이고 노인은 70대의 아들인데 구기자차를 마시라는 어머니 말씀을 허투루 하여 늙고 허리가 아파 어머니가 혼내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예로부터 건강식품으로 애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구기자는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에 넓게 분포한다. 구기자는 열매 이름이며 나무 이름은 구기자나무이다 옛날 한글말로 괴좆나무, 물고추나무 이지만 어감 때문에 열매 이름을 따서 구기자로 불린다.
야생에서도 간혹 볼 수 있으며 시골에서 마당에 한그루씩 흔히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구기자 열매를 고지베리(goji berry)라고 부른다. 울프베리(wolfberry)라고도 부르는데 학명(Lycium chinense Mill.)의 Lycium 어원을 늑대(그리스어로 lykos)로 착각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는 아나톨리아(고대 그리스에서 아시아라고 불렸던 지방으로서 오늘날의 튀르키예 영토에 속하는 지방) 지방의 뤼키아(Lycia)에서 자주 나는 식물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중국 의학서에는 ‘구기자를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색을 좋게 하여 동안이 되게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구기자를 이용한 처방으로 ‘구기환동환’이 있는데 환동은 아이로 되돌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중국 속담에 ‘집을 떠나 천리 길에 구기자를 먹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여행할 때 구기자를 먹을 경우 정기가 넘쳐 자칫 실수를 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독신자는 구기자를 먹지 마라.’는 말이 있고 속담에 ‘혼자 사는 남자에게 구기자 술을 먹이지 마라’는 말도 있다. 구기자는 허기를 보충하고 근육과 살을 강하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하고 몸을 건실하게 한다고 하였다.
구기자의 다른 말은 ‘각로(却老)’라 하여 늙음을 물리친 다는 뜻이 있다. 사실 구기자는 동양에서만 먹는 것이 아니고 서양에서도 인기가 많다.
2006년 9월 영국의 BBC는 구기자가 미국에서 인기가 높으며 마돈나, 리즈 헐리, 미샤 바튼과 같은 유명인들은 그들의 부유한 자산 때문에 씹어 먹는다고 하였다. 심지어 일부 광고에서는 ‘과일 비아그라’라고까지 표현하였다. 그러자 영국과 미국 여러 곳에서 건강식품 전문점뿐만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구기자가 인기상품으로 불티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구기자는 잎, 열매, 뿌리껍질까지 모두 약재나 식재료로 사용된다.
봄에 순이나 잎을 따서 나물로 이용하고 튀김이나 국거리 외에도 기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 죽을 쑤어 먹는다. 구기자 잎과 열매를 삶은 물로 식혜를 만들기도 하고 담근 술을 만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 땅 한 평(3.3㎡)이 10∼20전에 거래되던 시절 말린 구기자 한 근(600g) 가격이70∼80전이나 하였다고 하니 그 귀중함이 짐작된다. 당시에는 울타리 근처나 밭두둑 모퉁이에 몇 그루씩 자라는 정도였고 열매가 익으면 귀하게 말려 한 두 근 정도 모았다가 한약재로 팔아 살림에 보탰다고 한다. 이후 1920년대 후반부터 상업적인 재배가 이루어져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오늘날에는 충남 청양지역에서 750여 농가가 전국 생산량의 70% 정도를 생산하는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
2006년에는 구기자 지역특구, 2007년에는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었으니 그 명성을 가히 짐작할 만 하다.
구기자에 대한 《동의보감》의 기록을 보면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추위와 더위를 견디어 장수할 수 있다. 뿌리, 줄기, 잎, 열매를 모두 버리지 않는다. 뚝배기에 끓여 고약처럼 만들어 매일 2회로 두 숟갈씩 더운물에 타서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하였다.
사실 구기자에는 비타민 AㆍBㆍC 뿐만 아니라 칼슘과 각종 아미노산 그리고 루틴, 리코펜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여 간 기능개선과 기억력, 고지혈증 등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기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최근에는 건조식품을 비롯하여 술, 한과, 다림차, 떡, 음료와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기호에 따른 선택의 폭이 다양하게 열려있고 수출도 하고 있다.
또한 수입 구기자의 경우에는 잔류농약 기준 초과의 위험성이 높아 최근 수입자가 잔류농약 검사와 같은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명령’을 시행하고 있어 구입 선택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8월 중순 더울 때부터 11월까지 정성들여 가꾼 구기자를 다이아몬드를 다루듯 정성스럽게 수확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구기자시험장에서는 열매와 나물로 이용할 수 있는 신품종과 친환경적인 재배기술도 개발하여 농업인을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최근 메리스, 조류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과 더불어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이라는 예방접종도 중요하지만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농산물을 선택하여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 된다.
우리 땅에서 생산된 질 좋은 농산물 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