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없이 완벽한 유언장을 작성하는 법
어느 명절엔가 평생 모은 재산을 남기고 수수께끼 같은 유언을 남긴채 죽은 노인 이야기를 드라마로 본 적이 있다.
노인의 유언장은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숫자를 맞춘 사람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식들은 본인들의 생일, 부모의 결혼기념일 등 온갖 숫자를 외쳤지만 모두 정답이 아니었다.
극 마지막에 밝혀진 정답은 바로 노인이 혼자 매일 짜장면을 배달시켰던 중국집의 전화번호였다.
평소 살아있을 때는 부모를 등한시하고 상속재산에만 관심 있었던 자식들을 풍자한 드라마였지만 어느샌가 이런 모습이 일상적인 세태가 되어 씁쓸하다.
법적으로 정해진 5가지 유언 방식
유언장은 흔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까다로운 법적 행위라서 자칫 잘못하면 유언장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비싼 비용을 내고라도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글만 꼼꼼히 읽어도 그 비용은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유언은 반드시 법적으로 정해진 5가지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자필유언, 녹음하는 것은 녹음유언, 공증인을 불러서 하는 것은 공정증서유언, 유언장을 숨겨두었다가 죽고 나서 공래하려는 경우는 비밀증서유언, 상황이 급해서 다른 방법으로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수증서유언이라고 보면 쉽다.
증인 필요 없고 돈 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 '자필유언'
이 중 실무상 가장 많이 작성하는 건 바로 공정증서 유언과 자필유언이다.
이 중 자필유언만은 유일하게 증인이 필요 없고 또 작성하는데 아무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서 가장 선호되나, 향후 문제의 소지가 가장 많은 것도 바로 이 자필유언이다.
유언에 관련된 판례 중 대부분이 자필유언장을 쓴 케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혼자서 완벽한 자필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백지를 꺼내 쓰고 싶은 내용을 쭉 써보자.
그 다음 유언을 쓴 날짜의 연월일을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쓴다.
그리고 자신의 주소를 꼼꼼히 쓰고 이름을 쓴 다음 날인을 하면 되겠다.
자필유언 작성시 가장 많은 실수는 프린트나 타자기 같은 기기를 써서 쓰는 경우거나, 유언인 본인 주소가 아니라 물려줄 상속재산의 주소지를 적는 경우다.
이 경우 모두 유언은 무효가 되니 조십해야 하며, 자신의 이름을 쓴 다음 날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언자 사망 후 검인절차
이렇게 완벽한 유언장이 작성되고 나면, 유언자가 사망한 뒤 상속인은 이를 가지고 검인절차를 거치면 된다.
검인절차란 상속인이 유언장을 들고 가정법원에 가서 유언장을 확인하는 절차다.
공증유언을 하게 되면 검인절차가 필요 없지만 대신 증인 2명과 통상 수백만 원 가량의 공증 비용이 들게 된다.
검인절차는 어렵지 않은데, 예를 들어 어머니가 큰아들에게 시골 땅을 넘겨주기로 유언장을 썼다면, 큰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가정법원에 그 유언장을 들고가 검인을 신청하면 된다.
검인이 확정되고 나면 그 서류와 유언장을 등기소에 제출하고 자기 명의로 시골 땅을 명의이전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시한부 저자가 논픽션으로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메멘토 모리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죽음을 기억(메멘토 모리의 뜻)하는 것은 남은 삶을 더욱 생생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유언장 쓰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유언장을 써보면 실제로 그 이후의 삶이 좀 더 가볍게 느껴진다.
유언장 쓰기, 다른 말로 하면 내 삶에 대한 정리가 아닐까 한다.
김현주 / 국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