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고일초 어린이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가했습니다.
강동구민회관에서 약 25-30명 가량 지역이 관심있는 사람(주로 많이 보던 분들)이 주로 모여있더군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씨랜드 유족중 한분이 오셔서 경험위주의 얘기 및 조언을 해주셨는데, 지난 6월이 그 사고가 있은지 3주년이었다고, 그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는 말씀을 하시며 눈가가 붉어지시더군요..
잊고 있던 그 사건이 생각나네요.. 고사리같던 아이들이 불길속에서 사그라졌던 그 일을 생각하면 나같은 사람도 가슴에 슬픔이 가득해지는데, 그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리고도 세상은 아무일 없던 것처럼.. 그아이들을 잊어가는데...
저도 처음엔 어떤 처벌이나 법제정 위주의 투쟁보다는 "추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는 생각이었지만, 좀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뭔가 문제가 해결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는 아동의 안전에 대한 법자체가 없답니다.. 학교 시설물 안전에 대한 제제나 기준도 없고...
아이들이 노는 어떤 환경에서도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아이에게 안전교육하고, 조심시키면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씨랜드 추모 홈페이지에 남겨져 있는 글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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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의 내용중에서 일부를 올립니다.
[ 사건경과와 진행 ]
8월 23일(금) 오후 5시 15분경
고일초 운동장에서 사설 체육교실에 참가하던 한승지(9세)어린이가 물웅덩이에 위치한 축구골대를 옆으로 옮기던 중 골대가 앞으로 쓰러져 뇌를 심하게 타격당하는 사건 발생.
당시 골대 바퀴는 그물에 심하게 뒤엉켜 이동이 불가능하여 들어서 옮기고 있었다고 함
5시 28분경
집으로 줄넘기를 가지러 간 엄마가 현장에 도착하였고, 운동체육교실 메이져가 119에 연락하여 현장에 도착함. 35분경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출발.
5시 50분경
응급실에서 의사가 살펴본후 회생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 영안실에 안치
8월 25일(일)
오전에 발인하여 성남화장터에서 화장을 하여 아이가 평소에 뛰어놀던 곳에 뿌리고 위폐는 강동 강일도 금화사에 안치
[ 대책위원회 활동방향과 계획 ]
- 활동방향
유족과 아이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
학교 및 일상의 위험요소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특정인에 대한 책임전가보다는 정확한 책임소재를 추궁하고 반성을 촉구한다.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정비하고 개선한다.
- 활동계획
강동구 초등학교 시설물 안전점검 및 어린이 설문조사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서울시 교육귀의 강동교육청 행정 사무감사 방청
시설물 안전관리 서울시 교육조례 청원을 위한 학교 운영위원 서명
어린이 안전을 위한 제도마련 대국민 온라인 서명운동
" 승지야 잘가! 어린이를 안전하게 " 어린이 한마당 개최 ( 10월 19일 또는 26일 예정)
국가(서울시, 교육당국)의 시설물 관리 부실에 대한 공익 소송
[ 아이들의 글과 편지 ]
- 위로편지
승지야! 이렇게 짧은 삶을 살고 죽었으니
정말 안됐구나! 이 책임은 어른들이 조치를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
앞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이 다치지않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학교에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희 엄마가 얼마나 슬퍼하겠니?
전교생이 슬퍼하고 있단다.. 그래서 이렇게 위로 편지를 보낸단다.
어른들이 한 일에 반항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살아!
그리고 내가 너의 처지에서 생각해봤는데, 참 억울하겠구나.
우리는 네가 죽은게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단다.
그리고... 안녕!
- 승지의 앞집 친구의 일기에서
영안실에 있는 한승지
우리는 안과에 들린 다음에 장례식장으로 갔는데 승지 아주머니가 울면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울었다.
나는 울음을 터트릴거 같았다. 하지만 참았다.
승지의 아저씨는 울음을 차고 있었다. 우리 승지 아저씨는
마음이 정말 착하시다.
이제 딸 두명만 남았다. 한명은 승이 또 한명은 잘 모른다.
왜 그렇게 돼었냐 하면 골대를 옮기는데 골대안에 세명이
있었다.
한명은 한승지 또 김주영 또 누가 있었는데
승지만 피하려다가 꼴퍼세트에 맞아서 그렇게 됐다.
내가 승지 부모님이었다면 기절하겠다.
어제 금요일에는 대책위와 어린이 한마당 준비위에서 승지 어머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직 물기가 많이 어린 눈으로 그러나 차분하게 얘기하실수 있더군요.
암사동에 있을때 재미난 어린이집에 몇번 오셨답니다. 승지를 보내고 싶어서.... 어린이집 조합원이 될뻔도 했던 분이더군요..
많이 안정이 되어 어린이 한마당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도 얘기하시던 분이 결국 가실때는 눈이 빨개시져서 서둘러 가시더군요...
이렇게 얘기 하시면서...
" 9년 동안 제가 승지에게 해준것보다 저에게 참 많은 것을 준 아이예요..
9년동안 제가 받은 만큼 이제는 제가 해주어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