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유혹 (1868)
칼 하인리히 블로흐
프레데릭스보르 성 크리스티안 4세 왕실교회 2층 입구에는
가톨릭의 제의실처럼 작은 공간에 왕실 기도실이 있는데,
그곳엔 칼 하인리히 블로흐(Carl Heinrich Bloch, 1834-1890)가 그린
예수님의 생애 23개 연작 작품이 전면으로 장식되어 있다.
블로흐는 1865년부터 1879년까지 14년간 이 작품을 그렸고,
연작 중에서 내용상 여덟 번째 주제인 <그리스도의 유혹>은
이상하게도 연작 중 일곱 번째 작품이고,
이 주제는 마태오복음 4장 1-11절이 그 배경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태 4,1)
예수님께서는 서 계신 곳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광야의 산꼭대기이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악마에게 세 가지 유혹을 받으셨다.
악마의 첫 번째 유혹은 생존의 유혹이었다.
그분께서는 사십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2-4)
악마의 두 번째 유혹은 하느님을 시험하려는 교만의 유혹이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이렇게도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마태 4,5-7)
악마의 세 번째 유혹은 권세의 유혹이다.
악마는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8-10)
블로흐는 바로 이 장면을 시각화했다.
악마가 예수님을 데려간 곳은 매우 높은 산이다.
그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보일만 하다.
악마는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예수님께 땅에 엎드려 자기에게 절을 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악마에게 손을 들어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단호하게 거절하신다.
그러자 악마는 화들짝 놀라, 옷을 접으며 몸을 돌려 그분을 떠나고 있다.
예수님께서 입으신 옷은 믿음을 상징하는 흰색과 사랑을 의미하는 붉은색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영광이 빛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친 예수님의 몸 전체를 휘감고 있다.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은 악의 유혹을 물리친 이의 것이기 때문이다.