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버스갈등, 언제까지 미봉책으로만 머물 것인가?
반복적인 ‘극적 타결’은 시민의 교통권을 볼모로 한
사업자-노동조합의 이인삼각 연극에 불과
경기도 버스가 멈춰설 위기에서 또한번 극적 타결로 결론이 났다. 민영제와 준공영제 사업장 별로 타결된 내용은 기실 버스 이용자와는 관련이 없는, 사업자와 노동조합의 경기도를 대상으로 하는 한 편의 연극이었다. 노동조건의 개선은 공공의 영역으로 넘기면서도 적자 노선을 바탕으로 보조금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자의 욕심은 언제나 시민들의 교통권을 볼모로 하는 파업의 형태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 밝히고 있는 서울시와의 임금격차는, 서울시의 준공영제에서의 임금 수준만 참고로 하는 것일 뿐 사모펀드까지 나서서 인수하는 운영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 감는다. 결국 임금만 높다면 운영체계는 어떻게 돼도 그만이고, 그로 인한 시민 불편이 야기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시민들의 지지가 없는 이유다.
준공영제 압력에 무력한 경기도
지난 2020년 경기지역 광역버스에 대해 노선을 공공이 소유하고, 경쟁입찰을 통하여 민간업체에 기본 5년, 최대 9년간 위탁하는 방향으로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기반으로 삼는 공공버스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약칭 대광위)’가 출범함에 따라 도 경계를 벗어나는 노선은 대광위로 이관하여 국가 사무로 편입되었으며, 도내 간 노선만 경기도가 담당하는 체제로 분리되었다. 이로 인하여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1일 2교대 시행으로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며, 노선입찰제는 최소한의 비용만 재정으로 지원하기에 기존 수입금 공동관리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광역버스에 한정되었다는 점으로 일반 민영제 시내버스는 한 명의 기사가 종일 근무하는 격일제기에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데도 노선 유형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여 종사자들은 일반 시내버스에도 준공영제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22년 9월엔 경기도 시내버스의 전체 파업이 예고되었는데, 최종 합의에서 임금 5% 인상과 1일 2교대제 전환을 포함하는 극적 타결이 성사되었다. 문제는 상황이 나빠지면 파업의 불씨도 남아있다는 점인데 김동연 경기지사는 ‘임기 내에 전체 일반형 시내버스에도 준공영제를 확대하겠다.’라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1년 후 경기도는 돌연 지사 임기 내에 준공영제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발표를 했고, 아무리 빨라야 2027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기도 시내버스는 다시 멈출 위기에 놓였으며, 노조 역시 준공영제를 약속대로 이행하라는 압박과 동시에 파업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전체 참여노조 97%의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는 점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경기도 시내버스의 근무환경 개선이 뜨거운 쟁점으로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번 파업은 철저히 도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잡았다는 점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경기도 역시 섣부른 정책 발표로 노조와 도민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준공영제는 노동조건 개선의 정답은 아니다
먼저 공공버스와 달리 일반형 시내버스는 격일제 근무에 따른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된 만큼 1일 2교대제 시행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노조의 의견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나 ‘준공영제’만이 해답이란 의견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준공영제 시행에도 경기도가 발표한 공공관리제 및 노선입찰제를 선택할지, 서울시처럼 수입금 공동관리형을 채택할지에 대한 여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자인 사측은 공공관리제 및 노선입찰제 방식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행 면허제에서 다수의 도민이 이용하는 노선이 사업자의 사유 재산이자 특허권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노선을 반납한다는 건 재산을 빼앗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와 사측이 원하는 방식은 서울시 방식인 ‘수입금 공동관리형’ 체제다. 노선의 소유권은 민간이 그대로 보유하면서 지자체로부터 세금을 지원받는 것이 운영에도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조 역시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급여가 높아지며, 운행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졌기에 경기도가 선호한 방식에 반대하는 셈이다. 그러나 준공영제는 노동환경 개선에 정답이 될 수 없으며, 버스 문제 해결에서 일시적으론 효과를 볼진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특히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재정지원은 적자 노선에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는 법령이 존재하는데 지금의 준공영제 체제 안에선 흑자 노선까지 재정적 지원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이 20년째 이어오면서 예산은 해마다 증가할 뿐만 아니라 혈세를 사용하더라도 민간업체의 고유 권한이란 이유를 내세워 지자체가 회계내용 공개를 지시하지 않는 이상 넘겨줄 의무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준공영제 방식은 투명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데, 이에 대한 원인은 애초 협의할 때부터 노선별 지원이 아닌 업체 단위별로 지원하는 영향이 커서다. 즉 한 번 협의한 내용이 업체가 부도를 맞거나, 없어지지 않는 이상 평생 유지되는 만큼 사업주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노동환경 개선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준공영제를 하더라도 업체가 망하는 사례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더불어 혈세를 지원받기에 종사자들은 안전하게 운행하고 배차간격을 준수해야 하며, 정해진 운행 횟수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만약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운수회사는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되어 지원금이 줄어드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종사자들을 더욱 압박하는 만큼 단기적으론 해결책이 되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도에 사모펀드가 개입하면서 오로지 이윤을 창출하고, 재매각 시 가치를 높이고자 적자 노선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위한 투자는 지속해서 줄이는 현 상태서 수입금 공동관리형 방식은 노동자보단 사업주가 이익이 되는. 노동환경 개선을 하기보다 계속 뒤로 후퇴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교통서비스는 시민을 위해 존재할 때만 의미가 있다
초반에서 언급했듯이 면밀한 검토와 정책적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도의 섣부른 준공영제 선언은 노조와 도민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단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도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파업을 선언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장 종사자의 시선에서 노동환경 개선은 모두의 안전과 직결되었기에 다르게 보면 노조 역시 믿었던 경기도에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기도 운수업계 특성상 지역별 독점화를 깨지 못하면, 공공관리제를 하더라도 크게 개선될 리가 만무하다.
사실 공공관리제와 대입할 때 첫째로 공공버스부터 개선하는 것이 순서였을지 모른다. 애초 노선입찰제를 도입한 취지는 민간업체가 아닌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여 경쟁입찰을 통해 하나의 노선을 다양한 업체가 운영권을 맡게 함으로써 독점화에서도 탈피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2020년 신규노선이 개통될 당시 전세버스 업체가 운영권을 맡은 것은 양평군 지역이 유일했으며 대부분 해당 지역 내 연고가 있거나, 독점하는 업체들이 입찰에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 후 민영제 노선이 공공버스로 전환될 땐 그런 현상이 더욱 고착화되었다. 입찰을 선정하는 평가위원들 대부분 “기존에 맡았던 업체가 담당해야 원활히 운행할 수 있다.”라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공공버스는 당초 취지에서 점점 벗어나 나중에는 민영노선에 ‘산소호흡기’를 달아 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일반형 시내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도입하려고 하는 공공관리제는 결국 위탁 기간이 3년에 불과할 뿐 큰 틀에선 노선입찰제에 속하는데 광역버스처럼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입찰을 진행하면 공공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평가위원들이 기존에 맡은 업체에 운영권을 그대로 맡길 확률이 높다. 대신 사업주는 영구적으로 노선을 소유해야 하기에 공공관리제를 반대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사업주와 같은 입장을 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시내버스의 변화와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지역별 독점화 및 경쟁을 반대하는 운수업체의 카르텔을 돌파하는 방향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기도 시내버스는 어떠한 방식을 시도하더라도 사업주와의 갈등을 돌파하지 않을 시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특히 파주시의 경우 최근 독점 업체의 임금 체불, 경영 악화가 지속되면서 다른 업체의 차량을 차출하여 임시 노선으로 운행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구책 없이 오로지 준공영제만 바라본 채 종사자들은 운행까지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피해받고, 고통받는 것은 결국 도민들과 이용자들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방패막이 삼아 전횡을 일삼는 버스 사업주와 시민의 편의나 공공재정의 안정성 따위는 고려도 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단기적인 이익이 준공영제 도입이라는 담합으로 나타나는 현실에 직시해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교통서비스가 단지 사업자와 노동조합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업체라면 아예 공공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재정을 받는 곳은 그것에 상응하는 공공성의 의무를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부실 노선의 반납을 통해 운영하는 공공관리형 버스체계는 기존 서울시의 수입금공동관리형 버스체계보다 진일보 한 것이다. 더 이상 민간사업들이 부실한 노선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지대 수익을 가져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사실상 일자리 카르텔에 가까운 현재 버스종사자 면허체계와 고용 구조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기도가 직접 버스 종사자를 채용하고 운영하는 직영 공공버스 모델을 도입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매번 극적 타결 방식으로 결론이 나는 버스 파업의 현 주소에 대해서도 묻는다. 더 이상 도민들을 우롱하지 말라. 경기도 버스 사업자 단체나 노동조합이 책임 있는 집단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도민들 앞에서 현재 경기도 버스의 미래를 위하여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시작은 경기도다. 왜 경기도는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경기도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가. 지금부터라도 지역별 버스 공론장을 실시해야 하고, 버스 이용 도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것은 힘든 과정이지만 버스 사업자와 노동조합에 끌려다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사업자와 노동조합 간의 빤한 이인삼각 연극을 규탄하며 어떤 사회적 논쟁도 회피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끝]
2023년 10월 26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