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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문중 14선 국회의원을 배출한 땅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
“대통령 5년 하는 게 나을까, 국회의원 50년 하는 게 나을까?”
“국회의원 50년 하는 게 훨씬 낫겠지. 반백 년인데!”
우스갯소리지만, 실제 풍수 답사객들이 국회의원을 14선이나 배출했다는 명당 앞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다.
풍수 공부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문화센터나 사회교육원에서 3개월 정도 기본 용어를 익히고 그곳 강사가 진행하는 풍수 답사에 참석해 현장을 보는 것이다.
답사는 대개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요일에 이루어지는데 여러 단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두세 번 전국 명당을 볼 수 있다.
이들 답사는 유명 정치인이나 재벌의 선영과 생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탓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풍수의 기본을 익히는 데는 실속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풍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인 만큼 이러한 세속 술사들의 관심이나 접근 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지만, 소문난 명당에 대해서는 등섭지로(登涉之勞)를 마다 않고 달려간다.
최근에 풍수 술사들을 통해 ‘울산에 천하의 명당이 있는데 실제로 50년 동안 국회의원을 배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7월 초 그곳을 찾았다.
부산의 풍수학인 허찬구(전 고등학교 교사) 선생이 길 안내를 해주었다. 허 선생은 조선 왕조 풍수학 고시과목인 ‘장서’를 역주(譯註)하여 펴낼 정도로 탄탄한 풍수 실력을 가진 분이다.
찾아간 곳은 울산-강동 간(7번 국도)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울산 하상면 정자동(연암) 무룡산(울산에는 무룡산이 이곳 말고도 또 있다) 아래였다.
알고 보니 부산을 지역구로 16대까지 5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정재문 전 의원의 선영이었다. 정 의원의 부친인 정해영 전 국회부의장이 이곳에서 7선을 했으니 합하면 12선이다.
거기다가 정 의원의 숙부인 정일영 씨가 2선을 했다고 한다. 2대에 걸쳐 총 14선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셈이다. 이러한 까닭에 풍수 호사가들은 울산이 배출한 대표적인 신흥 명문으로 정씨 문중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덤 위치는 보검장갑형 괴혈
이와 관련해 좀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한다. 원래 이곳은 깊은 산속이라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 명당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오래전 어떤 스님이 정씨 문중에 이곳이 3정승이 나올 터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정씨 문중은 그 말을 듣고 이곳을 선영으로 정했다. 과연 정씨 문중에서 3명의 정승이 나왔을까. ‘정해영 전 국회 부의장, 그리고 한국과 소련의 수교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정재문 전 의원의 경력으로 보아 이미 2명의 정승은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 답사객들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풍수적으로 어떤 자리일까. 이곳 정씨 선영에는 여러 무덤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핵심처는 정 전 국회부의장의 할아버지 자리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띈다.
풍수에서 땅을 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덤에서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있고 없음을 살피는 것이다. 능선을 지기(地氣)를 전달해주는 통로로 보기 때문이다.
무덤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내룡(來龍)이라 하는데, 보통 내룡은 일정한 간격마다 상하(上下·起伏)나 좌우(左右·屈曲)로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은 수십m의 능선이 상하·좌우 변화 없이 일직선으로 곧장 무덤을 찌르듯 힘차게 내려온다.
실제로 겁 많은 술사나 산 주인들은 이러한 곳에 무덤 쓰기를 두려워한다. 지나치게 살벌한 용 혹은 죽은 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죽은 용이나 살룡(殺龍)으로 보지 않고 긴 칼로 본다.
보검이 칼집 속에 감추어진 형태, 즉 보검장갑형(寶劍藏匣形)에 해당한다. 이때 칼집은 전후좌우를 감싸고 있는 사신사(四神砂)다.
이러한 보검장갑형에는 “대대로 장군과 재상이 배출된다(代代將相輩出)”고 풍수서는 적고 있다. 이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괴혈(怪穴)이 가끔씩 눈에 띄어 풍수 호사가들을 즐겁게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