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연]
무량 스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 송년회 김범수 아나운서 부부, 탤런트 이휘향,박철…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김연정‘프리랜서’, 아이콘 스튜디오 제공
아나운서 김범수와 그의 부인 강애란씨, 사진작가 조세현, 탤런트 이휘향·박철 등이 중심이 돼 지난 2003년 결성된 무량회. 지난 2년간 종교와 상관없이 절을 찾아 법문을 듣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한국식 사찰을 짓고 있는 무량 스님을 후원해온 이들은 앞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들을 체계적으로 후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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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한국식 사찰을 짓고 있는 무량 스님.
지난 12월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진작가 조세현씨의 스튜디오에는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날은 무량 스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무량회’ 멤버들이 송년회를 겸해 사진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무량회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범수(38)와 부인 강애란씨(49)가 중심이 돼 지난 2003년 결성된 친목 모임으로 현대자동차 최한영 사장, 모니터코리아 벤처스 한만현 대표, LG전자 권영수 부사장, 낫소 이태영 사장, 허은 대한미용성형학회장, 김기동 변호사, 경희대 도예과 장진 교수, 사진작가 조세현씨, SBS 김형민 논설위원, 탤런트 박철, 가수 싸이 어머니 김영희씨, ‘뉴스메이커’ 유인경 편집장 등 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날 송년회에는 지난해 9월 남편 김두조씨와 사별한 탤런트 이휘향도 함께 했다. 그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50일간 산사생활을 하며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서울로 올라온 터였다.
이들이 팬임을 자처하는 무량 스님은 미국 예일대 출신의 엘리트로, 대학시절 한국 불교에 심취해 1983년 출가한 이후 화계사, 수덕사 등에서 수행을 했으며 현재는 미국 LA 인근 모하비 사막에 한국식 사찰 ‘태고사(太古寺)’를 짓고 있다. 강애란씨는 지난 2000년 무량 스님의 제자 현각 스님의 저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읽고 감명받아 무작정 무량 스님을 찾아 LA행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정확한 주소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어 물어 태고사를 찾아갔어요. 당시 스님은 손수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운전하며 8년째 절을 짓고 계셨어요. ‘좌청룡 우백호’의 한국식 풍수를 따져 건물을 짓고 뒷산의 이름도 도봉산으로 명명하셨더군요. 스님은 절을 짓는 일도 수행의 과정이라며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백팔배와 예불, 참선을 거르지 않으셨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고요하고 맑아 보일 수가 없었어요.”
이후 무량 스님의 열렬한 팬이 된 그는 남편 김범수 아나운서와 함께 무량회를 결성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열한 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 화제를 모았던 이들 커플의 인연도 알고 보면 무량 스님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강애란씨는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가 98년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동안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몹시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릴 겸 무작정 절을 찾아 새벽 기도를 시작했는데 그러고 나서 남편을 만났다”고 말했다.
김범수 아나운서 역시 불교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대학 입시에 실패해 방황하며 재수를 하던 시절 “‘다 내 탓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인과에 따라 받는 것’이라는 무량 스님의 법문을 듣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그분이 무량 스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아내를 통해 알게 됐죠. 그러고 보면 아내와의 만남은 전생의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아내는 요즘도 저를 위해 매일 새벽 기도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스님들을 위한 후원 모임으로 확대할 계획
그러나 무량회 멤버 모두가 불교 신자는 아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낫소 이태영 사장은 “전도를 하기 위해 무량회에 가입했다”고 농담을 할 정도. 가톨릭 신자인 박철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참가를 하게 됐는데 절에 다녀오면 성당에 다녀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잔잔해진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장진 교수도 “처음에는 종교가 달라 가입을 망설였는데 모임 초기 모친상을 당했을 때 회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조문을 와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장 교수는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다스리고 선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통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