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뭐 길래
강 동 구
이번이 네 번째 호주 방문이다.
시드니에 살던 아들이 캔버라로 이사한 이후 처음으로 오게 되었다. 새로 장만한 집도 궁금하고 셋째 손자 돌잔치도 해줄 겸 삼복더위를 피하여 시드니 킹 스미스 공항에 내리니 예상대로 호주는 쌀쌀한 겨울바람이 코끝을 찌른다. 겨울비까지 내려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아들이 사는 캔버라는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3시간은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호주는 시드니와 멜버른이 쌍벽을 이루는 대도시다. 두 도시는 수도를 서로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기에 호주 정부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지점인 캔버라를 수도를 정하였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세종시와 같은 행정도시다.
마중 나온 아들과 함께 캔버라를 향하여 한참을 달리는데 며느리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집으로 오지 말고 다시 시드니로 가란다.
며느리와 돌잡이 손자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어머니 아버지도 감염될 수 있으니 시드니에 있는 지인의 집에 며칠 머물라는 전갈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하더니 오매불망 보고 싶어라 하던 손자들 얼굴도 못 보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라니 이런 낭패가 또 어디에 있을까 고심 끝에 아들은 캔버라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한국에서 코로나 4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일이야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집으로 향하였다.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며칠 전부터 기다리던 손자들이 품에 안기는데 코로나가 뭔지 그것은 안중에도 없고 지금 세상이 끝난다 할지라도 이 순간만은 기쁘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훌쩍 커버린 손자들이 대견스럽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들은 자가 격리하는 며느리와 막내 손자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면시켜 주었다. 그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된다. 한집에서 생활하는 아들과 손자 둘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을 골라서 침투하는지 나와 아내도 호주에 오기 전 코로나 의심자와 여러 번 밀접 접촉을 하였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더구나 떡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손님들과 수없이 접촉하면서도 한 번도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았다.
아뿔싸! 방심은 금물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 어느 때 침투할지 아무도 모른다. 호주에 온 지 닷새 만에 아내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아보니 아내는 양성 나는 음성으로 나왔다. 코로나를 대비하여 한국에서 치료제를 처방받아 가져온 약을 하루 정도 복용하니 아내는 깨끗하게 치료되었다. 며느리와 손자는 약을 먹지 않아도 자연 치유되었다.
도대체 코로나가 뭐 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언제까지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외국 여행을 한번 하려면 얼마나 번거로운지 모른다. 출국하기 전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보건소에서 발급받아 공항에서 제출해야 한다. 이 또한 나라마다 규정이 달라서 혼란스럽다.
내가 아는 지인은 미국에 갔다가 귀국하려고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을 받아 귀국이 일주일간 연기되었다. 참 난감한 일이다. 미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 개인 부담으로 호텔에 일주일간 머물러야 하니 그 비용이 엄청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인 교회의 도움을 받고자 내게 전화를 하였다. 아들이 미국에서 목회하는 것을 알고 잠자리라도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한국 뉴스를 접하니 휴가철을 맞아 코로나 5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만 명 이하로 떨어져 거의 모든 규제가 풀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가 했더니 망연자실이다. 나도 곧 귀국해야 하는데 혹시나 발이 묶일까? 걱정이다.
이곳 호주는 코로나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다. 얼마 전 호주 한국 대사관 주최 한국 난타 공연이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 그런지 넓은 극장 안이 거의 호주 인들로 가득 찼다. 마스크를 주최 측에서 나누어 주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없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호주도 처음에는 심할 정도로 규제가 엄격했는데 워낙 확진자가 엄청나게 발생하니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각자 알아서 대처하라고 방침을 정하였다고 한다.
코로나가 뭐 길래 이렇게 온 세상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이놈을 단숨에 때려잡을 몽둥이가 언제 생겨날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이 몽둥이가 나타나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원숭이 두창인가 뭔가 하는 놈까지, 아니 인간을 괴롭히는 어떤 바이러스도 모조리 때려잡을 수 있는 몽둥이가 빨리 나타나기를 이 세상 모든 사람과 함께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