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주택 매매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실제 거래가격으로 돈을 주고 받는 계약서이고 다른 하나는 취·등록세 등 세금을 더 적게 내기 위하여 거래가격을 낮추어서 만든 계약서이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거짓신고를 함으로써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중계약서 작성이 성행하고 있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 국민이 단체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부지부식간에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들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투명사회로 나아가는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나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거짓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국민의식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관련 비리가 신문지면을 크게 장식한 일도 있지만, 공직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비도덕적 의식이 개선되어야 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라고 하겠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정부는 부동산시장 거래투명화를 목표로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 하나가 작년 3월말부터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실거래가 신고의무화제도이다.
주택거래신고제도는 투기억제를 위하여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전용면적이 60㎡(18평)을 넘는 아파트와 전용면적 150㎡(45평)을 넘는 연립주택, 그리고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내의 모든 아파트와 연립주택에 대하여 매매계약체결 후 15일 이내에 시.군.구청에 주택거래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취득세 및 등록세가 부과되므로 과거보다 취득관련 세금이 3~6배 늘어나게 되며, 신고를 안 하거나 지연 또는 허위신고가 적발되면 과태료가 취득세의 최고 5배까지 부과된다.
또한 정부는 부동산중개업법을 개정하여 내년 1월부터 거래 당사자 또는 부동산 중개인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든 부동산거래를 실거래가격으로 계약하고 거래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토지 또는 건축물 소재지의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공동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신고를 안 하거나 거짓 신고하는 경우 발각되면 취득세의 3배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실거래가 신고의무는 부동산시장의 투명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시행되어도 거짓신고관행을 모두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거짓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거짓신고가 유리한데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면 일부는 거짓이 탄로날 경우를 생각하여 할 수 없이 실거래 가격으로 신고하겠지만 일부는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거짓 신고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또한 신고된 주택거래가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사후적 평가모형을 개발하여 판단할 계획이므로 통계적 확률을 근간으로 하는 모형이 실제가격 여부의 판단에 100% 활용되기 어렵다. 모형 값은 수많은 사례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평균에서 벗어나는 거래는 일단은 거짓신고로 의심하고 재심사를 해야 하는 행정소요가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실거래가신고제도의 도입으로 주택거래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예전처럼 거짓신고를 계속하여 금전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거짓신고를 할 경우 정부가 향후 어떻게 나올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므로 현재는 주택거래자들이 매매여부를 결정하는데 불확실성이 많이 있는 상황이다.
주택거래의 위축은 매매가격의 안정으로 나타나 정부는 주택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거래활성화를 동반한 가격의 안정이지 거래동결을 통한 가격안정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도입에 따른 거래위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을 구체화하여 정책의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고, 새로운 제도는 신규거래부터 적용하고 기존제도하에서 의사 결정하였던 사항에 대해서는 정책변경으로 인하여 예상치 않았던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적용유예기간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제도시행 이후에 사는 사람의 경우 실거래가로 취·등록세를 부과하고 향후 양도시에도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하겠지만, 기존에 구입하였다가 제도 시행 후 파는 사람의 경우에는 예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기존주택을 쉽게 팔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거짓신고를 하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조세행정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즉, 취득시 신고했던 가격에 대한 정보가 계속 유지, 관리되어 향후의 주택 양도시 양도차액 계산에 취득가격으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거래가격을 등기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그 하나이다. 이때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면제도 개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장기 거주시에 양도세 부담이 없으면 취득시에 거짓신고의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주현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